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지역 언론 지원 사업 기획취재

‘달가닥 달가닥’ 책보를 둘러메고 뛰어 오던 길.

그렇게 학교까지 달려오는 길에 만나게 되는 꽃과 풀, 바람의 향기는 늘 신선했다.

▲ 한천리 마을회관에 모여 놀고 계신 동네 어르신들

꿈이 있기에 멀어도 한걸음에 달려오던 길.

그 아이들이 꿈을 찾아 떠난 그 길에는 지금 적막만 흐른다. 가끔 놀러오는 심심한 햇살과 바람만이 구릿빛으로 검게 그을린 노인들의 마음에 놀러왔다 가곤 한다.

짙은 녹음으로 점점 우거지는 산을 바라보며 차를 멈춘 그곳에 삼삼오오 윷놀이와 담소를 즐기던 노인 몇 분이 반가이 맞는다. 예전에 타지에서 대학까지 공부했다는 박모(76세) 노인은 그 선한 웃음으로 나이를 묻지 말라 손사 레를 친다. 그리곤 도리어 묻는다.

“젊은 날 무엇을 했냐?”고.

머뭇거리자 또 다시 묻는다.

“그 젊은 날 꿈이 뭐였냐?”고

대답 대신 웃어버렸다.

“그렇지. 다 부질없는 일이라네. 지금이 중요하지...”

그렇게 박모 할아버지는 움직이기 서툰 하반신을 다른 노인 친구 분에 의지해 저녁 해가 어스름에 집으로 향한다. 노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장창수(52세) 이장은 농담처럼 말한다. 이곳 한천리에서 자신은 청년이라고.

무성산을 벗 삼아 살던 젊은이들이 떠난 마을에는 많지 않은 농경지로 하여 산에서 나는 약초와 나물을 뜯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성한 곳이라 ‘영천’이라고도 일컫는 이곳은 그래서 약초와 산나물들이 많다.

지금은 이곳이 사람들에게 홍길동 굴과 산성으로 알려져 주말이면 제법 타지에서 등산코스로 삼아 마을을 찾는다. 그래서 장창수 이장은 윗영천과 아래영천을 합하여 30여명이 되는 어르신들의 위안을 위해 이 마을의 장점은 든다. 아니 마을의 미래를 말한다.

▲ 김만수 한천리 노인 회장

이제 시작이란다. 무성산을 기점으로 홍길동 굴과 산성을 문화자원으로 산마을의 어르신을 위해 마을의 행복 자원을 일구고 있다. 그것은 아주 작은 것에 있다. 현재 남아 계신 노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기 위해 마음속에 있는 행복을 끄집어내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지킴이가 되어 노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그것은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을회관에 숙박시설도 마련해 보고, 민박도 생각해 보고 있다. 또한 장창수 이장이 다녔던 모교이지만 지금은 폐교가 된 청산초등학교가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

한천리의 김만수(80세) 노인 회장은 대부분이 60대를 훌쩍 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지만 동네에서 단합하고 서로 배려하여 행복한 마을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마을의 자랑인 홍길동 굴과 산성 옆에 흔들바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것이 마을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연세에 비해 활동하는 모습이 젊은이다운 김만수 노인 회장의 장수비결은 움직이는 거다. 비닐하우스에 고추도 심고, 가지도 심고, 오이도 심으며 때로는 면사무소를 비롯한 센터 등에서 개최하는 노인대학 같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다.

그리고 마을 노인회를 위한 공동체 생활을 위해 함께 대화의 장을 자주 가지며, 무성산 줄기에 자랑스런 마을이 되고, 주말이면 웃으며 달려오는 손자 소녀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렇게 마을이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을 위해 손끝에서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일, 풀포기를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하늘을 담가놓을 듯이 한천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아담한 모습이 보완 공사를 거쳐 더 크고 방대한 저수지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널따랗게 펼쳐진 뜰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 장창수 이장과 동네 어르신들

그 옛날부터 대동계가 있어 마을의 안녕을 빌던 마을, 내산리이다. 내산리 이장을 맡고 있는 최언평(47세)씨도 청산초등학교를 나온 젊은이다. 올해 대보름 행사와 부전매실축제를 주관하면서 마을의 단합을 다졌고, 이를 통해 노인 분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노인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는 없지만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며 사는 고향에서의 생활이 이제 자신의 삶의 전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꿈도 크다.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하여 맡아주고, 노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하루가 너무 짧다.

조금 있으면 수확을 거둘 매실도 따야 하고, 웰니스 마을로 알려 지기 시작한 이곳이 관광하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어 많이 찾아오는, 찾아오고 싶은 고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덩그러니 건물과 듬직한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는 청산초등학교가 폐교가 되었지만 이곳에 활력이 가득 차 마을로 돌아오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특별난 힘이 아니어도 만능인처럼 버티고 있는 내산리 이영춘(69세) 노인 회장은 마을의 궂은일을 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이다. 이영춘 노인 회장은 노인회 활동이 각자 노인들이 서로를 위해주고 화합하기 위해 깃제사도 함께 지내고, 서로 빈집도 챙겨주면서 자신의 일처럼 돌보고 있단다.

또한 부전매실마을로 알려진 만큼 매실로 여러 가지 독특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마을만의 야채도 개발하여 농가수익도 올리며 굴곡이 심하지 않게 마을사람들이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 이영춘 내산리 노인 회장

최언평 이장은 부전매실마을로 알려진 이 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사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프로 못지않은 실력이라고 한다. 처음 삼삼오오 배우기 시작한 사물놀이가 이제는 마을의 행사 때마다 없어서는 안 될 동네의 자랑거리이다.

다른 곳에 비해 낙후된 마을회관인지라 사람들은 한 결 같이 폐교되어 풀만 무성한 청산초등학교를 마을에서 이용했으면 하는 것이 요즘 그의 바람이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웰니스 마을의 특성도 살리고, 사물놀이 연습도 더욱 더 열심히 하여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이 마을에 위안을 주고 싶다고 한다.

무성산을 한 줄기로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한천리와 내산리 마을, 그곳 사람들은 노인이라는 말은 한 결 같이 부질없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메워가고 있다.

비어버린 논과 밭, 산과 들이 무성산을 닮아 더 깊어져, 마을사람들의 행복한 꿈이 되어지고,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고, 폭죽 터지듯 웃음소리가 번져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이들이 어제도 오늘도 숨 쉬면서 무성산에 간직해 온 오래된 꿈이라고 한다.

“이 사업은 충청남도 지역 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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