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불쌍한 송아지
조금 전 막 도살장으로 끌려가면서 한참동안 발버둥친 일.

이 조그만 외로운 마을의 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송아지는 핥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 하느님! 동백나무 우거진 이 길의 길동무였던 그 송아지는
그렇게도 정다운 그렇게도 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하느님! 견줄 데 없이 자애로우신 당신께서
제발 한번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용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그 금빛 찬란한 하늘나라에 가면,
거기서는 귀여운 송아지가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고
우리들이 보다 더 선량해져서
그들의 작은 뿔에 우리들의 꽃을 장식하며 놀 것이라는 것을.

아, 하느님! 제발 송아지가 머리에 칼을 받을 때
너무 심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생각해보면 인간처럼 잔인한 존재는 없다. 인간의 생명유지조차도 다른 생명체의 희생과 제례 위에 놓인 모래성 같은 것이다. 아무리 채식주의자라 한다 한들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음식으로 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음식으로 취하고 나서 나쁜 생각을 하거나 나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생명체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도 안 된다. 오로지 좋은 일을 꿈꾸어야 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도록 애써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문득 떠오르는 시인이 바로 프랑스의 시인 프랑시스 잠이다.

그는 ‘상징파의 후기를 장식한 신고전파 시인으로 프랑스 투르네 출신인데 앙드레 지드와 북아프리카 알제리 여행과 약간의 파리 생활을 제외하고는 일생의 거의 전부를 자연 속에 파묻혀 자연의 풍물을 종교적 애정을 가지고 평명(平明)한 가락으로 노래한 시인’이라고 설명되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상징주의 시의 대명사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와 영혼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지지를 받았으며, 특히 지드와는 평생의 벗으로서 왕복 서한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시집으로『새벽종으로부터 저녁종까지』,『프리물라의 슬픔』,『하늘의 빈터』등이 있고, 아름다운 목가적인 소설에 『클라라 델레뵈즈』가 있으며, 종교적인 작품을 집대성한『그리스도교의 농목시(農牧詩)』등이 있다.

프랑시스 잠은 그 이름조차도 참으로 사랑스럽고 식물성적이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 시 읽는 사람들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나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같은 작품에서 일찍이 그 이름을 접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시인이다.

위의 시 「그것은 무서운 일입니다」라는 시는 지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송아지를 위해서 쓴 ‘조사’와 같은 시이다.   오로지 인간의 눈으로 동물의 세상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서 송아지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는 사람으로서 쓴 시이다.

이 시에서 우리가 느끼는 마음은 약한 것, 조그마한 것, 어린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본다면 ‘긍휼히 여김’이요, 동양적 입장에서 본다면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어진 마음〔仁〕이다. 예수님과 공자님이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건만 이런 데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마음으로 손을 잡고 있음을 본다.

그러하다. 어진 마음, 긍휼히 여기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마음이다. 그것이 바로 가난한 마음이다. 타인의 세상으로 열린 한없이 부드럽고 밝고 환한 창문. 나보다 약한 사람, 낮은 사람, 가난한 사람, 추운 사람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드는 그 마음!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서 그래도 세상은 한꺼번에 망하지 않고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시인이 꿈꾸는 바와 같이 <우리들이 보다 더 선량해져서/ 그들(송아지)의 작은 뿔에 우리들의 꽃을 장식하며> 노는 세상은 이미 이 세상이 아니고 천국의 세상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한숨 쉬면서 세상에서의 마지막 송아지의 삶을 신에게 부탁한다.

<아, 하느님! 제발 송아지가 머리에 칼을 받을 때/ 너무 심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고 보면 우리들 살아있는 목숨 자체가 너무나 황송한 노릇이다. 하루하루, 아니 한 시간 한 시간을 정신 차려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