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지원 사업 기획취재 - 8

공주하면 밤이라고 할 정도로 밤농사를 많이 짓고 있지만 이는 늘 어려움을 동반한다. 이런 속에서 삶과 민요를 접목시켜 산골마을의 특성을 살려내는 마을이 있다. 두레와 농요로 토속적 채취를 느끼게 하는 마을, 이 마을만의 민속놀이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희망을 담아낸다.

▲ 봉현리 마을 입구

봉현리는 공주시에서 서쪽으로 20km, 우성면사무소에서는 서남쪽으로 10km에 위치해 있다. 공주시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청양군 쪽으로 614번 지방도를 따라 20여분 가다보면 야트막한 구릉을 만나게 된다.

백제시대에는 웅천에 속했고, 신라시대에는 우주에 속했으며 고려 때는 공주목으로 조선 때는 공주군으로 말엽엔 공주군 성두면 지역이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봉명동, 산현리, 수현리를 합해 봉명동의 ‘봉’에 산현, 수현의 ‘현’자를 따서 봉현리라고 명명하여 우성면에 편입된 것이다.

▲ 봉현리 마을 회관

이 마을은 청양군과 공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차령산맥의 오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인지 현재는 밤농사를 짓는 집이 많다.

김재구(65세)씨도 밤을 주우러 산으로 향하며 웃음을 짓는다. 가을은 쉴 틈이 없단다.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의 한낮의 더위를 잊을 정도로 때를 놓치면 그만 상품 가치가 없어지고 마는 밤알을 주우며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조차 없다고 한다.

눈만 뜨면 함께 일할 일손들을 태우고 산으로 향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산은 해도 빨리 진다. 그 틈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밤을 줍는다. 지금 89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내 하경희(61)씨도 집에서 살림하랴 손주 돌보랴 마을일에 또 협조하랴 바쁘다.

▲ 김재구씨가 밤 수확에 나서기전 잠시 기념촬영을 하며 웃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일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모든 농촌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의 삶을 당연시 여기며 리듬으로 살려내는 것들이 기쁨을 알아가는 일이라고 본단다.

봉현리가 자랑하는 상여소리는 올해에도 제59회 백제문화제에서 공연됐다. 이는 이미 봉현리 상여소리 보존회가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담당하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것도 큰 걱정거리이다. 예전처럼 상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전통문화로 남겨져 가고 있을 뿐이다.

상여소리는 죽은 이가 저승으로 가기 전날 상여꾼이 빈 상여를 메고 풍악과 노래를 하면서 마을을 도는 민속놀이이기에 흉상인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고 호상인 경우에만 하는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행복을 저승에서 구하는 놀이로 내세관을 잘 표현하고 있다.

▲ 제59회 백제문화제에서 상여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듯 비교적 전통문화가 원형으로 유지하여 잘 보존되어 오는 것도 마을주민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60대 이상으로 두레나 지게놀이 등이 마을의 자랑거리로 남아있다.

마을이름도 굴티, 당골, 쌀바위, 묘티, 사룡골, 새울, 무재, 조동골, 잿낙골, 모사리골, 불무골, 지름고개, 황닭골, 성학이골, 한커리, 벼꾸봉, 갓모래기 등 마을 고유의 전래에 의해 전해오고 있는 것도 고유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임재현 이장도 가을이면 밤농사를 비롯한 가을걷이에 쉴 틈이 없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마을의 민속놀이로 자리 잡고 있는 상여놀이와 지게놀이가 마을사람들을 하나로 협력하게 해주고 이런 것들이 마을을 알리는 일이기에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마을을 위해 일해 주던 어르신들이 세월과 함께 무심하게 하나 둘 떠나실 때 어쩔 수 없이 보존의 어려움도 느끼지만 그래도 후손에게 물려줄 하나의 봉현리만의 놀이라고 생각한다.

상여소리는 모두 사람의 손을 빌리고, 호흡을 맞추면서 해야 하는 전체의 놀이이기에 협동은 기본이다. 세월 속에 모든 것이 변해도 꼭 하나 지켜내야 할 것이 있다면 봉현리만이 갖고 있는 이런 전통놀이들의 전문성을 살려 마을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전승해 오고 있는 것들을 잘 지켜내고, 마을의 특성을 살린 밤농사의 특가사업을 최대한 경제적 가치가 있도록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이다.

그렇게 상여놀이를 통해 큰 행사를 치르다 보면 어느새 마을 사람들은 하나가 되고 모두에게서 마을을 지켜내려는 희망을 보게 된다. 그렇게 뭉치고 또 이겨내고 그런 것이 고된 농촌생활이지만 풍요로운 삶의 지혜를 얻어내는 일이기에 오늘도 상여소리는 봉현리의 자랑거리로 자리 잡는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