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접목연구에 평생을 바친 김맹회 대표

“해송나무를 1미터 키우고 그 위에다 오엽송을 접목하여 다시 1미터 키우고(9년) 그 위에 다시 반송을 접목하여 3송을 만들었다(27년). 대왕송은 오로지 대왕오엽송에만 접목”

▲ 나무의 접목방법이 새겨진 비석 옆에서의 김맹회 대표

이 문구는 한평생을 오로지 나무만을 연구해 온 나무연구인 김맹회 대표가 비석에 새겨 놓은 글이다.

KTX 공주역이 들어서는 이인면 신영리에서 ‘오룡갈농원’을 운영하는 김맹회 대표는 제민천가 300여 미터에 자비로 닭풀꽃을 심어 여름철에도 꽃을 볼 수 있게 한 사람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내 집 앞은 내가 가꿀 때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모범사례로 올 6월에는 공주시장으로부터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현재 공주시의 화두는 고도보존사업이다. 고도보존사업을 통하여 관광인프라를 조성하고 이를 통하여 지역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도보존사업의 성패는 차별화된 정책과 상품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자발적인 참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집 앞부터이다. 내 집 앞에 꽃을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으면서 이웃과 소통하고... 시민이 자비를 들여 꽃밭을 조성한 모범적인 사례로 이를 이웃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우리가 모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김 대표의 1만여 평에 이르는 농원에는 사송, 오색복숭아, 공작단풍, 누운 향나무, 능수매화, 능수뽕나무, 네 가지색의 영산홍, 옥매화 등 이름도 진귀한 품종들이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며 맵시를 자랑하고 있다.

이중 사송(四松)은 해송, 오엽송, 조선솔, 잣나무를 접목시켜 각각의 나무가 4층으로 자라는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회귀한 소나무’로 김 대표의 접목인생을 대표하는 최고 걸작 중의 걸작이다.

김 대표가 접목인생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초등학교 졸업 직후 시골장터에서 지게에 지고 다니면서 파는 복숭아가 먹고 싶어 버려진 복숭아씨를 주워 심었으나 “접목을 하지 않으면 맛이 시고 크기가 작아 먹을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접목기술을 배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고려 말의 학자 문익점(文益漸)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붓 뚜껑 속에 목화씨 몇 알을 숨겨 가지고 들어온 일화가 유명 하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가지고 왔다면 김 대표는 금강산에서 흑송을 가지고 왔다.

▲ 사송(四松)나무 앞에서

이에 대한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는 이렇다. 1999년 봄에 금강산관광차 금강산에 갔다가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흑송을 발견하고 삼엄한 북한 경비원의 눈을 피해 나뭇가지 몇 토막을 가지고와 해송에 접목하여 그 중 한그루가 성공하였고, 그때 접목에 성공한 나무가 13년이 지난 지금 무럭무럭 자라 높이가 4미터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60여 년이란 긴 세월을 접목 연구에만 몰두한 김 대표는 그동안 연구한 내용을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고자 본인이 평생을 바쳐 조성한 농원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치표를 해놓고 접목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비석에 새겨 놓았으며, 금강산에서 가지고 온 흑송을 다시 어린해송에 접목하여 가묘 앞에 심어 놓았다고 한다.

이는 죽어서도 나무와 같이 하고픈 나무에 대한 사랑과 접목에 평생을 바친 진정한 장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평생을 접목에 바쳐온 김 대표이지만 이제는 몸이 허락지 않아 본인이 꿈꾸어 왔던 관광농원을 조성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김 대표, 지금은 큰아들이 접목기술을 배워 농원을 관리하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