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루미술관 개관기념展

지난해 시작된 <풍류남도 만화 방창>은 전국에 있는 작가들의 봄소풍으로 시작된다.

동백이 아직 피어있고 매화가 피는 시기에 맞춘 스케치 여행과 스케치 전, 8월의 본 전시로 해남 곳곳에서 열린다. 서울, 경기지역 작가들이 대부분이고 부산, 광주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각자 개성이 넘치는 작가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도 어렵지만 한번쯤 들어본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른바 핫(hot)한 작가들이어서 일정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 녹우당

올해는 <꽃피는 해안선>이라는 주제로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이박삼일로 답사가 진행되었다. 공주에 살고 있는 나는 환승휴게소인 정안휴게소에서 서울을 출발한 버스를 타고 해남으로 향했다.

한국의 메디치가라고 할 수 있는 해남 윤씨종가, 공재, 고산의 자취를 볼 수 있는 녹우당, 비자나무숲과 대나무숲의 바람소리가 빗소리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술을 빚어온 해남의 창고라고 불리는 지역의 해창양조장은 술을 사랑해서 해남으로 내려와 첨가물을 넣지 않은 막걸리를 빚는 인심 좋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술맛도 좋고 술 인심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정원에 나이 많은 배롱나무가 인상적이다.

저녁식사는 진일각에서 남도 한정식으로 한상을 받고, 음식을 남긴 것이 미안한 마음이다. 백련사 템플스테이, 백련결사, 고개 넘어 다산초당, 스마트한 일담 주지스님이 동백으로 둘러쌓인 만덕산 백련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백련사의 아침은 동박새의 아침공양 소리로 눈을 뜬다. 동백숲은 새들의 음식창고다. 정성스런 사찰음식으로 아침공양을 마치고 일담스님이 들려주는 백련사이야기와 정성이 담긴 차공양으로 속세의 상념은 사라진다.

미황사 자하루미술관은 여름에 한문학당으로 수련관으로 쓰는 누각인데 지난해 풍류남도 만화 방창 전시 떄 전시장으로 사용했고, 올해 정식으로 개관을 하며 윤석남, 윤후명, 이종구, 서용선, 박방영 등 32명의 작가가 작품60여 점을 전시했다.

▲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우리는 개관전 오픈식에 맞춰서 미황사를 찾았다. 금강주지스님의 아름다운 결단으로 절집과 예술이 함께하였다. 땅끝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 그 많은 섬이름도 불러보고 스케치도 했다. 땅끝마을에서 또 한상을 받았다. 갖가지 생선회로 차린 감칠맛 나는 저녁상이다.

별을 보며 미황사 템플스테이, 미황사의 아침은 새벽범종 소리를 들으며 맞았다. 덕분에 새벽예불과 참선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공양으로 마음을 살찌우고, 달마산 능선에 살포시 앉아 있는 도솔암을 찾아보고, 부도밭을 돌아보고, 우리 손에는 늘 스케치북이 들려있었다.

금강주지스님은 초등학생들 사생대회처럼 절 마당 곳곳에서 어른들이 무질서하게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 진지한 눈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모습이 신선하고 멌있었다고 신문에 쓰셨다.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내려다보고 천불의 얼굴 모습이 다른 대흥사 천불전, 적묵당 앞의 고매를 보며 매화를 사랑하시는 홍선웅 선생님의 매화강의를 듣고 이른 저녁밥을 위해 야생버섯으로 유명한 호남식당을 찾았다.

조경애 대표가 산에서 채취한 버섯으로 끓여 내온 버섯찌게와 정성스런 반찬, 이박삼일을 함께 움직이며 마음을 나눈 작가들과 함께하니 더 맛있고 아쉬운 시간이었다.

작가들은 해남에 발을 딛는 순간 두 권의 스케치북을 받는다. 한권은 이박삼일동안 그려서 내야하는 숙제이고 한권은 기념품이다.

작가들의 스케치는 8월에 해남 곳곳에서 시작되는 본 전시에 앞서 해남병원의 향촌미술관에서 프리뷰 전시를 한다. 작가들은 스케치를 하며 본 전시 작품 구상을 하고 돌아가서 본 전시에 필요한 작업을 하고 8월에 다시 해남에서 만난다. 

풍류남도 프로젝트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의 문화중심지는 서울이고 지방은 소외되어있다. 그러나 해남에 향촌문화재단은 해남의 르네상스를 그리며 해남에 깃들어 있는 옛 문화와 현재를 사는 작가들을 연결하고 있다.

아름다운 넉넉한 마음을 가진 절집과 넉넉한 음식과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며 작가들을 불러들인다. 행촌문화재단, 백련사, 미황사, 대흥사와 작가의 아름다운 동행은 아마도 풍요로운 해남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해남에 간 한사람이 지역에 꼭꼭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내며 시작 되었고 내가 사는 공주에도 이런 재미 난 일이 있으면 좋겠다. 잘 버무려서 맛깔 나는 상을 차리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때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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