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충청남도 행복도시특별위원회)위원장
7월 2일 CMB충청방송 ‘뉴스와 사람’에 출연, ‘세종시 수정안 폐기’와 ‘세종시 향후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박수현(충청남도 행복도시특별위원회)위원장의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세종시 수정법안 국회 본회의 부결... 어떻게 보시는지요?
- 예, 행정도시 수정안이 지난 6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 처리된 것은 사필귀정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은 신행정수도 사수 투쟁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사수 투쟁까지 지난 수년간을 살을 에는 찬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아스팔트 거리 위에서 그리고 목숨을 건 삭발단식을 통해 생업조차 뒤로 미루고 힘과 뜻을 모아 함께 해 주신 연기 군민과 공주시민 나아가 500만 충청인들의 피땀 어린 결과라고 생각하며, 그동안의 노고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결국 이번 수정안 부결을 지켜보면서 역사는 정의의 편이고 소수 권력 엘리트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 대중의 힘에 의해 발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봅니다.
△ 세종시 수정법안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 세종시 수정법안의 핵심은 한마디로 원안의 9부2처2청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대신 그곳에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와 기업을 넣는다는 것입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행정’을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 그러면 왜 행정기관만큼은 못주겠다는 것일까요?
그에 대해 대통령과 수정론자들은 행정의 비효율과 통일 이후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의 논리를 모두 합친 용어가 ‘국가의 백년대계’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신들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애국자이고 원안추진론자들은 애국심도 없고 국가의 백년대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말입니까?
정작 그들이 내세우는 수정안이야말로 정파적 포퓰리즘입니다. 한마디로 행정도시 수정안은 행정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마치 큰 것을 뺏기는 것처럼 수도권 시민들에게 겁을 주어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하고 유권자수가 많은 수도권을 지키면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판세를 쥘 수 있을 것이라는 지극히 잘못된 정치공학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세종시, 과학비즈니스 벨트 조성과 원안+알파를 놓고 또 다른 논쟁을 예고하고 있는데.
- 예,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에 앞서 6월 2일 지방선거의 결과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대통령의 말씀이 진심이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은 응당 그 말씀을 받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대통령의 말씀이 진심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발언이나 심지어는 박형준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나서서 수정안이 폐기됐으니, 원안으로 하기는 하는데 그 원안에는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등 플러스알파 부분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참으로 비겁한 일입니다.
행정도시 수정안이 부결되기 전부터 정부 여당은 마치 수정안이 부결되고 원안대로 하면 쪽박을 찰 것처럼 막말을 쏟아냈는데 이것은 행정도시 원안에 심각한 훼손을 입히는 행위이고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은데 대한 對 충청권 협박 발언인 것입니다. 행정도시는 그 원안에 자족기능의 확보 등 모든 계획이 다 들어있습니다. 그대로만 하면 됩니다.
△자족기능 확충과 기업 유인책 마련 등 원안에 다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보완해 추진하는 것도 중요할 듯 싶은데요.
- 그렇습니다. 원래 참여정부가 마련한 행정도시 원안은 2030년까지 추진되어야 할 기본 및 개발계획에 관한 것으로 장기계획의 특성상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도시기본계획이 20년 장기목표와 전략을 담고 있다면 그 집행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은 5년마다 새롭게 작성되는 것입니다.
행정도시 원안은 바로 이렇게 장기목표와 비젼을 담고 있는 것이고 이 원안의 집행을 위한 소위 ‘+알파’를 마련하는 것은 현 정부를 포함한 그 다음 정부의 몫이고 의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라고 하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께서 법까지 어겨가면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방기한 채 수정안 운운 하는 것은 원안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셨거나 설사 이해했다 하더라도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자족기능의 부족 운운하면서 마치 원안에 큰 하자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마치 새로운 것을 주는 양 ‘+알파’를 거론하면서 수정안이 폐기되면 그것을 못주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행복도시특별법’과 중기재정계획까지 만들어 아예 못질을 하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정권이 바뀌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견하셨기 때문입니다.
△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세종시로 입주를 하겠다던 기업들이 대부분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업 유인책, 어떻게 보시는지요? (타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이런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 예, 바로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이지요. 행정도시 수정안에 의해 기업들에게 거저 주다시피 하는 토지 공급 등 막대한 인센티브가 도대체 왜 필요했겠습니까? 그것은 그 정도 인센티브는 있어야 수정안에 의해서는 기업이 오려고 한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습니다만, 원안에 의해서도 이미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2007년 고려대와 2008년 카이스트 등의 대학도 이미 MOU를 체결하는 등 얼마든지 정상적인 메카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대한 국토/도시학회에 의뢰해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자족성 확보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이미 제2서울대캠퍼스를 건설하거나 다른 국립대를 이전 또는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병원 2곳과 의료산업단지 1곳을 조성하고 이를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결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상적 메카니즘을 마약처럼 달콤한 수정안이 비정상적으로 망쳐 놓은 것입니다. 수정안의 +알파는 ‘관제 기업도시’에나 어울릴 특혜 덩어리로 행정기능이 중심이 되는 세종시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정부부처 이전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없애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특혜로 세종시 입주를 망설이는 기업들을 끌어들인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지금의 현상은 정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종시 원안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요? (세종시 건설사업의 의미를 포함해서)
-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원안에는 국가의 중추 행정기능을 옮겨 수도의 집중을 덜고 나아가 이를 중심으로 국토 중심부에 새로운 다기능 복합거점을 조성하는 도시기본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수정안의 부결은 ‘행정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원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원안+알파’도 이에 맞게 새롭게 짜야하는 것입니다. 원안의 몸통인 ‘행정중심’을 달성하도록 9부2처2청을 우선 제대로 이전시키고, 나아가 자족기능을 포함한 ‘다기능 복합기능’의 구현을 돕는 알파를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원안에 제시된 국가행정·도시행정·첨단지식기반· 대학연구·의료 복지 등 행복도시의 6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토지공급·자본유치·인력유치·세제혜택 등의 실행방안은 지금부터 하나하나 강구해가야 하는 것입니다.
△ 세종시 건설 사업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본다면?(현재 투입된 예산, 공정율, 첫 마을 사업 진척도 등등)
- 원안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9부2처2청의 중앙행정기관과 산하기관 23곳, 연구소 17곳 등 53곳의 국가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2030년까지 50만명 규모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입니다.
또 이 정책은 180개 공공기관을 세종시와 전국 10개 도시로 옮기는 혁신도시 정책도 선도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애초 참여정부의 계획은 2014년까지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을 모두 이전하고 2020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산업, 의료, 대학, 상업·업무기능을 유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정안 추진으로 인한 현재 상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그 중 공사 중단과 지연으로 인한 예산의 미집행이 큰 문제입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1단계 도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6조300억 원의 예산이 집행되어야 하는데 사업기간의 절반인 4년 반이지난현재까지도 불과 16.6%인 1조원만 집행하여 남은 5년 반 동안 83.4%인 5조원을 몰아서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매년 1조원 이상 편성, 집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원안 추진 시 중기재정계획을 재검토하여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수정안 추진으로 인한 공사 지연의 대표적 경우가 정부청사 신축입니다. 1단계 1구역 총리 공관만 30% 정도 진행되었고 2단계와 3단계 공사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시청사는 애초 2012년 하반기 개청을 목표로 2011년 6월 준공 예정이었는데 공사가 전무하며 매년 계획만 변경되고 있습니다.
생활권의 주민복합센터인 복합커뮤니티 공사도 2009년, 2010년을 오가며, 발주계획이 들쭉 날쭉으로 변경되거나 사업비가 제외되고 있으며, 토지분양계획도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보이고 교량건설과 공동구 공사도 발주계획에서 누락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행정도시 추진의지가 없자 민간부분 투자도 전면 중단되었고, 이처럼 정부청사, 시청사 중단,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지난 2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행정기능 핵심인 정부청사와 시청사 등 미착공 여파가 우려되는데 결국 세종시 출범이 지연되는 것 아닌지? 또 건설 지연에 따른 원주민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 예. 고향과 정든 집을 내주고 떠난 예정지역 원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는 지경이지요. 특히 4,000여 세대에 이르는 원주민 중 1억 미만의 보상을 받은 1,005세대와 기초 및 차상위 저소득 계층 419세대 주민의 고통은 더하다 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집 없이도 월세 5만 원 정도면 세를 살거나 얹혀살며 농업에 종사할 수가 있었는데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인근 지역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30만 원 이상의 월세를 부담해야 하니 당장 거주비용조차 댈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 구제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합니다.
△ 정부 이전기관 변경고시 및 세종시법 제정 등 세종시 원안 정상 건설을 위한 필수 조건은 무엇입니까?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입니다. 확실한 원안 추진 의사를 대통령께서 직접 밝히고 중앙행정기관 이전 변경고시와 중단된 공사를 재개해야 합니다. 이것은 가장 시급하면서도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직 정부는 뚜렷한 입장 표현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아직도 ‘원안은 쪽박이다’라는 식의 화풀이를 해대고 있는 인상입니다.
안희정 도지사의 말씀대로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대단히 용기 있는 지도자의 덕목’인 것입니다.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표결을 통해 확인된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하루속히 대통령의 말씀으로 이전기관 변경고시와 공사 재개를 명해 주셔야 합니다.
아울러, 행정도시가 목표연도 내에 계획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질 없는 예산확보가 필수입니다. 안희정 도지사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혼연일체가 되어 뛸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이 점에 있어서도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등 행정도시와 별개의 대통령 공약사항을 더 이상 행정도시와 연계시키지 말고 공약이행 차원에서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 앞으로 충청권 대응 방안은? 민관정 합동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대응을 펼쳐나갈 계획인가요?
- 우선 안희정 도지사께서 수정안이 부결되던 지난 6월 22일 국회에서 염홍철 대전시장 그리고 이시종 충북지사와 함께 ‘제2의 행정도시 사수 투쟁’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그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청권의 힘이 하나로 결집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의 상생이라는 이 과제를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풀어내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선 충청권을 하나로 묶는 ‘충청권 민관정 공동대책기구’를 발족시킬 계획을 추진 중에 있으며 이번 달 중순 쯤 출범식을 가질 계획입니다. 이 안에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 중앙 정부를 설득하고 촉구하고 감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