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1887-19861958, Oil on canvas, 101.6×76.2㎝, New York, Collection Emily Fisher Landau

조지아 오키프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화가이지만 2013년에 <미국 미술 300년 전>에서 말의두상과 꽃을 크게 그린그림으로 우리에게 강한인상을 남겼다.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가십이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며 SNS를 장식하는 요즘 세태와 마찬가지로 그의 젊은 시절은 사진작가이며 남편인 알프레드 스티클리츠의 유명세로 주목받기도 하고 폄하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미국 위스콘신 주의 농가에서 태어났고 미술을 공부한 대부분의 평범한 여성들처럼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학생을 가르치며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스무살 이상 나이가 많은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를 만나면서 새롭게 시작되었다.

당시 스티글리츠는 요즘 말로 핫한 인물이었다. 그들은 예술작업의 동반자로 함께하기도 했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조지아 오키프는 남편이 죽은 이후에 그녀가 좋아하고 자주 갔던 산타페 근처 아비큐 Abiquiu에 메사 (미국 남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자같이 평평하고 가장자리는 가파른 사면이나 벼랑으로 된 지형)가 있는 오래된 아도비형식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는 록키산맥의 남쪽 끝자락으로 미국에서 지리적으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해발 2,135미터에 위치한 도시로 미국의 도시문명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색채를 간직한 곳이다. 아도비 Adobe 는 흙에 돌이나 짚을 섞어 반죽하고 말린 후 쌓아올려서 지은 집으로 우리나라 황토집과 비슷하다.

오래전 인디언들은 창문은 물론이고 집으로 들어가는 문도 없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형태의 아도비 집을 지었다. 동물과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다. 아흔아홉의 나이로 죽는 그날 까지 뉴멕시코의 햇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사막과 메사, 푸른 하늘, 아도비양식의 집은 그녀의 작품에 녹아있다.

인공조명이 비추지 않는 새벽에 하늘과 산을 보면 하늘의 달과 별은 빛을 내뿜고 있고 산과 대지는 빛을 흡수하고 검은 실루엣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림의 아래쪽에는 검붉은 대지의 우람한 실루엣이 자리하고 있고 푸른빛을 띤 하늘에는 반달이 있다.

그녀는 왜 보름달이 아닌 반달을 그렸을까? 우리는 보름달이 풍요롭고 완벽하다고 생각하는데, 늑대인간과 불길한 징조가 연상되는 서양의 이야기 때문인가. 대지와 달 사이에 있는 사다리는 허공에 떠 있다. 손이 닿을 듯 잡을 수 없는 달은 우리가 늘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아도비 집의 유일한 통로였던 사다리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기다린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아빠를 마중나간 늦은 밤에 달은 항상 나를 따라 비췄다. 요즘도 가끔 새벽에 잠이 깨면 환한 달빛 때문에 바깥등을 켜 두었는지 스위치를 확인하곤 한다. 달빛이 온전히 내게 쏟아지는 새벽녘,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없는 산골마을에 사는 호사를 누린다.

우리는 이 세상이 얼마나 드넓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 또 그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얘기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사용할 수 있다. 세상의 광활함과 경이로움을 가장 잘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자연이다.  <조지아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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