‘공주말 사전’ 발간-이걸재씨가 엮어

공주의 사투리, 민속, 속담, 생활용어 등을 총망라 한 ‘공주말 사전’이 발간됐다.

시인이며 소설가, 희곡작가일 뿐더러 충청도에서는 알아주는 공주의 소리꾼으로 더 유명한 이걸재(시청, 공주문화원 부원장)씨가 심혈을 기울여  채록한 7천3백여개의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이 말들은 주로 공주지역의 사투리와 사라져가는 민속과 농기구에 대한 부분명칭에 대한 낱말들인데 상세한 설명과 친절한 사진자료와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자의 저본이 되는 조사보고서는 ‘공주의 사투리, 민속생활용어 채록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제23회 전국향토문화공모전(한국문화원연합회, 2008)에서 최고상인 대상(국무총리 상)을 수상, 대내외적으로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당시 심사평을 보면

이 보고서는 자료수집의 성실성을 통해 완성에 가깝게 접근하려고 노력한 보기 드문 자료집이다. 이러한 작업은 전문 학자들이 하기 어려운 것이고 그 지방에서 생활하는 향토사학자만이 할 수 있는 작업으로 향토사 연구의 귀감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 이러한 자료집을 토대로 새로운 차원의 향토문화연구가 진척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이 평가한다. 고 할 정도이다.

지명유래나 방언조사, 그리고 토속어의 조사는 언어학자들의 몫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걸재처럼 연구자이기 이전에 문화전수자, 문화활용자가 생각하고 느낀 언어는 참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사투리의 경우에도 공주의 용례를 예시함으로써 조사자 특유의 성실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자료집의 진가는 다음과 같은 공주의 민속관련 말들에 있다. 즉 이 사전에는 △ 일반민속(1,013) △ 민속자료(630) △ 민속놀이(825) △ 농업 관련(559) △ 공주의 중요민속(794) △ 민속의 설명(132) △ 노랫말 (102) △ 속담(27) 등에 관련한 4천여 건의 자료가 섭렵되어 있는 것이다.

이해준(공주대)교수는 “7-8년 전 『공주의 소리』(공주문화원, 1999), 『공주의 두레』(공주문화원 2001)를 펴낼 때나 공주의 전통마을들을 함께 조사하면서 보았던 이걸재의 자료를 찾아 정리하는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에 나는 매료되었고 그 후 이걸재가 하는 일이라면 내가 지닌 힘을 보태려고 하였다”면서 이번에 새로 출간하는 『공주 말 사전』도 그가 아니면 시작도 그리고 이 같은 책자로 묶을 만큼 자료 축적도 불가능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어 “이걸재의 두레 조사경험이나 선학리 지게놀이, 봉현 상례소리, 의당 집터다지기, 경천 호미 씻기 놀이 같은 민속놀이 발굴과 조사는 문화경험과 문화이해의 측면에서 남들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폭과 깊이를 더하게 하였다”며 ”사라져 가는 문화언어를 복원하고 갈무리하여 챙겨둔 이걸재의 연구와 정열에 끝없는 찬사를 보내며 이 자료집이 공주의 민속과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귀한 책으로 사랑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태주 공주문화원장은 “이걸재씨는 충청지방엔 언어의 주어부분인 명사나 대명사에 독특한 사투리가 많지 않고 술어부분의 어미처리 정도에만 특정적인 사투리 표현이 나타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언어 연구가들로부터 충청도엔 결정적인 사투리가 없다란 말을 듣는다면서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사전의 내용으로 증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리 말이 죽어간다” 

민속자료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제 나이 스물아홉 살 되던 1984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만 찾아다녔는데 다행히 계속 기록을 했고 녹음을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소설보다 공주의 정신문화의 뿌리를 찾는 것이 공직자로도 뜻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민속을 찾아내기만 하다가 재현하기 시작하여 선학리 지게놀이와 봉현 상례소리와 의당 집터다지기와 경천 호미 씻기 놀이는 재현과 지도연출로 전국민속예술제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심우성 선생님을 만난 것은 이런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을 것입니다. 민속이라면 구분하지 않고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옥석을 가리지 못했는데 민속이 지닌 가치에 대한 기준을 생활 속에서 일러주셨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많이 꾸중하신 분야가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민속은 그 고장의 생명인데 표준어 병에 걸려서 이름을 바꾸어 부르고 그로 인해서 공주사람들이 지켜온 얼을 퇴색시키거나 변질시킨다는 것이 핵심이었지요.
또 한 가지 저에게 충격적인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말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늘 사용하는 말. 늘 살아있는 것 같은데 세상의 모든 말은 태어나고 성장하여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산업과 과학의 발전으로 문명의 이기가 세상을 급속도로 바뀌는 오늘 이순간이 옛날의 말을 참으로 많이 죽이는 시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죽어가는 말들. 농기구하나가 사라지면 그 기구에 붙어 있는 부속적인 이름들이 사라진다는 충격은 저에게 두 가지 문제를 일깨웠습니다.

하나는 그 지역의 정서가 사라짐을 의미했습니다. 우리가 사투리에 익숙하고 정겨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한 말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 지역의 연구에 있어서 한계를 초래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10년 20년 후, 공주의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40년 50년 전에 사용하던 말들의 뜻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당시의 정서는 사라지고 언제나 현재적 입장에서 공주를 연구하고 분석하여 단정 지을 것이며, 이는 큰 오류에 빠져 들어도 알지 못하고 넘어갈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모으기 시작한 것이 이 책입니다. 단어로 7천여 개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사투리만 모아 나갔고 다음에는 농기구의 부분명칭만 더했다가 민속놀이의 부분명칭과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놀이문화의 부분명칭을 더하여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공주의 말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에 기록해야 할 것들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무속분야에 관련된 용어나 양반문화나 서당문화 등에 존재했던 말들은 거의 조사하지 못하였고 이 지역에 전승되었던 민속예능 또한 많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을 충청도 사투리사전이라 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이라는 권고를 많이 받았으나 충청도 다른 고장에서 조사하고 채록하고 연구해 나갈 분들의 방해물이 될 것 같아서 아니, 바꾸어 말해서 다른 고장에서도 많이 조사되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공주로 한정하였습니다.

이나마 지금이라도 모아두고 정리해두어야만 그 같은 말들의 근거가 남게 된다는 것이며 이 낱말들이 후일에 이 방면 연구자들의 자료가 된다면 이 책 발간의 보람으로 알겠습니다.
 
이걸재는...
1956년 충청남도 공주출생
1970년 의당 초등학교 졸
1980년 지방공무원 임용(현재 공주시청 공연기획 담당)
1993년 충남문인협회 사무국장, 충남 소설가협회 사무국장
1985년 공주일원의 민속자료 채록시작(공주시 정안면)
1996년 우성 봉현 상례소리 발굴(충청남도 지정문화제)
1999년 공주의 소리마당 공연시작
2002년 신풍 선학리 지게놀이 발굴(충청남도 지정문화제)
2008년 의당 집터다지기 발굴
2009년 전국향토문화공모전 대상수상(공주의 사투리 민속용어 채록보고서)
2009년 공주문화원 부원장

◇ 주요 공연물
공주의 각설이 타령, 공주의 소리(民謠), 아라리요(한민족 아리랑 모음)
◇ 주요 창작 공연물
녹두장군 오셨네, 터(우리문화 종합극), 터, 구름지알, 허숭애비춤, (이상 무용극)
◇ 저서
o 시집 : 푸념1(분지출판사, 1991), 푸념2(분지출판사, 1993), 푸념3(경원 출판사, 2000)
o 단편소설집 : 궁핍
o 희곡 : 황산벌, 송산리고분군 도굴기(충남연극협회 희곡상 수상작), 맹고불젼(충남문학작품 수상작)
o 민속채록도서 : 공주의 소리(공주문화원, 1999), 공주의 두레(공주문화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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