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탄생지 가카라시마, 그 현장을 가다

부산 국제터미널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부산에서 고속선을 타고 오후 1시 하카타하에 도착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후쿠오카 시립박물관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체험현장의 재미있는 모형과 각 나라의 옷을 입어보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머리에 갖가지 모양을 낼 수 있는 모니터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가라츠 시내를 돌았다.

무령왕이 탄생한 오비야 동굴앞에서 공주소리꾼 이걸재 관장이 최병숙 고수의 장단에 맞춰  '공주이라랑'을 부르고 일행은 한마음이 되어 같이 불렀다.

 이튿날 가라츠를 출발해 나고야성을 뒤로 하고 요부꼬에 도착했다. 많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은 오징어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 맛이 정말 맛나다고 하는데, 바쁜 우리는 상상으로만 접어두고 잠시 그곳에서 줄다리기 행사 준비로 바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며, 가카라시마를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우리나라와 쓰시마, 이키시마, 그리고 규슈 본토를 잇는 최단거리에 있다는 가카라시마를 향해 가는 배는 20분 정도 걸렸다. 

올해로 제12회를 맞는 무령왕축제는 그곳 섬의 사정으로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에서 주관하게 됐다. 이런 설명을 하며 이축제의 중심인 공주대 윤용혁 교수는 2006년 6월에 백제의 고도 익산의 신영석 2개를 사용하여 한일교류를 기념하는 새로운 심벌로 기념비를 세울 때도 비가 내렸고, 이번에도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비가 온다고 말씀하신다.

▲ 오비야 동굴에서 무령왕탄생 축하를 위해 준비한 술잔을 올리고 있는 정영일 회장, 이창선 부의장(공주시의회), 정근성 과장(공주시청)

 무령왕이 태어나신 섬에 오늘도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우리의 방문을 눈물로 반기시는 것 같다. 무령왕릉이 발굴되면서 오늘날까지 우리는 무령왕의 출생년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무령왕 지석을 기준으로 하면 462년에 태어나신 것이라고 하고, 「일본서기」에 의하면 461년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일본서기」의 「백제신찬」인용에 따르면, (무령왕 4년) 곤지가 왜에 향하였을 때 축자의 섬에 이르러 사마왕을 낳았다. 섬에서 도로 보내 경에 이르기 전에 섬에서 낳았다. 그래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 지금도 각라의 바다 속에서 주도가 있다. 왕이 탄생한 섬이다. 이 때문에 백제인이 주도라 이름 하였다.’ 라고 전해지고 있다고 김현구 명예교수(고려대)가 말씀 하신다.

▲ 무령왕기념비 앞에서의 김현구 교수가 무령왕과 백제사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령왕 출생전승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하신다. 그렇게 가카라시마 오비야 동굴에서 태어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탄생한 그날도 비가 내렸을까. 그 옛날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힘든 여정이었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하여 많은 고민도 했으리라.

우리는 무령왕탄생기념비 앞에서 올해로 12회를 맞는 탄생축제와 관련해 현지 실행위원회가 섬 사정으로 축제를 준비하지 못해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내년에는 13회를 준비하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오비야 동굴로 향하는 길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동굴 앞에서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이걸재 관장(석장리박물관)이 최병숙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를 한다. 정갈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동굴과 섬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맞춰 또 다시 비는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탄생을 기념해주는 우리로 하여 너무나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자. 돌멩이 하나, 바람하나, 풀 한포기 하나,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한줄기에도 혹여 자신을 잊을까 조바심하던 그날의 그 기쁨을 우리가 마련한 이 자리로 하여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자.

기념비 옆에서 기념식수를 하는 정영일 회장(좌)과 이창선 시의회 부의장(우)

 그렇게 그날의 무령왕 탄생은 자연 속에서 새소리와 파도소리와 돌부리에 부딪치는 소리만으로 축복을 받았지만, 오늘은 우리의 왁자지껄함과 동굴을 울리는 우리의 소리로 그 탄생을 기뻐하는 자리가 너무 고마워서 흘리는 그런 눈물이라고 치자.

어깨를 적시는 빗방울도 코끝을 스치는 바람도 이토록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은 눈감고 기억해내려는 내 작은 시대정신일까. 푸드득 거리며 날던 새들도 조용하다. 부딪치는 파도에 동글동글해진 돌 만큼이나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번 축제가 12회를 맞는다니 먼저 준비하지 못한 죄송스런 마음도 한켠에 있지만, 이렇듯 준비하고 기념하는 작은 발길이 더 많은 날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 무령왕탄생기념비 앞에서 김현구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는 공주답사팀.

 그동안 쉬지 않고 이를 준비해 온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에 고마움을 느낀다. 더구나 올해는 가카라시마 섬 사정으로 우리가 온전히 준비한 축제가 아니던가.

백제 옷을 입고, 백제의 모습을 하고, 백제의 소리를 내며 무령왕 탄생을 축하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렇게 백제 25대 무령왕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렇게 모두가 앉아 그날을 더듬어 보며 그분의 탄생을 소리 높여 축하하는 것이다.

이 작은 섬에서 저 드넓은 바다를 건너와 이렇게 조그만 동굴에서 태어났다는 무령왕! 지금은 이렇게 임금의 섬으로 불리며 우리를 반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비야 동굴 앞에서 그 먼 나라 백제를 떠올렸다. 지금이야 그 시대에 비해 짧은 시간에 오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 시대에는 모든 것이 시간이 걸렸고,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 무령왕 축제 실행위원회와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가 축제에 참가하기 전 교류행사를 했다.사진은 2012년 백제무령왕 정세호·최순자 부부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 일행 중 유일한 초등학생인 박윤과 이지석, 박천웅은 왕이 태어난 오비야 동굴이 너무 초라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찌하랴. 이곳은 일본 땅이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민간단체들이 기억해내고, 찾아오면서 그래도 마음으로, 행동으로 무령왕의 탄생지를 잊지 않는 일인 것을...

이번에 축제에 참여한 너희들의 작은 발길로 또 하나의 역사를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내고 증명하고, 보존해 가는 것만이 우리의 역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백제의 6세기를 중흥시킨 무령왕이 탄생했다고 전하는 오비야 동굴 앞에서 모두 한마음이 되어 그날의 세상을 진동시킬 듯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듣지 못해도 마음으로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 절절함은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축하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에 오른다. 오늘 저녁은 몽골촌에서 숙박을 하고, 내일은 기대를 안고 일본 도자기의 도조라 불리는 이삼평이 잠들어 있는 아리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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