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한 몸으로 두 갈래 길을 다 갈 수 없는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참동안 서서
참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 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는 수 없이 한쪽 길을 택했지요.
그 길은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들
걸은 흔적이 적었기 때문이지요.
내가 그 길을 걸으므로 해서 그 길도 나중에는  
다른 쪽 길과 거의 같아질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서리 내린 나뭇잎 위에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고
두 길은 그 날 아침 똑같이 멀리 뻗어 있었습니다.
아, 다른 쪽 길은 뒷날에 다시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길은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내가 여기 다시 돌아올 날을 의심하면서 말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할 것입니다.
숲 속으로 두 갈래의 길이 있었노라고,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하였노라고,
그것으로 하여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말았노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는 롱펠로나 휘트먼과 더불어 미국 사람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국민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고 또 한국 사람들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시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와 인생이 대중들에게 제대로 소개되기는 피천득 선생의 글로 해서일 것이다.

직접 시인을 만나본 피천득 선생의 글에 따르면 프로스트는 농부처럼 거친 손을 가졌으며 오래 사용하여 헐어졌으나 튼튼한 혁대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억지스럽거나 현학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으며 스스로 자신의 농장과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더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피천득 선생은 프로스트야말로 자연시인이며 시인이기 이전에 농부였다고 회고한다.

그 다음 프로스트가 한국인들에게 인상깊게 각인되기는 아무래도 케네디 대통령과 일화 선상에서일 것이다. 1961년 1월 20일, 프로스트 시인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축하시를 낭독하기로 되어 있어 단상에 올라갔는데 준비해간 시의 원고를 읽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유는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가득 쌓인 눈과 눈에 반사되는 강렬한 햇볕 때문에 87세인 시인의 노안이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을 만나 노시인은 기지를 발휘, 자작시 가운데 완벽하게 외우는 시인 「무조건적인 선물(The Gift Outright)」을 여유 있게 낭송하고 내려와서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게 된다.

그러나 시인은 그로부터 2년 뒤에 죽고, 대통령 또한 그로부터 한 달도 못되어 암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대통령은 죽기 전에 시인의 장례식에서 추모연설을 해주어서 시인으로부터 받은 고마움에 보답한 바 있다. 

프로스트는 미국의 서부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 뉴잉글랜드에서 성장하고 다트머스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하고 신문기자, 교원, 양계업 등 잡다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실패하고 1912년 영국으로 건너가 『소년의 의지』,『보스턴의 북쪽』등 시집을 출판하여 시인으로 성공하게 되었다. 1915년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하버드대학에서 시학교수가 되었으며 네 번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프로스트의 시 가운데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기로는 「목장」이라든가「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자작나무」같은 작품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기론 위에 적은 「가지 않은 길」이다. 「가지 않은 길」이란 시는 젊은 시절엔 읽어도 그 느낌이나 의도가 잘 전달되어 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그러려니 지식으로 이해하는 시의 세계일뿐이다. 적어도 이 시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40대 중반은 지긋이 지나야 할 일이다. 무언가 돌아볼 나이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이다.

프로스트의 시들은 어느 것도 대단히 까다롭고 어려운 시가 아니다. 그러나 그 의미나 내용은 결코 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의 시에는 그만의 삶과 철학이 스며있음으로 그렇다. 미국 시인이면서도 요란스럽지 않고 명상적이며 낮은 목소리임이 또한 특징이다.

그런 가운데 위의 시를 읽으면 모순덩어리인 인생의 이면이 환히 들여다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하나의 예지의 문 같은 것에 의해서이다. 야튼 프로스트의 시는 사람의 마음을 맑고 깊게 해주는 한 매력을 지녔다.

휘트먼 같이 우렁찬 시인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저음의 시인이 있음이 또 미국의 저력일 것이고 이런 시인을 지극히 사랑하고 품는 것도 미국의 한 배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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