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쟁 전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왕촌사건 위령제’가 56년 만에 처음으로 햇빛을 보앗다. 지난 8월6일 오전 10시 왕촌 말머리재. 위령제에 앞서 추모 공연에 나선 이걸재(공주시공무원노조지회장)씨의 애절한 음률이 산허리에 메아리친다. 참석자들은 “어야 뒤여차~” 후렴구를 합창하며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희생된 1000여명의 공주형무소 수감자 및 보도연맹원들의 넋을 위로했다.

56년 만에 공주민주시민사회 단체협의회(공동대표 정선원.김동근.장창수.약칭 공주민협)가 주최하고 왕촌사건 위령제 실행위원회가 주관한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왕촌사건 위령제’에 참가한 유족과 참석자들은 모두 엄숙한 가운데 억울하게 간 영령들을 위로했다. 유족 김중구씨는 당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소위 임관을 앞두고 있던 희생된 삼촌에게 한복을 바치며 “이제 죄수복을 벗으라”며 오열했다.

행사장 한켠에는  당시 비극적인 현장을 볼 수 있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의 민간인 학살 관련사진 17점이 선보여 처참했던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날 공주민협 정선원 공동대표는 “희생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좌우 이데올로기에 대한 명확한 자기 정체성도 없었고 사상과는 무관한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며 왕촌사건의 비극을 짚은 뒤 “늦었지만 진상규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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