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의 ‘자전거 도둑’은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 보았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중학교 필독서에도 빠짐없이 들어가는 책이거든요.

이 책이 쓰였을 당시는 우리나라가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답니다. 도시에 공장이 많이 들어서고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을 해외에 수출하여 많은 외화를 벌여 들였지요.

지금은 서울 복판을 시원스럽게 흐르는 청계천 역시 그때에는 봉제 공장들이 들어차 있던 곳이었답니다. 그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어려워 진학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누이들과 형들은 도시로, 공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좋지 못한 환경에서 일을 했지요. 그렇게 번 돈을 그들은 시골로 보냈습니다. 그 돈은 다 닿아 너덜거리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어린 동생들의 신발이 되고 시골에 남은 가족들이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기도 했답니다.

‘자전거 도둑’의 수남이 형은 온 집안 식구가 기대를 걸고 고등학교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형은 할 일이 없어 빈둥대다가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훌쩍 서울로 떠납니다. 어려웠던 그 시절 장남만은 공부를 시키려고 했답니다. 장남이 잘 되면 동생들도 공부시켜주고 부모님도 호강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도시로 왔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그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어중간한 학력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요. ‘자전거 도’에 나오는 수남이의 형도 여기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수남이의 남은 가족들은 형이 돈을 부쳐오기를 기다리지만 형에게서는 2년 동안 편지 한 장 없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동생들의 옷과 과자, 고기를 잔뜩 사 가지고 형이 돌아옵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자랑스러워 동네잔치를 벌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형이 사 온 선물들은 도둑질을 한 것으로 곧 밝혀지고 형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차고 도둑질을 재현하는 광경을 수남이는 숨어서 봅니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이 떠돌다가 2년 만에 고향을 찾으면서 도저히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어 도둑질을 한 것이지요. 그 시절 궁핍했던 농촌의 한 단면입니다. 문학은 그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거든요.

그러나 성공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1970년대의 성공이란 물질적인 성공이었지요. 돈만이 최고라는 생각은 멀쩡한 사람을 도둑이 되게 만들기도 했고, 파렴치한 인간이 되게 강요되기도 했습니다.

수남이도 어린 나이에 도시로 가 잡화상의 배달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배달을 가다가 본의 아니게 고급 승용차에 흠집을 내고 거액의 변상을 요구하는 승용차 주인으로부터 도망칩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을 비롯한 주인 영감이 잘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죄의식이 별로 없었던 수남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갈등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을 했는데도 호되게 나무라기는커녕 칭찬하는 도시의 사람들로부터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시골로 돌아갑니다. 형처럼 될까봐 겁이 난 겁니다.

여러분은 수남이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이런 수남이의 행동이 과연 옳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답니다. 극복했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 당시 수남이가 시골로 다시 돌아가서 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농사지을 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굶주려야 하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것보다는 도시에 남아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잘못된 것을 잘못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 도시 사람들의 물질만능주의에 갈등하는 수남이를 저는 희망으로 봅니다.

즉 수남이는 도시에 남아 있어도 순수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틈틈이 공부하는 것으로 봐서 휠씬 나은 미래가 있지 않았을까요.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 싶네요. 그리고 수남이의 성격으로 봐서 죄책감이 꽤 오래 갈 듯 싶네요. 여러분이 저와 같은 생각이라면 수남이의 행동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펼쳐 보세요.

작가가 쓰고자 했던 것은 정신적인 가치보다도 물질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업화가 가져다 준 그늘일 겁니다. 그리고 정신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수남이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60-70년대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대해 알아야 한 답니다. 산업화의 그늘에 대해 궁금하다면 ‘전태일 평전’을 읽기를 권합니다. 또 성공의 의미에 대해서 펼쳐 봐도 괜찮겠네요. 수남이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도 괜찮아요.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