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전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성장소설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 일 것입니다. 그 당시는 성장소설로 소개된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기억 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의 작가들도 많이 쓰고, 번역서도 많이 소개 되고 있지요.

성장소설이 뭐냐고요?

주인공이 소년기의 미숙함에서 성인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겪는 정서적 아픔을 통해 성숙해 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와 좌절을 겪지만 잘 이겨내고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해 길을 찾아 나가는 글 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이 바로 성장소설입니다. 이 책에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주인공 소년 로버트는 가난하지만 정이 많은 이웃들과 돼지 잡는 일을 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아버지, 가정적인 어머니, 이모와 함께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소가 새끼를 낳는 것을 도와주고 아기 돼지 한 마리를 선물로 받습니다. 로버트는 아기돼지 핑키와 행복한 시간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 돼지를 직접 잡아야 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그 돼지는 로버트가 가족 다음으로 아끼고 사랑했지만 새끼를 낳지 못해서 가난한 로버트 집에서는 키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로버트는 돼지 핑키를 죽이는 아버지를 돕지요.

그해 사냥도 안 되고 혹독한 겨울철을 이겨내야 하는 가난을 로버트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른이 되려면 이겨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난이 싫고 가난한 아버지가 싫을 때도 있었지만 로버트 역시 아버지를 이해합니다.

핑키가 흘리는 피를 보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돼지보다는 가족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잘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가슴으로 느끼게 된 답니다.

가족보다는 나 자신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여운을 참 많이 남기는 책이지요. 핑키를 가슴에 꼭 안으며, 최소한 내가 가진 것 중에 그렇게 소중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한 로버트의 말이 다시 되살아나는 군요.

지금 여러분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언젠가 학생들에게 부자여서 좋은 것과 가난해서 좋은 것을 써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부자여서 좋은 것은 10개 이상 썼지만 가난해서 좋은 것은 빈자리로 두고, 오히려 가난해서 좋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제게 묻더라고요. 로버트에게 가난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놓아야하는 아픔이지만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핑키를 통해 누렸던 행복을 로버트는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 집니다. 아버지가 돼지를 잡는 것이 싫어서 돼지를 잡지 않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바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지요.

동네 사람들이 문상을 오느라 그날은 마을에 돼지를 잡지 않습니다. 그날 13살의 로버트는 의젓하게 문상객들을 맞습니다. 잔잔한 슬픔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좀 가 볼까요? 한번쯤은 돈을 주머니에 넣고 읍내 가게에 가 마음껏 물건을 사고 싶다고 말하는 로버트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다 해서 다 따라 할 필요는 없어. 네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글자도 못 읽는 아버지였지만 로버트는 이런 아버지를 나중에 존경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핑키를 아버지가 잡는 것을 도운 것도 이들 부자간에는 특별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돈이 많다고 되는 것일까요? 독후감을 쓸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그런 아버지를 통해 로버트가 성숙해가는 과정이겠지요.

청소년기는 대부분 부모님과 작은 갈등들이 있답니다. 로버트를 통해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더 없이 좋은 글이 될 겁니다.
*로버트 뉴턴 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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