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가을은 어느새 옷깃을 떨치고 훌쩍 가버려 흔적조차 없고 완연한 겨울이다. 한 해가 갔다. 입에 달고 다니는 세월이 빠르다는 푸념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2015년 1월이 시작될 때 올 한 해는 정연한 일 년이었으면 하는 기대로 출발하였지만 허둥지둥 지나온 것이 가시처럼 가슴에 걸린다.

이 허둥지둥한 삶은 자꾸 되풀이되고 말겠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살아온 것도 그런대로 잘 살아온 것 아닐까 한다. 올 해도 마찬가지로 후회할 일도 있겠지만 열심히 살았고 잘 지내온 것이다. 그렇다. 꽤 괜찮게 살아온 것이라 믿는다.

가공육이나 붉은 살색 고기가 대장이나 직장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많은 연구논문이 이 사실을 뒷받침함으로써 의사들 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조차도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WHO의 발표의 파장이 컸던 것은, 가공육과 적색육의 발암 위험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한데 따른 것이다. 즉 WHO의 이번 발표는 가공육과 적색육의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건강을 위해 지나친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경고가 육류가 아닌 다른 식품이나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에서 발생했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겠지만 이상하리만큼 이 경고가 찻잔 속의 태풍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의 발표가 있은 지 며칠 후인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육과 붉은 살색 고기의 섭취실태, 다른 외국의 권장기준, WHO 발표내용, 육류의 영양학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섭취하는 가공육과 적색육의 섭취 수준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식약처는 WHO가 가공육 50g을 섭취할 때마다 암 발생률이 18%씩 증가한다고 발표한 것에 비해 우리 국민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 수준으로 낮고, 우리 국민 1일 적색육의 섭취량은 61.5g정도로 100g에 못 미치니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경고에서 무관하기만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고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려 한다. 식약처는 WHO의 경고의 의미를 애써 희석시키려한 경향이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가공육과 적색육의 위험성 경고를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애써 완화시킨 것이다. 또 그 주장의 근거가 수상하다.

식약처는 우리 국민 1일 적색육의 섭취량이 61.5g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5.4.13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량은 42.7kg인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 돼지고기 20.9kg 쇠고기 10.3kg 그리고 닭고기 11.5kg이었다. 그 중에서 붉은 살색 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제외하면 돼지고기와 쇠고기 소비량만 31.2kg이었고, 이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85.5g이다. 그런데 이것은 성인의 소비량이 아니라 어린아이도 포함된 모든 국민의 소비량이고 여러 붉은 살색 고기 중 돼지고기와 쇠고기만을 계산한 수치다.

따라서 20세 이상 성인의 소비량을 제대로 추산한다면 이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 통계를 식약처는 61.5g으로 단순하게 발표했으니 축소의 의심을 살 만도 하다. 다른 말로 하면 통계란 모호한 측면이 있고 육류 소비량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는 측면을 외면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균의 함정을 고려해야한다. 평균이란 높고 낮은 것을 합하여 산출한 일종의 대푯값의 하나라서 평균보다 과하게 섭취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무시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표현은 개개인에 따라 분명히 조심해서 섭취를 줄여한다는 것을 빠트린 셈이다.( 다음 호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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