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간의 향기’속으로 떠난 여행

이번 여행은 4박 6일 일정으로 취취의 고장 펑황(凤凰)으로 떠나는 사진여행으로 오직 사진촬영만을 위한 일정으로 짜여졌다.

펑황(凤凰)은 중국 후난성(湖南省) 샹시투자족먀오족자치주(湘西土家族苗族自治州)의 현(县)으로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건축물과 독특한 언어, 풍습, 예술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소수민족인 먀오족(苗族)과 투자족(土家族)이 주류를 이르며, 면적 1,751㎢, 인구는 39만. 행정구획은 9개 진, 15개 향으로 이루어졌다.

이 곳 펑황은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곳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곳으로 중국내에서 손꼽히는 9개 무릉도원 중 한 곳이다. 2001년에 중국 정부로부터 국가역사문화명성으로 지정되었으며, 2008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특히 펑황고성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인 심종문(沈縱文, 선충원)의 장편소설 ‘변성(邊城)’이 1988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면서 널리 알려진 곳으로 역사가 유구하고 풍경이 수려하여 역대 명인이 많이 배출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여행은 쾅리리의 ‘시간을 멈춘 여행’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시간을 멈춘 여행’은 중국의 신세대 작가인 쾅리리가 심종문의 장편소설 ‘변성’의 주 무대인 펑황을 여행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펑황에 대한 감상을 몽환적이고 사실적으로 풀어낸 감각적인 포토 여행 에세이이다.

펑황을 가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에서 창사(長沙)간 직항편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창사에서 펑황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 시 6시간 정도 걸린다.

펑황은 어떤 곳인가? 알아야 볼 수 있고, 볼 수 있어야 느낄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찍을 수 있다고, 펑황에 대하여 알기 위하여 심종문의 ‘변성’ 쾅리리의 ‘시간을 멈춘 여행’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펑황 관련 자료를 섭렵하며 지식을 축적한다.

드디어 출발 당일이다. 천안에서 고속버스로 인천공항 도착, 인천공항에서 20:50분에 출발하는 창사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펑황 여행은 시작 되었다. 3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창사에 도착 후 호텔에서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 한다.

다음날 아침,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호텔주변을 스케치하면서 타국에서의 분위기와 시각을 익히며 중국에서의 첫날을 시작한다.

오늘 일정은 창사에서 펑황까지 이동 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다. 창사에서 펑황 가는 길은 2차선 고속도로로 한적하다. 창사를 벗어 날 수 록 중국 전통의 집들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온다. 2층 목조집들이다. 1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2층이 주거 공간이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목가적 풍경이다. 전통 가옥들과 논·밭에서 쟁기질을 하는 농부들, 도로에서 보이는 전원적인 풍경과 농부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고속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80km/h, 더도 덜도 없이 정속 주행이다.

그렇게 마냥 달려 펑황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펑황 시내에 들어서니 보도블럭 공사 중으로 시내는 공사장 인부와 상인과 시민과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엉켜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래도 모든 것들이 아무 불편 없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과연 이곳이 중국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도시풍경이다.

우리의 숙소는 타강(?江)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박아제객잔(博雅齊客棧)]로 창문 너머로 나룻배의 노 젓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강에 비친 휘황찬란한 밤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펑황고성과 타강의 사진 포인트들을 우선 눈에 담고, 가슴에 품고, 마음에 새긴다.

펑황에서의 첫 날 저녁식사는 중국식으로 한 상 가득 나왔으나 들뜬 마음에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야경 촬영에 나서기 전에 리더가 당부를 한다.

휘황찬란한 밤의 야경에 너무 현혹되어 흥분하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차분하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펑황고성의 밤을 천천히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욕심부리지 말고 사진에 담으라고...

그렇게 펑황고성에서의 첫 날 밤은 강에 비친 야경에 취해,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에 취해, 옛 고성의 향수에 취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며 하루를 마감한다. 

펑황에서의 둘째 날, 오늘 일정은 이번 여행에서의 하이라이트이다. 산장진 묘족마을과 묘족시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단체 사진여행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나만의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은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녘이 최적이다.

특히 고성(古城)의 돌담과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과 깊은 어둠을 비추는 가로등이 있는 골목은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안고 있는 최적의 사진 포인트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눈을 비비고 숙소를 나선다. 길을 나서자 미로 같은 골목이 눈앞에 펼쳐지고 깊은 어둠속으로 나를 유혹한다. 골목으로 눈이 가고, 마음이 가고, 몸이 간다.

그곳에서 민초들의 질퍽한 삶을 보고, 고난의 삶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보고, 꿈을 본다. 이렇게 어둠 취해 골목을 누비다 희망의 빛을 보고 새벽을 맞이한다.   

산장진(山江鎭) 묘족마을! 묘족(苗族)은 일찍이 양자강(揚子江) 이북에 있었으나 한민족의 진출에 밀려 주로 산악지대에 거주하면서 화전경작(火田耕作)을 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화려한 복식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묘족마을을 가기 위해 오전 8시에 33인승 차량에 탑승한다. 출발 전 가이드가 묘족 마을 방문을 하루 일정으로 잡았지만 시간을 장담할 수 없단다. 가이드가 한 말을 펑황을 벗어나자마자 곧 알게 되었다.    

펑황에서 산장진 가는 길은 산 비탈길로 포장은 되어 있지만 급경사를 이루는 산길로 마주 오는 차량이라도 만나거나 고장이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 할 그런 난코스 길이다. 다행히 그 험한 산길을 무사히 돌고 돌아 첫 마을인 우차오허 마을에 도착하여 세계 돌다리 중에서 최고를 자랑한다는 우차오허 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한다.

마을에 들러 돌담과 전통가옥을 사진에 담으며 올라가니 초등학교 분교인지 어린아이들 몇 명이 수업중이다. 아이들은 이방인의 갑작스런 방문에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우리를 반긴다. 어릴 적 코 흘리게 빡빡머리시절이 오버랩 된다. 축구공을 가지고 뛰어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 활기차고 해맑고 튼실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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