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이남규 家 4대 애국정신 존경스러워"

답사 2일 간 비가 계속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도 모인 일행은 첫 답사지인 부여 무량사를 향해 출발하였다. 비바람은 벚나무와 목련나무의 봄꽃들을 뒤흔들어댔지만, 바람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꽃을 지켜내려는 꽃가지들과 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는 꽃들의 화무(花舞)을 보니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 수당 이남규 전시관에서 설명하는 이문원 관장

꽃들에게 그러했듯 비바람은 우리 답사자들에게도 시샘을 심하게 부리는 것 같았다. 우산을 뒤집히게 하고 웃옷까지 다 젖게 하고 교수님께서 해설할 때에는 풍경을 요란스럽게 울리게 하며 답사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봄비는 우리에게 맛 나는 사탕을 주었다. 비에 젖은 자연과 문화유산은 선명하고도 깨끗한 색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내며 즐거운 답사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였다.

답사 첫째 날 부여의 무량사를 시작으로 보령의 성주사지와 충청수영성, 갈매못 성지 그리고 토정 이지함 선생의 묘를 답사하였고 둘째 날은 홍성의 홍주읍성 그리고 예산의 임존성과 대흥현관아 그리고 수당 이남규 고택을 답사하였다.

역사문화 답사지 현지를 찾아가는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과거에서 현재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끈질긴 생명력의 존재를 느끼게끔 하였다.

유형·무형의 역사문화유산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와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한 역사소통의 가장 적극적인 자세는 답사 사전준비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대학원장님의 답사 사전준비 당부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한 채 참석하였지만, 사전 지식과 더불어 개별적 경험이 답사의 즐거움을 한층 높힌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얼마전 우연히 본 드라마의 촬영지가 답사지인 보령의 충청수영객사, 영보정터, 진휼청이었다.

그 곳 경치의 아름다움과 답사 내용은 내 뇌리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답사의 사전준비는 보다 수준 높은 역사문화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 홍성자료관을 둘러보는 회원들

 홍주성 역사관은 풍부한 유형유물 전시중심의 타 박물관과 차별화하여 무형인 역사문화를 정선하여 지역특성을 잘 홍보한 곳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동학농민운동을 모의하고 있는 주막을 그림자 영상으로 재현하고 그것을 현대 디자인의 의자에 앉아 관람하게 한 것보다 옛 것인 평상(平床)에 앉아 엿듣게 하는 공간 활용은 관람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평상(平床)이란 공간은 사람 냄새를 과거와 현재 동일하게 맡게 하는 느낌을 잘 살려내었다고 본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은 수당 이남규 선생의 고택이다. 수당가 4대에 걸친 애국정신도 존경스럽지만 현재 역사문화의 고유 장소를 지켜낸 이문원관장의 지킴이 역할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저수지 수몰지역의 위기에 놓여있던 고택을 저수지를 축소하게끔 하여 고택과 유물들을 지켜냈다.

고택 본래 모습을 보존하게 됨에 따라 진정한 진품 고택임을 강조하는 이 관장은 “만일 이 지역이 수몰하게 되어 고택을 이전하였다면 그것은 모조, 모방이고 가짜가 아니겠냐”고 하는 강한 자부심이 깃든 말씀에 절로 공감이 갔다.

공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입에 올리는 말, ‘역사문화도시 공주’에 자문(自問)을 해보면서, 답사기 작성을 계기로 역사문화도시에 대해 자답(自答)을 해본다.

역사문화도시란 우리에게 역사와 전통이 남아 있다고 자타 모두가 인정해도 과거의 역사와 전통을 현재적 의미로 해석하고 공주의 상징과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해내지 못한다면 역사문화도시라고 말할 수 없다.

문화유산대학원 최고위과정의 역사문화 답사활동이야말로 이러한 과거를 현재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이미지 창조를 위한 능동적 역사문화 소통 활동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공주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갖기 위한 작업이 이번 내포문화권 답사라고 생각한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지만, 교수님들의 문화해설 지도로 내포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최고위과정 동기생 분들과 역사문화유산 동호인으로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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