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기영 의원의 미국 현대 미술관 연수 답사기

❏ 첼시마켓(Chelsea Market)과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

뉴욕의 첼시마켓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뿐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가 없다.

▲ 길 건너편에서 바라본 첼시마켓 전경

원래 과자를 만들던 공장이었는데 낡고 오래되어 철거 위기에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상점을 입점 시켜 명물마켓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지금은 뉴요커와 뉴욕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꼭 들려야하는 필수 여행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마켓 안은 통상 보는 우리의 시장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면 첼시마켓만의 독특한 매력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된다. 바닥은 공장으로 사용할 당시 그대로에 칠만 했을 뿐이고 구조물이나 배관 파이프 심지어는 공장에서 사용하던 일부 시설까지도 대부분 그대로 활용해서 재창조 해낸 결과물이 바로 첼시마켓이다.

낡았지만 전혀 지저분하지 않고, 오래되었지만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적당한 철거와 현대적 감각이 가미되어 오히려 세련된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천정과 벽면을 살펴보면 공장으로 사용될 당시의 형태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고,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통해서 개성이 넘치는 첼시마켓으로 만들어 냈다.

내부를 거닐다 보면 마켓이라는 느낌보다는 공장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며 나무 바닥과 공장으로 사용될 당시의 구조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칙칙한 공장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밝은 색의 칠과 조명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켠켠히 쌓은 벽돌기둥에 남아있는 시멘트나 녹슨 철골 구조물은 어색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쾌적하고 쇼핑하거나 식사를 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공간 활용과 미적 감각이 상당히 돋보였다.

▲ 첼시마켓 내부전경

뒤쪽 출입문 한편에는 마켓의 역사를 사진으로 담아 전시해 놓아 마지막까지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최대한 배려하려는 첼시사람들의 사려 깊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반대쪽 출구 바로 머리위에서부터는 튼실한 철골 구조물이 길 건너 앞쪽 건물로 이어져 연결되어 있다. 바로 하이라인 파크가 시작되는 지점인데 오른쪽 횡단보도를 건너 계단을 오르면 하이라인 파크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이라인파크는 옛 철도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아주 특별한 공원이다. 이 철길은 1930년대까지 화물운송을 위해 지상 30피트 높이에 설치된 철길이었다. 건물사이를 비집고 연결되어 있던 철길이 용도를 다하여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하이라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결성하였고 이들을 중심으로 뉴욕시의 지원을 받아 시민공원으로 재탄생되었다.

하이라인 파크길 을 따라 약 1킬로미터쯤 이동하다보니 뉴욕의 젊은이들이 여기에 다모인 듯하다. 길 곳곳에는 꽃식물이 식재되어 정원을 이루고 그늘과 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간간히 웃통을 벗어던지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춘남녀들이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벤치에 앉아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뉴요커들 그리고 하이라인파크와 잘 조화를 이루도록 건축해 놓은 철길주변 건물들이 오늘날 명품 하이라인파크를 만들어낸 주역들이 아닌가 싶었다.

❏ 소호(Soho)와 첼시거리(Chelsea Street)

소호란 사우스 오브 하우스턴(South of Houston)거리의 남쪽으로 전에는 갤러리나 개성 있는 부티크들이 줄지어 늘어선 예술가의 거리였지만 프라다, 샤넬 등의 브랜드숍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 소호거리에 내걸린 무명작가의 그림

처음에는 공장 밀집지대로서 공장이나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이 많았는데, 대공황을 거치면서 공장 들이 하나 둘씩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감으로써 비어있는 건물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지금의 모습을 나타나게 되었다.

이곳 건물들의 높은 천정은 화가들의 창작 작업실로서 안성맞춤의 공간을 제공하게 되었고, 여유 있는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게 되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점, 바(Bar), 부티크(Boutique) 등이 많이 들어서면서 번화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첼시는 소호에 비해 분위기가 새롭다. 한 건물에 수십 개의 갤러리가 모여 있는 빌딩도 있고 갤러리 간의 이동거리가 짧아 적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첼시가 제격이다.

이 지역에는 갤러리가 300여개 있다. 불과 몇 개 블록 안에 갤러리들이 밀집되어 있어 짧은 시간에 여러 작품을 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첼시거리의 특징은 오픈 갤러리가 많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갤러리가 무료입장하여 마음껏 감상하고 즐길 수 있어 좋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사진도 찍고 해도 제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 소호거리의 한 매장 쇼윈도우 앞에 선 필자

그러기에 첼시는 미술가를 꿈꾸는 화가지망생들에게는 꿈의 무대이자 희망의 땅이다.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미술이 흘러 들어와 온갖 작품으로 탄생되고 거래되는 거대한 미술시장이 바로 첼시인 것이다.

❏ 맺는 글

지난해 연말부터 웅진동에 완공된 고마센터를 두고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고마는 중부권 최고의 문화공간조성을 목표로 지상3층 규모의 컨벤션홀, 전시장, 세미나실, 향토역사자료실 등 다양한 문화복합기능을 갖추어 운영하겠다는 것이 공주시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술관 기능을 중심으로 한 고마센터의 직영과 민간위탁 운영방식을 두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막대한 운영비가 소요되고 공공성확보나 지역 미술계의 참여 보장 등의 난제들이 논란의 쟁점이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지만 필자가 둘러본 미국 미술관이나 국내 미술관의 설립과정이나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서 미술관은 전문가의 역할이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고 우선한다고 느꼈다.

▲ 하이라인파크로 몰려든 뉴욕의 젊은이들

하지만 고마의 성공과 실패의 본질을 직영과 위탁에서 찾으려는 지엽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오히려 공주시의 미래를 바라보며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연계하여 지역브랜드로 삼아 공주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하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되풀이 하는 말이지만 고유의 역사와 독창적 문화가 있는 도시는 세계와 소통하는 도시로 발전한다. 2009년,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 공예분야에 등록된 일본의 가나자와시는 도시계획과 문화정책 그리고 산업정책을 통하여 문화의 공간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는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다.

가나자와시 야마테 타모츠 시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글을 소개하며 6박 8일간 미국 현대미술관 연수의 일정을 정리한 소감을 맺고자한다.

‘가나자와시가 관광도시로 인식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관광도시는 집객에 능한 도시일 뿐 고유의 멋을 추구하는 진지함이 없습니다. 저는 가나자와가 학술 문화도시로 인식되기를 희망합니다.

학술 문화를 동경하여 많은 사람이 방문하면 자연 관광이 활성화됩니다. 관광도시는 우리가 추구하는 학술문화도시의 결과일 뿐, 목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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