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논술 학원을 하면서 저 자신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글쓰기가 쉬워질까? 하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필독서가 선정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고 쓰는 것은 더 어려워합니다.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책에 대한 아무 이야기나 혹은 오늘 보았던 것들, 거기서 느낀 것을, 말해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신나게 이야기 합니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말하지요. 학생들의 반응은 ‘에이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써요?’ 라고 합니다. 글과 말이 다르지 않는데 글을 쓰려고 하면 학생들은 먼저 몸이 경직되어 버립니다.

왜 그럴까요? 그 답이 이 책에 있습니다.

제가 이 지면을 맡으면서 어떤 책을 먼저 소개할까, 가장 많이 필독서로 등장하는 박완서님의 ‘자전거 도둑’을 할까, ‘동백꽃’을 할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영혼이 아름다운 날들’을 할까 생각을 했지만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를 제일 먼저 택한 것은 문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개혁군주로 잘 알려진 정조는 고문古文주의자 였지요. 이 책은 정조의 문체반정에 희생된 조선의 멋진 문사 이옥과 김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읽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이 그 풍경과 모습들이 눈에 환하게 들어오는 이들의 글을 ‘소문체’라하여 임금은 쓰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합니다.

즉 성리학에 바탕을 둔 정중하고 무거운 문장이 아닌 가볍고 흥미로운 제재, 경묘한 필치 사람이 느낀 감정을 거짓됨 없이 기록하는 문장 스타일은 그 당시 사대부들이 쓰던 고문체와는 다른 것이었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옥의 글은 일상생활의 희로애락을 바라보는 기이한 생각과 감정이 들어있어서 사물들의 풍경 등이 한눈에 그려집니다. 성균관 생이었던 이들, 임금의 탄압에도 자신의 문체를 고집하다 행려병자처럼 떠돌게 된 이옥, 김려 역시 10년의 유배생활과 고문을 견디다가 나중에는 낮은 관직인 함양군수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도대체 문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오늘날 이옥의 반짝이는 감성들이 환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은 바로 우리 마음의 창입니다. 내 마음과 만나지 못하고 겉모습만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지요.

저는 이옥처럼 쓰라고 권하고 싶네요. 책을 읽어보면서 답을 알아가세요. 그리고 책속에서 주정뱅이 같은 이옥의 아들 우태가 아버지의 글에 대해 평하는 것도 눈여겨 봐 주세요.

읽다가 어떤 생각이 스치면 그것을 얼른 잡아서 메모를 해 두세요. 그리고 그 생각을 가지고 시작해 보세요. 독후감을 쓰는 방식이 있긴 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이옥과 김려의 행동에 대해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또는 다른 것은 개혁에 앞장섰던 정조임금이 왜 문장만은 고문을 주장했는지, 문체반정이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 아님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나의 경험을 살려 이야기 해 보든지, 만일 나에게 이옥과 같은 어떤 끼가 있다면 어떻게 풀어 가고 싶은지, 책의 옆구리를 찢고 들어가서 나의 생각들과 만나세요.

앞으로 쓰게 될 제 글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거든요. 책과 글은 우리 마음의 창을 넘어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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