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937~ 영국), 2003, 143.5 x 183.5 cm

내가 사는 공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이 극장도 다른 영화관처럼 거대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영화가 상영된다. 그러나 가끔 공주민주단체협의회에서 한 개의 극장을 빌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의미 있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지난 7월15일, 구자환 감독의 <레드 툼>을 상영했다. 1950년 한국전쟁 초기, 국민보도연맹 소속 민간인들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무차별 학살된다. 그들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세력을 관리하려고 만든 반공단체인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됐고(지역 할당제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 가입된 경우도 있다), 이유도 모른 채 죽었다. 정부는 그들이 북한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레드 툼>은 이 끔찍한 국가 범죄에 대한 기록이다.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기억을 통해 죽은 님들을 떠올리며 불러낸다. 남편을 잃은 아내, 형님을 보낸 아우, 부모를 여읜 자식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진다.

여기에 당시 학살 현장에 동원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살려달라는 사람을 생매장해야 했고, 학살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신을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국가의 위협에 동조자가 되었다. 이렇게 군인이나 미군에 의해 학살된 사건은 드러나지 않고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침묵하게 했다.

<한국에서의 학살 Massacre in Korea, 1951, 피카소 작>은 1950년 10월 17일부터 12월 7일까지 황해도 신천군에서 있었던 신천대학살을 소재로 한다. 당시 미군의 소행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사건으로 피카소는 신문을 보고 알았다.

멀리 프랑스에 있던 피카소는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을 제작했고, 52년 뒤 영국의 화가 호크니가 새롭게 그린다.

그는 전쟁과 학살에 언론, 보도의 문제를 더하였다. 호크니는 자기 작품에 대해, 현재도 계속되는, 전체가 아닌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사진의 한계와 선택적인 보도 등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한다.

위쪽은 피카소의 그림을 원화와 비슷하게 재구성하고, 그 아래에 사진을 찍는 뒷모습을 그려 넣었다. 전쟁의 보도, 특히 전쟁과 관련된 사진 보도에 대해 비판하려 한 그의 생각이 아래 장면에서 표현되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에 그는 뉴스를 보며, 전쟁 사진이란 항상 보여주도록 허가된 것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그림은 피카소의 전쟁참상 고발과 호크니의 전쟁보도의 문제점을 함께 보여준다. 컴퓨터 게임 화면 같았던 그 당시 이라크 전 뉴스화면이  생각난다.

갓 결혼한 색시의 고운 얼굴을 보며, 다녀오겠다던 말을 남기고 나간 남편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곱게 지어놓은 한복을 장롱 깊숙하게 간직했다 꺼내보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그녀는 남편의 주검을 보지 못해서 아직도 옷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눈물을 머금은 그 얼굴과 촉촉한 목소리가 생생하다.

공주시에도 상황동(왕촌) 살구쟁이와 의당면 청룡리에서 보도연맹 학살이 있었다. 모두 300여구의 유해가 발굴되었으며 해마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와 뜻있는 사회단체는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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