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1942년부터 1945년 무렵의 제민천은 맑은 물이 항상 흐르고 있었다.

봄바람 살랑거리는 천변에서는 병아리들이 어미 닭의 뒤를 쫓아가며 삐약삐약 울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어미 닭의 등 위로 날아 오르는 놈도 있었다.

▲ 현재의 제민천의 풍경

여름이 되면 천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미꾸라지와 송사리, 잔 새우가 많이 있었다. 소쿠리를 가지고 피라미를 뒤쫓는 아이들의 환성이 들렸다.

시장에서 훨씬 아래쪽의 제민천 하류 풀밭에는 왕개구리가 많이 있었다. 어머니가 판판하고 커다란 돌판 위에서 하얀 옷을 다듬이로 두드리는 소리가 석축 돌담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큰 비가 내린 후에는 흙탕물이 양쪽 석축의 담 아래까지 넘치고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하얀 물결까지 보였다. 겨울에는 얼음 위를 걸었는데, 얼음이 깨지기도 하였다.

당시 제민천에는 살아 있는 생물들이 있었다. 자연의 움직임이 있었다. 시정(詩情)이 있었다. 목가적(牧歌的) 풍경이 있었다.

10년 전에 가 본 제민천은 개수(改修)된 2, 3m 폭의 용수로가 하천 중앙에 만들어져 있었다. 그 곳을 뿌연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잡초도 자라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이 없었다. 때문에 생명도 없었다. 자연도 없었다. 제민천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2013년 6월 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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