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으면 골짜기도 아름다운 법!

우리지역의 신성한 산 계룡산에는 동서남북의 네 절과 함께 굽이굽이 아름다운 계곡도 함께 있어 더욱 풍성하다.

도예촌으로 들어가는 길인 상신리의 용산구곡이 그 한줄기이다. 용산구곡은 취음 권중면 선생이 한일합방의 비보를 듣고 관직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살면서 9곡을 선정하여 직접 글씨를 쓰고 바위에 새겼다고 한다.

어느 해 향토사 답사 때 윤여헌 선생님과 용산구곡을 찾아본 적이 있다. 일정이 바빠서 몇 군데만 확인하고는 내내 아쉬웠는데, 며칠 전 충남역사박물관에서 구곡의 바위 글씨 탁본전시를 보면서 무척 기뻤다.

상신리 유래비의 앞부분에 적혀있는 것을 보면 『상신리라는 지명은 신소위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莘沼라 함은 ‘길고 굽은 큰 못’이란 뜻인데 여기에서는 속칭 ‘용둠벙’, 또는 ‘가마소’라고도 불렀다. 이 신소를 중앙에 두고 위쪽은 상신리, 아래쪽은 하신리라 이름 하였다.』

제1곡 심룡문(尋龍門) 용을 찾아 들어가는 문으로 주변에는 여천이라는 글씨도 함께 있다. 女川은 여인들이 낮에는 빨래하고 밤에는 멱을 감는 禁男지역.

제2곡 은룡담(隱龍潭) 용이 숨어있는 곳, 승천할 때를 기다리는 곳으로, 주변에는 궐은이라는 글자도 새겨져 있다. 은룡담은 잘못 읽으면 陰으로 보인다.

제3곡 와룡강(臥龍岡) 용이 수련을 하는 곳으로, 주변에는 탄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특히 彈琴은 서서 쓸 정도의 큰 글씨로 보는 이의 속이 후련하다.

제4곡, 유룡대(游龍坮) 용이 수련을 하다가 쉬면서 노니는 곳으로, 그 주변에는 권태훈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권태훈은 권중면 선생이 마흔 넘어 얻은 늦둥이 아들이다.

제5곡 황룡암(黃龍岩), 용이 여의주를 얻은 5곡은 글자가 아주 흐려 잘 보이지 않는다. 동서남북의 색중에서 황색은 중앙을 상징한다.

제6곡 견룡소(見龍沼) 용이 세상을 보는 능력을 얻은 곳으로, 沼의 글자가 많이 지워져 잘못 읽으면 臺로 읽기 쉬우나, 九曲의 문맥상 소로 읽어야 맞는다는 공부 깊은 분의 말씀이다.

제7곡 운용택(雲龍澤) 용이 구름을 만나 마음대로 조화를 부리는 능력을 가졌다.

제8곡 비룡추(飛龍楸)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백년수도 끝에 승천하는 용이다. 계룡산에는 암용추, 숫용추, 그리고 비룡추가 있다.

제9곡 신룡연(神龍淵) 용이 승천하여 신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용산구곡으로 들어온 용이 승천하고 남은 모습이다.

전국의 아름다운 장소는 그곳에 맞게 이름이 붙여진다. 용산구곡은 가운데에 계룡산의 용자를 넣어 계곡의 의미를 새겨 넣은 곳이다.

얼마 전 가본 그곳은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있는 듯해서 마음이 아팠다. 더욱이 우리지역의 아름다운 계곡을, 우리 공주시민이 더욱 애정을 가지고 가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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