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협 공동인터뷰]- 김병현 공주지청장

김병현 지청장은 사정기관인 지역검찰의 수장으로 머물지 않고 확고한 소신에 따라 정치적인 역량을 발휘해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 공주시민들로부터 칭송을 듣고 있다.

또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공주사람들에게 ‘보수’와 ‘수구’의 차이점을 역설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한 시민의식의 변화를 주문해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아울러 ‘공직자는 임지가 어디이든 그 곳을 위해 죽을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자세를 보여 귀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갈등을 겪고 있는 공주의 현실을 직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원로들의 모임결성을 추진했다.

공주시지역신문협의회는 이에 따라 김병현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장을 첫 공동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8월 23일 공주지청장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실시했다. /편집자 주. (이하 일문일답)


▲ 지난 8월 23일 오전 10시 공주지역신문협회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병현 공주지청장

△ 취임 후 성과는?

= 검찰 내부적으로 소규모 지청이어서 시스템이 빈약했다. 임기동안 물적으로는 조사실 2곳을 새로 만들었고 인적으로는 검사 1명을 증원했으며, 공익요원 2명도 늘렸다. 나는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검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민심 획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크게 비난을 받지 않은 것이 성과인 것 같다.

△송덕비 건립에 담긴 의미는?

= 공직자는 어디를 가든 그쪽에서 죽을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신 장군을 예를 들고 싶다. 이순신 장군은 서울 태생으로 충청도 사람이지만 호남에서 민심을 얻었다. 군인임에도 군사들과 같이 고기도 잡았고 또한 정보전에서도 이겼다.

내가 특별히 공주를 사랑해서가 아니고 공직자라면 마땅히 임지에서 목숨을 바치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송덕비’라는 목표지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공직자로서 당연한 것이다.

△ 공주시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다. 내가 아무리 선의로 일을 해도 검찰에서 과연 그런 일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상당히 조심스럽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사정 기관이지만 사정이라는 것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있으며, 결국 검찰도 검찰국가가 아닌 만큼 일개의 행정기구에 불과한 것이다.

행정기구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은 기본적인 사정기관 이외에 국민의 부수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이라고 해서 칼만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주에 부임하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서울에서 알고 있던 것 보다 도시규모가 훨씬 더 작았고 문제는 과거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공주의료원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예산이 책정되지 못하고 뒤로 밀리면 어쩌나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행히 내가 감사원에 있을 때도 그랬고 보건복지부 쪽과 많이 친했다. 그러다 보니 보건복지부 직원들에게 대단한 것을 해달라는 것이 아닌, 옆에서 거드는 정도로 ‘예산안이 오면 그대로 통과시켜 달라’는 인간적인 부탁을 했다. 직무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 공주시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 이준원 시장과 KT&G본부장을 두번이나 만난 적이 있다. 본부장 중의 한명은 과거 부장 재임시절 탄천면 가척리에 부지를 마련하는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부여에 있는 홍삼공장이 증설의 한계로 공주지역으로 대규모 이전을 해서 재배지 조성, 박물관 건립, 숙박업소까지 세울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몇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했다. 대규모 사람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마을에 4~5명이 반대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것에 대해 시청 공무원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고 안했다는 것이다. 거짓말 않고 100번 이상을 왔다 갔다 했는데 결국 포기, '공주를 쳐다보고 소변도 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정말 서운해 했다.

당시 시범포 재배단지로 인력수요가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실은 워터랜드를 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거기에서는 시범포는 일부이고 그 당시 이미 한의사를 고용한 의료단지, 홍보센터는 물론 숙박단지까지 고려했으나 미리 그러한 계획을 전부 밝히게 되면 땅값이 올라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시범포만 이야기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인력고용창출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며, 결국 이 시설은 강원도로 가게 됐다. KT&G관계자는 '기회가 되면 다시 공주에 해보겠지만 당시 너무 아쉽다’고 했다.

공주가 ‘양반도시’라고 하는데 양반은 자신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대'를 위해 양보할 줄 아는 게 양반이다. 3~4명이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를 위해 양보할 줄 아는 것이 공주에는 필요하다.

또한 공주시와 공주시의회는 정당이나 정파의 대립이 아니라 개인 간의 대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의견도 없는 것 같아 보여 공주시의회 의원들에게 인신공격보다는 정책대결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음식점의 친절운동,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 관광활성화를 위한 투자유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을 만나서는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해 줄 것을 주문했으며, 시장을 배려해 ‘시중의 여론이 이렇다’라고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 보수와 수구의 차이점을 밝히면서 문화원소식지에 쓴 소리를 한 배경은?

= 주제넘은 짓이지만 나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공주를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보수’는 ‘발전을 도모하되, 무분별한 변화를 거부하는 합리적인 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공주를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보수적이 아닌 ‘수구적’이며, 가장 정체돼 있고 일부는 배타적이다.

서로에게 자극이 없어 자극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선출직인 시장이나 그런 사람들은 눈치가 보여서 감히 말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임명직인 내가 ‘욕을 먹어도 감수 하겠다’는 마음으로 의식개혁을 이야기 했다.

△ 원로 모임을 만들었는데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 집행부와 시의회간의 갈등이 심한 지역이 이곳 공주다. 이는 전국적으로 대단히 심한 정도에 해당한다. 서울시처럼 정당 간 대립이 아니라 이 지역은 집행부와 의회, 개별적인 문제로 인해 갈등이 심해 개인적으로 검사가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안타깝다.

왜 이런 것이 해결이 안 될까를 생각해보니 어른이 없어서 그렇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른이 없다 보니 조그만 갈등도 초등에 중재되지 않고 오래 가고 확산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제대로 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부임 초에 이런 것을 하면 지청장이 너무 오해를 살 수 가 있다. 그래서 떠날 때를 앞두고 인사발령 전에 모임체를 구성했다.

원로들에게는 이 지역의 현안에 대해 사(私)와 소(小)를 버리고 대(大)를 취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원로모임의 1차적인 목적은 갈등해소에 있었다. 특정한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공익을 위해 지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원로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견인역할을 위해 기관장들한테도 충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청장, 경찰서장, 등 기관장 방에 개인이 부탁하면 민원이 되지만, 3인 이상이 모여서 부탁하게 되면 여론이 된다.

시대도 바뀌었으니 세금을 내는 사람은 공조직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3인 이상이 모여서 ‘검찰의 벌금이 강하다. 수사가 무리하다’는 등의 충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여론이 ‘수사가 무리하다, 부정이 많다’라고 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공조직들도 여론을 들어야 하고 그것이 합리적인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 정치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위 이 시대는 ‘튀는 인간’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내부하기 싫은 표현을 ‘정치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다. 나는 모든 공직자가 정치적인 식견과 정치적인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능적 인간으로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정치권 안에서 개인의 공명을 추구한다면 나쁘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인간관계 갈등을 해소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을 좋은 의미에서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도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단히 정치적이었다. 가장 비정치적인 인물은 원균이다. 원균은 앞만 보고 정치를 했고 조정에서 시키면 질 싸움인 줄 알면서 싸움에 나갔다. 이순신은 질 싸움인줄 알면 나가서 싸우지 않았고 그 사이에 민심을 얻기 위해서 군인의 본분을 저버리고 염전을 일구고 고기를 같이 잡았다. 조정에서 생각했을 때는 정통군인은 아니었지만 조선을 구한 것은 이순신이었다.

나는 검찰이 민심을 상실했기 때문에 민심을 얻고자 한다면 그 방면에 있어서 나 개인의 입신양명이 아니면 나머지 방식은 가용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치적인 인물이었다면 법무부나 대검 같은 그런 곳으로 빨리 갔었을 것이다. 나는 순수하게 야전에서 성장한 사람이다.

청와대 파견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데 그것은 관료들이 가는 곳이다. 내가 이 지역에 출마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에게 정치적인 역량이 있다는 것이라면 그 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쁜 의미의 정치적이라고 하는 것은 일축하고 싶다.

△ 공주시와 공주사람들의 첫인상, 떠날 때의 인상은?

= 달라졌다고 하기 보다는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은 결국 진정으로 대하면 느낌이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악(성격이 곧아 거리낌 없이 바른말을 함)하는구나’라고 받아들였다.

아직 긍정적인 면은 주민들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은 문제점은 인식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의식의 내면적으로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아 아직도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부임 초와 달라진 것이 있다. ‘뭔가 우리도 해야 겠다’는 의식이 생긴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

△ 공주시민들에게 한마디.

= 공주가 왕도였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왕도는 저절로 됐던 것이 아니고 하늘이 내서 됐고 그 지역 사람들의 심성이 기반이 돼서 됐다고 생각한다. 왕도였던 곳의 사람들은 도도하게 흐르는 열정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이끌고 시민들이 마음을 합하면 충분히 중흥을 이룩할 수 있다.

공주는 과거와 달리 고속도로 등 영향으로 물류기반이 완성되어 있으며 주변에 관광시설도 많다. 더욱이 청정한 주변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쌓여서 밖으로 분출되기 직전인데 그것을 누군가가 터뜨려만 준다면 발전할 수 있다.

기업체를 하나를 끌고 오기는 어렵지만 하나를 끌고 오면 노하우가 생겨 백개를 끌어 오는 것은 쉽다. 워터파크 하나 만들기가 힘들지만 워터파크를 하나 만들게 되면 주변에 놀이시설이 백개 생기는 것은 쉽다.

그래서 이 지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처음에 물방울을 터뜨리는 역할을 할 사람이다. 내부적인 열정이 용광로처럼 저변에 흐르고 있는데 그 열정을 터뜨려주는 사람이 없다. 그 역할을 남에게 미루지 말라.

이 지역 사람들은 전부 제3자이다. 화법이 제3자이다. 시청공무원도 ‘시청에 이런 제도가 있는데…’라고 말하지 ‘자기 직접 나서서 지원해 주겠다’고 하지 않는다. 시민들도 ‘공주가 보수적이고 답답하다’고 말하지, 자기가 나서서 ‘보수적이면 안 됩니다. 바꿉시다’라고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내부적인 열정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부다 다 제3자로서 있다. 문제도 알고 발전방향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당사자가 아닌, 마치 머물렀다 가는 사람 같다.

따라서 제3자가 아닌 직접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시청공무원들은 사람들에게 ‘시청에 이런 제도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행정행위를 해 주어야 한다.

또한 발전협의회도 ‘하자’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직접 서울로 가서 농성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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