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백제문화 콜로키움 ‘백제 왕도속의 웅진성’

공주 공산성.

내가 처음 공주에 도착하였을 때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존재이다. 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공산성의 모습은 웅장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그리 큰 존재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공산성과 조우하지만 별 다른 느낌 없이 매번 지나치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왠지 모르게 석양에 비친 공산성의 모습은 묵묵히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 뒤, ‘제38회 백제문화 콜로키움’은 공산성의 존재를 나에게 확실히 알려주었다. ‘백제 왕도속의 웅진성’이란 주제로 진행된 콜로키움이었다. 주제부터가 나에겐 신선하면서도 파격 그 자체였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공주라는 곳은 백제의 피난 도읍지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산성은 백제의 피난처일 뿐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진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콜로키움에서 이남석(공주대) 교수는 공산성은 백제의 엄연한 왕성이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공산성은 왕성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 백제의 중심지라고도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부터 직접 공산성 발굴조사를 해온 고고학계의 전문학자다. 그가 들려준 발굴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영상으로 보여준 당시 현장 및 유적 사진 등은 너무나 실감났다.

또한 콜로키움에 참석한 많은 공주시민들의 열띤 참여는 그들이 공주 역사에 큰 관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참석한 공주시민들은 해박한 역사지식과 분명한 역사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깊은 역사를 가진 고도 공주의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괜스레 대전보다 작은 도시라며 공주를 얕보았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이번 콜로키움을 통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공산성과 백제에 대한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이 교수의 주장이 추정일 뿐이지만 그의 주장에 깊이 동의하며 공산성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만간 공산성을 둘러보리라 다짐했다.

오늘따라 석양에 비친 공산성의 모습이 웅장하다 못해 근엄하게 느껴진다. 공산성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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