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붉은 단풍으로 산하가 아프다. 아픈 산하의 모습에 우리는 감탄하고 아름답다고 칭송한다.

사실 어찌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환을 우리의 삶과 연결 지어 연상하는 정서가 가을을 예찬하는 근본 이유 아닐까 한다.

쉬기 전에 마무리하는 자연에서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에 마음까지 붉게 물들어 아프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프면 아름답다’는 표현은 역설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임은 알려져 있다. 많은 예술 작품에서 이것이 드러나고, 일상에서도 파리하게 아픈 얼굴이 아름다움을 지녔음을 경험한바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붉은 색이 아픈 색깔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붉은 색과 연관된 의료계의 논쟁거리 하나를 말씀드리려한다.

인간의 질환이 사회경제적 요소, 환경과 연계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수렵기에는 먹거리를 얻기 위한 수렵활동과 연관된 사고 등에 의한 외상과 식량의 결핍에 의한 질환이 당면한 의료 현안이었을 것은 불문가지다. 차츰 인류의 생활이 발전함에 따라 그때그때의 생활 여건에 따라 이런저런 질환들이 그 당시의 중요한 의료 문제로 대두된 것도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질병발생의 추이를 살펴보면 똑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지러우면 빈혈이다. 이렇게 모든 국민이 믿는 것은 50-60년대의 가난한 시절이 낳은 영양 결핍에 의한 만연했던 빈혈이라는 질병이 빗어낸 일이다. 반대로 요즈음의 주된 의료 관련 관심 사항은 먹거리 과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뇨, 고지혈증, 비만, 통풍, 암 등이 대표적인 먹거리 과잉과 연관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먹거리 중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가공육, 붉은 살색 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려한다.

WHO의 발표를 요약하여 쉽게 옮기면 다음과 같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와 햄, 핫도그,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그리고 쇠고기, 돼지고기, 염소고기, 말고기 등 포유류의 고기를 뜻하는 붉은 살색 고기(red meat)를 2군A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국제암연구소가 발암성을 기준으로 물질을 분류하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즉, 사람에게서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경우 1군으로, ‘아마도’ 발암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될 때 2군A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때 2군B로, 발암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때 3군으로, 그리고 ‘아마도’ 사람에게서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4군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이번 WHO의 발표를 요약하면 ‘가공육은 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붉은 살색 고기는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 WHO의 발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IARC는 가공육의 하루섭취량이 50g 단위로 늘어날 때마다 대장암과 직장암의 발병률이 18%씩 높아지며, 적색육의 하루섭취량이 100g 단위로 늘어날 때마다 대장암과 직장암의 발병률이 17%씩 높아진다는 것이다.(다음 호에 지속)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