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이종태 이삼평연구회 회장

여행은 여유로운 행복이다. 어디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느냐가 더 소중하다.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좋은 곳으로 여행하면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흉금을 털어놓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은 졸업여행으로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중국 계림(桂林)과 양삭(陽朔)을 다녀왔다.

1월 20일 수요일 오후 3시. 공주대학교에서 우리 일행은 특급뉴스 여행사 버스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인천공항에 7시 도착, 출국수속을 밟고 162번 게이트에서 대기하다가 동방항공기에 탑승했다.

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늦게 이륙한 비행기가 21일 새벽 2시에 계림공항에 도착했다. 교포 3세인 50대 여자 가이드 박찬남 씨가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환잉꽝린, 계림(桂林)은 계수나무 숲이니까 여러분은 방금 달나라에 오신 겁니다.”

경상도 사투리의 교포 3세이다. 할아버지 고향이 경북 예천이란다. 숙소까지 40분, 기사 엄따꺼(大兄)에게 박수를 치고 출발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새벽의 쌀쌀한 분위기를 뚫고 계수나무 가로수 사이를 달려서 ‘계림폭포수 호텔’로 갔다.

10월에 피어나는 빨강 노랑 하양 꽃과 향기를 품는 계수나무 꽃을 보지 못해 아쉽다. 계림은 홍콩과 베트남 미얀마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56개 소수민족 중에 12개 민족이 모여 사는 광서성 자치구로 계림 인구가 270만에 시내에는 80만이 살고 있는 작은 관광도시이다.

“전북 진안에 마이산이 자손을 번창시켜 이곳 넓은 땅 중국 광서성으로 보낸 봉우리가 3만6천 봉우립니다. 봉우리가 석회함이어서 대부분 등산할 수가 없고 등산 할 수 있는 봉우리는 4개 정도입니다. 우리 모두 마이산의 자손들에게 박수, 짝짝짝…” 아니 중국 계림의 3만 6천 봉우리가 우리나라 전북 마이산의 자손들이라니 그 참 반가운 스토리다. 좋아 부러.

“계림엔 황사가 없고 바람이 없고 지진이 없어서 살기 좋아서 한 달만 놀다 가면 10년은 젊어집니다. 유쾌하게 즐기고 가세요.”

3시경에 호텔에 도착.

“내일 아침 8시에 모닝콜 해드립니다. 9시 30분에 <이강(濔江) 유람>을 합니다. 잘 주무시고 아침식사 하시고 9시 30분에 뵈요”

328호실에 여장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1월 21일 목요일 8시 기상, 아침식사를 하고 9시 30분 이강(濔江)을 향해 출발, 이강 ‘초평 나루’까지는 50km, 10시 30분에 나루에 도착.

“꽃 모자 한 개 2 천원, 땅콩 2천원, 귤 3천원”

생화로 만든 꽃 모자와 귤 봉지와 땅콩봉지를 들고 아주머니들이 몰려온다.

“비싸요, 꽃모자 두 개 2 천원, 하오아”

내가 반값으로 흥정을 해서 꽃 모자를 사고 박미옥 회장이 귤과 땅콩을 샀다.

“우선 현지 사람들 기분부터 내고 봅시다.” 우리는 꽃 모자를 번갈아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한 시간 코스 작은 유람선에 올랐다. 우리 일행과 어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사람 들 뿐이다. 계림 관광초기에는 일본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최근에는 주로 한국사람 들만 온단다.

박미옥 회장이 꽃 모자를 쓰다가 “아니 이건 김광섭 대표가 쓰는 게 났겠어요” 번쩍번쩍 광이 나는 김 대표 머리에 빨강 노랑 생화모자가 씌워지자 모두 박수를 쳤다.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닌 두상첨화(頭上添花)요, 안성맞춤이요.”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유람선에 오르기 전에 나는 얼른 꽃모자 두 개를 더 사서 박강순 원우 자녀인 중학생 윤이와 천웅이게 씌워주었다. 꽃 모자가 4개가 되니까 유람선이 더욱 환해졌다.

“이강 상류는 장가게이고 하류는 베트남 하롱베이입니다. 다음에는 두 군데를 다 가보시거나 장가게에서 배를 타고 하롱베이까지 유람을 해보시죠, 장가게 봉우리는 하늘 높이 치솟아있고 여기 계림은 중간 정도이고 하롱베이는 봉우리가 바다 속으로 갈아 앉았어요. 같은 산맥의 봉우리들인데 수 억 년 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침하현상이 생긴 겁니다.”

갑판에서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찬바람에 손이 시려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따뜻한 선실로 들어왔다.

11시 40분, ‘관암(官岩) 동굴’ 앞 나루에 도착해서 산 중턱으로 계단을 숨 가쁘게 올랐다, 동굴 입구가 산 중턱에 있다. 동굴이 발견 된 것은 소가 잡초로 뒤 덮인 동굴 입구를 지나다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소 주인이 발견했단다. 입구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굴 지하 3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

원시동굴에 엘리베이터라니? 엘리베이트에서 내려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술항아리와 특산품을 진열한 가게가 환히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동굴을 몇 구비 지나자 다인승 꼬마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아니 동굴에서 꼬마열차를 타다니? 고것 참 기분이 괜찮았다. 500미터 정도 달렸다.

이번엔 나룻배다. 동굴에 물이 고여서 호수가 되니까 나룻배를 띄워서 건너게 한다. 나룻배 뱃전에 전등이 있어서 깜깜한 동굴을 밝히며 조심조심 빠져나갔다. 구명조끼를 벗고 동굴을 걸어 나가자 이번엔 또 2인승 미니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나는 앞에서 부레이크와 속도 조절을 하면서 휘파람을 불어재끼며 500여 미터를 달렸다.

관암동굴-관암(官岩),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동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재미에 걷는 재미, 미니열차를 타는 재미, 나룻배를 타는 재미, 또 미니열차를 타며 달리는 재미까지 주다니…다양한 서비스로 관광객을 즐겁게 하는군…

12시 30분, 동굴 출구 앞 중국식당으로 들어갔다. 11인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닭고기와 돼지고기 감자볶음 두부 콩나물무침에 백반을 먹으며 이강 소주 삼화주(三花)酒)를 한 순배 돌렸다. 계림에서 한 달만 살면 10년은 젊어진다더니 오늘처럼 즐겁게 살면 30년은 젊어지겠다.

계림이 관광을 개발할 때는 상해 심천 계림 3박4일 코스로 스쳐 지나가는 계림이었는데 계림공항이 97년에 국제공항을 열고 계림위주의 3박 4일 코스를 개발하면서 계림의 독특한 진풍경을 엮어 소개하면서 감동을 시키는데 성공했다.

1시 30분 버스를 타고 발 마사지를 받으러 시내로 되돌아갔다.

“중국 사람들은 평생 3가지를 못한답니다. 한 가지는 <漢字>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다 못 배웁니다. 또 한 가지는 ‘중국요리’가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어보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중국땅>이 너무 넓고 커서 구경을 다 못해봅니다. 우와…

이곳 광서성 빠마가 세계 3대 長壽村 중에 하나인데 100세 노인이 물지게를 지고 130세 친정어머니를 찾아가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세상에나 이곳은 물이 좋은데 맹물에 머리를 감아도 머릿결이 자르르 미끄러집니다. 물 한 통(20리터)에 50 위엔으로 다른 곳 물보다 다섯 배에서 열 배나 비쌉니다. 세상에나…

2시 30분 발 마사지를 받고 4시 ‘夢幻이강쇼’를 보러 극장으로 들어갔다. 500석이 만원이다. 60여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이 서커스와 발레로 한 시간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환상적인 쇼, 이름 그대로  夢幻상태로 몰아넣은 쇼다. 어린이들의 서커스를 보는 내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더니 가슴이 저렸다.

아차! 실수라도 하면 크게 다칠 텐데.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팠다. 계림에서는 장이모 감독이 연출하는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실경공연을 봐야하는데  하필이면  지금 1월이 휴지기여서 볼 수가 없다니. 계수나무 꽃이 피어나는 10월에 집사람과 다시 와서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실경공연을 봐야겠다.

5시 40분, 극장을 나와서 버스에 올랐다. 퇴근 시간에 공연장에서 나가는 대형버스들이 꼬리를 물고 빠져 나간다.

“중국 기사들은 3개 대학을 졸업해야합니다. 들이大, 돌리大, 빵빵大입니다. 우리 버스 기사 임 따꺼(大兄)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것이 확실합니다.  잘도 들이대고 돌리고 빵빵대면서 차고 나가잖습니까? 박수.

7시 30분 계림 폭포수호텔에 도착.

“짐을 풀고 조금 쉬시다가 8시 25분까지 호텔 뒤 광장으로 가시면 13층 호텔 벽을 타고 쏟아지는 폭포 쇼가 펼쳐집니다. 구경 꼭 해 보세요”

간단히 손을 씻고 쉬다가 8시 25분에 호텔 뒤 광장으로 갔다. 이미 많은 손님이 모여 있다. 솨아아아…장쾌한 음악을 시작으로 폭포수가 호텔 벽을 타고 쏟아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무지개를 그린다. 장관이다.

폭포수호텔, 더 없이 좋은 광고요, 기업 마케팅이다. 한 번 만 보면 기억하게 한다. 매일 밤 8시 30분 5분 동안  투숙객과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폭포수 쇼로 호텔을 광고하는 것이다. 5분간의 짧은 폭포수 쇼를 보고 호텔 앞 삼호(杉湖) 호수로 갔다.

야경이 아름답다. 간이 무대에서 가수 두 명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는 첨밀밀과 친구(朋友)를 신청하고 팁을 성급함에 넣었다. 가수 한 명은 왼 쪽 다리가 없이 지팡이를 짚고 노래를 부른다. 지나가는 여행객들도 성금을 넣으면서 안쓰러워하며 박수를 보냈다.

노래를 들으면서 호숫가를 산책했다. 이곳 삼호(杉湖) 호수는 계림 사람들이 삽과 괭이로 3년 동안 흙을 파내 만들었다니 ‘만리장성’의 수고로다.

1월 22일 금요일 8시 50분에 호텔을 출발, 계림 시내 가운데 있는 복파산으로 갔다.9시 35분에 도착했다. 이강 옆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복파산이다. 정상까지 365계단을 올라서니 계림 시내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70대 아저씨가 양 손에 가죽장갑을 끼고 계단을 짚으며 오르내리면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다.

“니하오, 지야요우!” 땀에 젖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진다. 복파 장군이 앞산 봉우리에 창을 던져 구멍을 뚫었고 복파산 아래 돌기둥을 칼로 잘라버렸다는 전설처럼 건강해 보였다.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기념품 가게에서 “코코넛 모자 한 개 2천원 아주 좋아요” “아 비싸요, 다섯 개 5천원, 커이마?” “중국말 할 줄 알아요?” “ 뛔이. 훼이 이디얼”

가게 주인이 반갑다면서 5천원에 다섯 개를 주었다. 우리는 다섯 명이 하나 씩 모자를 쓰고 싱글벙글 웃었다. “하오하오 띵하오,” 이번엔 계림시가지와 3만 6천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요산으로 간다. 요산 입구 주차장에 내리자 장사꾼들이 두터운 군인 외투를 들고 달려온다.

“추워요, 외투 2천원, 싸요 2천원” 리프트 카를 타고 찬바람을 맞으며 산을 올라가려면 춥다고 두꺼운 외투를 2천원에 빌려 입으란다. 바람이 차고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지만 우리는 미리 오리털 점퍼를 챙겨 입고 와서 그냥 매표소로 갔다. 두 명 씩 리프트카를 타고 1500미터 정상으로 올라갔다. 옆자리에 최금옥 씨는 고소공포증이 있다면서 손잡이를 움켜 쥔 채 위만 바라보고 긴장했다.

“우와 3만 6천봉 봉우리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야호…”

멀리 가까이 하늘 높이 치솟은 봉우리를 배경으로 스냅사진도 찍고 파노라마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댔다. 소나무 가지에 고드름이 꽁꽁 얼었다. 찬바람에 손이 시려서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사진을 찍기가 불편했지만 계속 찍었다. 정상에는 24절기를 만든 요제 임금의 흉상과 전시물이 전시되어있다.

“맞다. 추워 받자 곧 입춘(立春)이다. 얼음 녹고 새싹 나고 꽃도 핀다”

다시 리프트카를 타고 1500미터를 내려와 요산을 떠났다. 여행코스에 꼭 들어있는 쇼핑하러갈 차례이다. 대나무 섬유 판매장-계림 天竹죽탄상장으로 갔다. 대나무 섬유로 만든 의류제품과 의료제품이 많았다.

나는 집사람의 허리를 보호해줄 토라늄 허리건강벨트와 무릎보호대 손목보호대 세트와 내의를 샀다. 집사람이 핀잔을 할지 모르지만 허리보호 건강벨트는 지난번 서울 역 중소기업 우수제품 코너에서 사려고 했던 것이니까 맘먹고 사버렸다.

12시 30분. 쇼핑을 마치고 ‘초가집’에서 삼겹살과 함께 한식을 먹었다. 비게가 적당한 삼겹살이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잘도 구워진다. 참 고소하다. 상추쌈에 콩나물무침 된장국 감자볶음 양파볶음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1시 40분. 양수오(陽朔)로 출발, 63km, 6차선 도로공사중이어서 울멍줄멍한 도로를 요리조리 비켜가며 달렸다. 6월이면 완공된다니까 10월에 오면 멋진 길을 달리겠구나. 상공산(相公山)이 가까워 지면서 산비탈과 길 양편으로 금귤나무 숲이 모두 비닐로 덮여있다. 하얗게 눈이 내린 것 같다. 동해예방으로 덮은 비닐이 사방에 펼쳐져있다.  이곳은 큰 바람이 없어서 비닐이 벗겨지지는 않는단다.

3시 15분, 꾸웨이린(桂林)과 양수오(陽朔) 경계지점에 우뚝 솟은 상공산(相公山)에 도착했다. 높이 700미터에 480계단을 숨 가쁘게 올라갔다. 희한하다. 차를 타고 올 때는 비가 내리더니 우리가 차에서 내려 산을 오를 때는 비가 그친다.

게다가 비가 내렸는데도 안개가 끼지 않아 멀리 있는 산봉우리들이 모두 환히 잘 보인다. 산 아래 강물이 회룡포로 휘감아 흐르고 뗏목 배와 유람선들이 지나가고 있다. 저 배를 타고 7시간만 내려가면 베트남 하롱베이로 간단다.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시야에 수많은 봉우리가 춤을 춘다. 참 황홀하고 아름답다.

4시 20분 상공산을 내려와 40분 거리인 西家來재래시장으로 향했다. 西家來재래시장은 이 곳에 사는 중국노처녀에게 반한 서양청년이 결혼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서양 사람들이 놀러올 수 있도록 중국전통재래시장을 만들었단다. 전통공예품과 세계명품 짝퉁가게가 즐비해서 주머니가 작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잘만 고르고 잘만 흥정하면 진품과 손색이 없는 짝퉁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시장이다.

우리 일행도 짝퉁 가방 3개와 여행가방 2개를 사고 붓과 공예 토산품을 골고루 챙겼다. 양수오(陽朔)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모두 들리는 인기 있는 시장이다. 덕분에 시장경기가 살아있는 활기찬 시장이다. 산골오지에 이런 시장이 있다니, 그 뚱뚱한 처녀, 서양사람이 반한 중국여인의 동상을 세워야하지 않겠는가?

7시, 양수오(陽朔) 중심에 있는 인터네셔널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객실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다시 328호실 김대표 방에 모여서 술잔을 돌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1월 23일 토요일 8시 30분 호텔 출발, 25분 후에 ‘世外桃源’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작은 호수를 따라 복숭아꽃이 피어있고 군데군데 11개 소수민족들의 노래와 춤을 보고 특산품을 살 수 있는 호수공원이다. 입구 전시관을 지나 기다리고 있는 작은 유람선에 올랐다.

우리 일행만 탈 수 있는 작은 배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안내를 한다. 샤 쉬엘르(下雪了) 할머니가 눈이 내린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하셨다. 자세히 보니 눈인지 싸락눈인지 간간히 희끗희끗 흩날리고 있다. 오늘 제주도에는 80센티 폭설이 내렸다는데 여기는 눈발만 봐도 반갑다고 신기해한다.

정기범 씨가 할머니의 양 손을 잡고 타이타닉 크루즈의 기분을 낸다. 호수에 들어서자 첫 머리에서 ‘동족’이 천금(天琴)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니하오로 인사를 나누면서 손을 흔들었다. 장족, 요족, 와족 소수민족들이 고유의상을 입고 공연을 했다. 배에서 내려 ‘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물 소뿔을 걸어놓고 뿔로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물 소뿔 머리빗을 5천원에 샀다. 다른 곳보다 비쌌지만 직접 제작하는 수고를 보고 깎지 않고 샀다.

10시 15분 世外桃源을 나왔다. 우리 차 앞으로 개 한 마리가 지나갔다. 놀란 임따꺼가 빵빵 크락션을 울렸고 우리는 “개새끼, 죽을 뻔했잖아”라고 맞장구를 쳤다.

“중국에서는 개가 차에 치이면 적어도 2천 위엔을 물어줘야 합니다. 지난 번 어떤 관광버스가 지나가던 개를 치어 죽였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곡갱이와 삽을 들고 나와서 항의하는 바람에 운전기사가 2천 위엔을 물어주고 사정사정하고 간신히 갔답니다” 와우 멍멍

12시 점심에 훠구어(火鍋)-샤브샤브를 먹고 1시 30분에 ‘七星公園’에 도착했다. 입구 낙타바위 아래서 기념촬영을 하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가로수에 원숭이와 호랑이 독수리 같은 동물을 크게 그려 놓았다. 벽화 같은 수목화인가? 공원이 넓어서 산책하기에 좋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종종걸음으로 스쳐지나갔다.

2시 15분 ‘우산공원’ 도착, 우산공원은 장기 놀이를 만든 우제선생을 모신 곳이다. 머리가 좋아서 머리카락이 없는 건지 관광객이 만져서 머리카락이 없어진 건지 반들반들 광이 났다. 머리를 만지면 명석해지고 코를 만지면 지혜로워지고 배를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너나없이 만지고 문질러서 반짝반짝 광이 났다.

3시 15분 용호(榕湖)공원에 도착했다. 파리 개선문 다리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어 드레스가 하늘 높이 휘말리는데도 신부는 가슴을 들어 내놓은 채 추운 기색도 없이 즐겁게 포즈를 잡았다. 우리는 박수를 보내면서 축하해주었다.

개선문 다리 위쪽에는 미국 금문교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리를 건설해 놓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앗 돌하루방이 보인다. 계림과 제주도와 자매결연을 한 상징으로 제주 돌하루방을 설치했다니 반가웠다.

계림에는 강이 두 개, 호수가 4 개다.(陽朔) 그래서 양강 4호(兩江四湖)라고 이강(濔江)과 도화강(桃花江)에 삼호(杉湖) 용호(榕湖) 계호(桂湖) 목룡호(木龍湖) 4호가 연결되어 유람선으로 야경을 즐기도록 <桂林 名片 兩江四湖 夜遊更美>를 내세우며 밤 뱃놀이를 자랑한다.

8시 30분, ‘桂林 名片 兩江四湖 夜遊更美’를 즐기려고 호텔 앞 삼호(杉湖)에서 유람선에 올라탔다. 중국고유의상을 차려입은 여성 연주자가 해금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 펑요(朋友) 중국노래로 시작하더니 아리랑 도라지 고향생각 한국노래와 클로멘타인 같은 세계 각국의 민요를 거침없이 불러댔다.

서산에서 온 관광객들이 “우리는 서산에서 왔슈”라고 하자 바로 서산 갯마을을 연주했다, 세상에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면 서산 갯마을까지 연주할까. 우리는 반갑고 신기해서 박수를 치면서 서산 갯마을을 합창했다. 신명나게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춘 관광객들이 팁을 주면서 “씨에씨에” 감사인사를 했다.

여기저기서 가마우찌 고기잡이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오리목에 줄을 묶어서 오리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한 후에 재빨리 잡아채는 못된 고기잡이다. 9시 20분 유람선을 내렸다. 이제 대한민국 공주로 가야한다. 버스를 타고 계림공항으로 출발했다.

3박 5일간의 계림(桂林)-양삭(陽朔)여행. 인천공항에 24일 새벽 7시 착륙. 뉴스에서는 제주공항 폭설 한파소식으로 시끄럽다.

“제주공항은 한파와 폭설로 23일부터 하늘길이 막힌 하얀 감옥입니다. 제주공항 대합실에는 1700여명의 승객이 모포 한 장으로 쪽잠을 자거나 대기표를 얻기 위해 이틀 동안을 공항에서 고생하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상 제주에서 말씀드렸습니다. KBS"

제주공항은 폭설로 하얀감옥인데 우리가 내린 인천공항은 뽀송뽀송한 활주로이다. 계림과 양삭에서도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여행하도록 좋은 날씨를 주시더니 인천공항 귀국길도 보살펴주시다니 문화유산대학원의 축복이옵니다. 우리는 뉴스를 들으면서 인천공항을 떠나 휘파람을 불면서 공주로 돌아왔다.

계림(桂林)-양삭(陽朔)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잘 활용해서 세계유산도시 공주를 더 아름답게 가꾸어보자. 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 졸업여행은 참으로 즐거웠다. “띵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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