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심우성 민속학자

고향 떠난 지 어언 10년이 넘는 떠돌이인데 금강뉴스(발행인 신용희)를 붙여 주셨다.「금강뉴스」를 보면서 허허 반갑고도 놀라웠다.

「....아름다운 소리꾼 ‘남은혜’의 공주아리랑이 얼마나 훈훈한가...」
이 반가운 대목을 읽으면서 평소 고향생각하며 써 놓았던 「아리랑 고개, 열두나 고개」를 금강뉴스에 싣고 싶다.

우금티 고개를 시작으로 공주의 고개고개마다 모두가 ‘아리랑’이었지....
공주, 분명 ‘아리랑’의 고향이로다!(심우성)

아리랑 고개, 열두나 고개
언제 어디서 와서 지금은 어디에서 있으며 내일 어디로 갈거나
심우성(민속학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나 고개
마지막 고개를 넘어나 간다

아리랑 고개는 탄식의 고개
한번 가면은 못 오는 고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이 ‘아리랑’은 1940년 초 미국인 님·웰리스(Nym Wales)가 쓴 「고통 받는 민중의 뜨거운 노래」가운데 일부이다. 이보다 앞선 1920~30년대에 이미 우리민족에 의하여 ‘아리랑’의 기록은 시작되었으니 그로부터 일제(日帝)의 강점이 마무리되던 1950년대 전의 소중한 문헌의 일부를 소개한다.

김소운(金素雲), 「조선구전민요집」, 일본 동경(東京) 제일서방(第一書房) 1933.
임화(林和)편, 「조선민요선」 학예사(學藝社) 1939.
김사엽(金思燁)·최상수(崔常壽)·방종현(方鐘鉉)편「조선민요집성」정음사(正音社) 1949.
성경린(成慶麟)·張師勳(장사훈)편「조선의 민요」국제음악문화사(國際音樂文化社) 1949.
고정옥(高晶玉)「조선의 민요연구」수선사(首善社) 1949.

이밖에도 각종 도서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 수백 종에 이른다. 1930년「조선」지 6월호(152호)에 게재된 김지연(金志淵)의 글 「조선 민요 아리랑」을 보면 ‘신 아리랑’, ‘별조 아리랑’, ‘아리랑 타령’, ‘원산 아리랑’, ‘밀양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아리랑 세상’, ‘서울 아리랑’, ‘정선 아리랑’, ‘영일 아리랑’, ‘서산 아리랑’, ‘하동 아리랑’, ‘정읍 아리랑’, ‘순창 아리랑’, ‘공주 아리랑’, ‘양양 아리랑’, ‘창녕 아리랑’, ‘구례 아리랑’, ‘아리랑 고개’, ‘남원 아리랑’ 등 20여종에 이른다.

그뿐이 아니라 우리 민요 가운데 대부분은 지역도 넓고 종류도 많다. 수백 종류가 전국에 펼쳐져 있다. 예컨대, ‘수심가’, ‘육자배기’ 등과 함께 모두가 뛰어난 민요로 대접을 받았다.

그의 시원(始源)은 상고(上古)한 것이며 전국적으로 백성들이 민요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조선 말기 또는 일제가 삼천리강산을 강점하던 때 부터였다. 그때 ‘신민요’등과 함께 겨레의 노래로서 새롭게 지어 부르게 된다. 그의 근원을 살피려는 학설(學說)은 아주 다양하니 역사, 민속, 음악 등으로 넓혀져 갔다.

1920년대 김소운의「언문 조선구전민요집」에 대하여는 앞에서도 소개한바 있듯이 김소운은 그 무렵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아리랑’을 연구대상으로 한 문헌도 꽤나 많았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살피고자 한다.

1926년 영화(활동사진)로「아리랑」을 촬영·제작하여 당대의 인물이 되었던 ‘라운규’를 소개로 한「라운규와 수난기 영화」라는 귀본을 살펴보자.

최창호·홍강성 공저「라운규와 수난기 영화」평양 평양출판사 1999.
○ 민요「아리랑」을 예술적 소재로 선택하여
○「아리랑」의 줄거리
○ 급격히 유행된「신 아리랑」
○ 영화「아리랑」이후의 라운규와 수난의 영화들-「풍운아」「아리랑을 찾아서」

강무학의 저 「아리랑의 역사적 고찰」야실사(野室(?)社) 1981
○「아리랑」「아리나(阿利那)」발상고
○「아리랑」은 어머니 상(像)
○ 일제하에는 망국의 한을 달램

‘아리랑’이 언급된 또 다른 귀본을 살핀다.

「민학회보(民學會報)」제 15집「특집 아리랑」1987.
○ 백승길(회장) 첫마디
○ 이보형,「아리랑」에 관한 음악적 고찰
○ 신경림, 내가 들은 아리랑들
○ 김연갑, 아리랑 선행(先行) 연구검토와 메아리 원형 가능성고찰
○ 미즈다니 게이이치(水谷?一), 아리랑이란 무엇인가
○ 님·웰리스(Nym Wales),「고통 받는 민중의 뜨거운 노래」
○ 이정윤, 살아있는 아리랑
○ 회원, 아리 아리랑 아리랑

신찬균 저「아리랑 그 영원한 민족 언어」, 인간과 자연 2001.
○「휴전선은 다리가 있다」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
○「아리랑에 훈장을」

김연갑 저「아리랑 시원성 연구-정선 아리랑과 목은(牧隱)이색(李穡)」, 명상 2006.
○ 문제제기
○ 정선과 「정선 아리랑」
○ 이색(李穡) 관련설
○ 결론

이뿐만 아니라 저서, 논문, 에세이 등의 형태로 아리랑이 소개된 글이 대략 70여 편이나 된다. 그 가운데는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서도 아리랑’, ‘긴 아리랑’, ‘자진 아리랑’, ‘엮음 아리리’, ‘뗏목 아라리’ 등 얼마나 많은 아리랑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맺는 말씀으로 들어간다. ‘아리랑’은 우리민족의 애환이 깃든 노래이다. 꽃가마와 상여와 서낭당이 한편의 그림으로 떠오르듯이 ‘아라랑’도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도 뜻이 넓어서 가슴이 터질 듯하다.

‘아리랑’은 흡사 ‘공기’와 ‘물’과 ‘햇볕’이 서로 감싸고 있는 우리네 가슴의 노래가 아닐까. 그 가슴의 노래 가운데는 목숨을 걸어 이 땅을 지킨「광복군 아리랑」도 있지를 않은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보세

우리 부모님 날 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주소

광풍이 분다네 광풍이 분다네
삼천리 가슴에 광풍이 분다네

역시 우리네 민중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됨됨이가 낳고 낳은 그런 노래가 아닐까. 희노애락 모두가 담겨 있는 무한한 노래 틀(틀: 일정하게 이루어진 격식과 형식)을 지닌 그런 노래가 아닐까.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나네.」

어쩐지 이는 지난 비련의 세월을 힘주어 극복한 올곧은 ‘아리랑’은 아닐까. 가슴이 답답해지는구나. 이를 어쩔까. 세월은 흐른다지만 오늘의 세상은 많이도 바뀌었구나. 놀라울 만큼 마구마구.

얼굴도 샤방 샤방
몸매도 샤방 샤방
모든 것이 샤방 샤방

이건 뭔 소리, 뭔 뜻일까? 속뜻은 알 수 없으나 ‘샤방 샤방’이 ‘아리랑’의 사돈에 8촌은 될 듯도 싶구나. 바뀌는 것도 좋지만 고집할 것도 있지 않을까?
역시 ‘아리랑’은 ‘아리랑’이 아니겠는가. ‘아리랑’이고만 싶습니다.
허 허 허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문헌]
○ 강무학 「아리랑의 역사적 고찰」야실사 1984
○ 님·웰리스, 김산 공저/ 송영일 옮김「아리랑」동녘 1984
○ 연규한 편집「정선 아리랑」정선군 1994
○ 신찬균「아리랑 그 영원한 민족 언어」인간과 자연사 2001
○ 김연갑「아리랑 시원설 연구」명상 2006
○ 김연갑「북한 아리랑 연구 청송 2002」
○ 최창호, 홍강성 「라운규와 수난기 영화」평양출판사 1999
○ 진용선「중국 조선족 아리랑 연구」전선군 2008
○ 진용선 「러시아 고려인 아리랑 연구」정선아리랑문화재단 2009
○ 박윤규 글, 한병호 그림, 진용선 감수 「아리랑」푸른숲주니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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