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무령왕축제 참가 답사기

새벽 5시. 예년과는 다르게 항공기 편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전 9시 10분 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 고요한 새벽공간을 깨운 가운데 공주대 주차장에는 제 14회 가라츠 무령왕축제 참가팀(총31명)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었다.

이번 축제탐방은 1. 무령왕 탄생 축제 2.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 참가 3. 이삼평 묘소 참배 등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됐다.

▲ 디자이후(태재부정청)를 답사하는 일행

다자이후와 백제인의 수성(水城)

첫 탐방지 다자이후로 가서 백제인의 생각과 손길이 담긴 수성(水城)을 찾았다. 특별사적 水城跡으로 표시된 안내판이 눈에 다가왔다. 백제와 협력했음에 대한 나·당 연합군의 보복을 대비하기 위해 10m높이로 흙을 다져(시루떡 모양) 쌓은 성은 백제성이다.

보통 백제는 산에 성을 축성하나 이곳 수성은 평지에 축성되고 평소에는 해자를 비워두었다가 적의 침공 시 안쪽의 물을 바깥쪽으로 흘려보내 물로 바리케이트를 치는 아주 슬기로운 축성 구조이고 수성 안에 산성인 대야성이 있다는 윤용혁 교수의 설명이 있었다.

문물교류의 관문이며 그러기에 선진지인 구슈(九州)의 중심지였던 다자이후(太帝府政廳)이 있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차지하고 있는 범위가 넓었고 지형적으로 천혜의 요새처럼 보였다. 어설픈 복원 보다는 원형보존을 위해 정리하는 일본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전서체로 된 태자부지비, 도독부고적, 태제부비 3종류가 모두 한자로 새겨 진 기념비는 이곳에서도 백제인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

▲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니리무세마(임금의 섬)'노래를 합창하는 장면

이번 탐방에서 중요한 행사인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가 사가현 가라츠시 리후레 홀에서 개최됐다. 한국과 일본의 무령왕 관련 4개 단체(공주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한일곤지네트워크협의회, 마츠로백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가라츠무령왕실행위원회)간 교류체결이 있었다.

이어 박천웅(신관초 6)어린의의 개회 인사에 이어 한·일간 학생들의 발표가 있었는데 우리 측에서는 박윤(공주중 1)학생의 ‘더 가까워지면 안 될까요?’와 김한보(영명고 1)학생의 ‘백제와 만나고 일본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발표가 있었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과의 관계를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우리 아이들의 당당하고도 솔직한 발표가 가슴에 큰 여운을 남겼다.

또 얼마 전 공산성 앞에서 무령왕을 소재로 백제기악 창작무용극 ‘사마의 꿈’을 공연한 바 있는 최선(공주대 교수) 무용단의 ‘왕의 탄생’을 주제로 한 태평무와 소고와 북춤이 관객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아울러 공주 웅진회의 ‘무령왕 탄생’연극발표도 있었다.

특히 행사 마지막에 양측 시민이 함께 부른 ‘니리므세마(임금의 섬)’ 합창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이 되어 민간교류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도조 이삼평 묘소에서

▲ 아리따의 이삼평 묘를 찾은 일행. 전경일 시민국장이 계룡백일주로 추모의 잔을 올리고 있다.

 이삼평(李參平 1579∼1655)은 정유왜란이 끝날 무렵 나베시마군에 의하여 일본으로 붙들려간 공주 출신의 도예가로 1616년 사가현의 작은 산촌마을  아리타(有田)에서 백자광을 발견하고 백자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일본 도자기의 역사를 열었다.

이 아리타 도자기가 부근 이마리 항을 통하여 유럽에까지 대량 수출됨으로써 일본이 도예입국의 신화를 열었다는 것이다. 일본에 잡혀간 도공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이삼평이었던 것이다.

묘비에 새겨져 있는 ‘월창정심거사’란 비명 속 법호 월창(月窓)을 읽으며 하염없이 스며드는 향수를 달래려 몸부림쳤을 깊은 마음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고향 금강출신임을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성을 금강(金江, 가네가에)이라 하지 않았을까?

아리타에서는 1959년에 시라카와(白川)의 공동묘지에 ‘월창정심거사’란 비명의 묘비를 세우고 관계 자료를 모두 확인한 후 1967년에 사적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공주시 전경일 시민국장이 대표하여 준비해간 계룡백일주를 정성스럽게 따라 올리고 참가자 전원 일동 묵념을 한 후 음복까지 하고 참배를 마쳤다.

동행한 나정희 선생이 애절하고도 고운 목소리로 이삼평 공의 영혼을 위로하는 추모의 노래를 불렀는데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서 고향의 부모형제를 그리워했을 이삼평공의 사무치는 마음이 일행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무령왕 탄생 축제

▲ 2006년에 설립된 무령왕 기념비 앞에서 기념사진

백제 제25대 임금 무령왕이 태어나셨다는 가카라시마에 도착.

약간 높은 기온과 습도 높은 나고야 항을 뒤로하며 신나는 물보라를 만끽하다보니 더위가 사라지고 멀리서 부둣가에 인파들이 몰려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환영 인파였다.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 까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듯 했다.

‘가카라시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 프랑카드와 걸개그림이 부두를 뒤덮고 있었다. 부두에 배가 닿기가 무섭게 서로 얼싸안고 반가움에 모두가 함박웃음을 꽃피웠다. 이 모습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그간 10여 년 넘게 쌓아온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의 교류 흔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 무령왕이 탄생한 오비야동굴 앞에서 예를 올리는 일행

무령왕 탄생 기념비는 공주와 가라츠 시민의 성금으로 2006년 6월 25일 가카라시마 항구 가까이에 건립되었고 공주대 김정헌 교수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축제 선언에 이어 가카라시마 주민 대표의 첫인사 후 정영일 회장은 제14회 무령왕 탄생제’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감사하며 제61회 백제문화제를 홍보하면서 동참할 것을 정중하게 초대하였고 공주시청 전경일 시민국장은 “제14회 무령왕 탄생제를 위해 수고한 현지 주민들과 내·외국 각 단체에게 감사드리고 무령왕을 비롯한 백제역사지구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식이 곧 확정될 예정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고 하였다.

▲ 무령왕 축제에서 최선 공주대 교수의 지도에 따라 백제 춤을 흥겹게 추고 있는 축제참가자들의 모습

가카라시마에는 무령왕이 태어났다는 오비야우라 동굴과 골짜기에는 무령왕을 목욕 시켰다고 전해지는 우물도 있다.

준비해간 술잔에 계룡 백일주를 2014년 무령왕 김형복씨와 왕비가 가득 담아 헌작하며 큰 절 올리니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당시를 회상하는 모습들이었다. 동굴 앞의 몽돌들은 1,500여년의 세월을 몸으로 부대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무령왕 축제를 마치고 아쉬운 작별을 하는 가카라마시마 주민과 공주일행. 오색테이프로 서로의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일본에 남겨진 우리의 역사를 되새겨보며 특히 웅진 백제의 시민으로 관심과 협력이 모아지길 기대해 본다.

▲ 가카라시마 오비야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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