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여 관람객이 몰린 아시아 현대미술 최대 장터 홍콩 아트바젤 2016은 전 세계 미술 트랜드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보슬비 내리는 홍콩의 이국적인 풍경과 오감을 만족하는 투어가 되었습니다.

지난 3월 23~26일 홍콩 아트위크는 미술애호가들에게 꿈같은 한 주였습니다. 볼거리도 많고 찾아갈 곳도 많은 가운데, 단순한 열정만을 갖고 홍콩을 향한다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답니다.

여행사나 지인을 통해서 현장을 찾는 경우, 수많은 그림을 보고난 후에는 홍콩야경과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 모드로 변신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미술경영연구소(KAMI, 소장 김윤섭)가 기획한 ‘2016 홍콩 아트투어’는 시작 전부터 미술 애호가들에게 전 세계의 미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퍼져 작가, 갤러리스트, 컬렉터, 사업가 등 미술애호가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섭렵할 기회를 제공하여 주었습니다.

아트 바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입니다.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활동하는 화상들의 주도로 시작되었고, 46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동시대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적인 예술행사로 거듭났습니다. 현재 스위스 바젤과 미국 마이애미, 그리고 홍콩에서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이 시장 다각화를 위해 홍콩아트 페어를 인수하고, 지난해부터 홍콩아트 페어가 ‘홍콩 아트 바젤’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어 아시아 최정상 아트 페어로 급부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정에 따라 아트 센트럴(ART CENTRAL) - 크리스티 홍콩 - M+Sigg 컬렉션전 - 아트바젤 홍콩 2016 - 파큐브 아트센터 - 리만 머핀 갤러리와 화이트 큐브 - 페로탱 갤러리 -  PMQ(Police Married Quarters) -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쇼 순으로 전시장을 스케치해 봅니다.

□ 천막 텐트 전시장 아트페어 ‘아트 센트럴(ART CENTRAL)’

작년에 새롭게 문을 연 아트 센트럴은 센트럴의 하버프론트 텐트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입니다. 아트홍콩의 설립자이자 아트페어 전문가인 팀 에첼스와 샌디 앵거스가 운영하는 페어로 작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고 합니다.

올해 2회를 맞이하면서 20개국 100여개의 갤러리들이 참여했고, 한국은 이화익갤러리, 갤러리 현대, 박영덕갤러리, 갤러리 바톤, 카이스갤러리, 갤러리3, 조선화랑, 갤러리LVS, 가나아트, UNC갤러리, 이유진갤러리 등 11여개 갤러리가 현장에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입구를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가 전시되어 있는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가운데 공주 출신 작가 김동유의 작품을 반갑게 발견하고, 마릴린 먼로의 미소처럼 기쁜 마음으로 쎌카 기념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품을 선보이면서 다양한 세계미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 홍콩과 한국의 아티스트들!

홍콩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홍콩이 새롭게 론칭한 ‘퍼스트 오픈’ 세일은 고가 위주의 그림에서 벗어나 300만원대의 소품으로 저변 확대를 시키려는 대형 경매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특히, 크리스티 경매사의 한국인으로 근무 중인 정윤아 스페셜리스트가 ‘퍼스트 오픈’ 경매를 설명하여 주었고, 우리나라 청바지 작가로 알려진 ‘최소영(37)’과 동구리 캐릭터 이미지로 인기를 모은 ‘권기수(44)’의 작품이 경매에 출품된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 중국 현대미술 40년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M+Sigg 컬렉션’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컬렉터 울리지그가 기부한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Sigg 컬렉션’전은 중국의 민중미술 작품들을 통해 현대 중국 미술 40년사를 조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1974-1989년 섹션에는 왕광이, 장 웨이, 황루이 등 중국 아방가르드 작품들이 소개되었고, 1990-1999년에는 20세기를 목전에 둔 마지막 10년의 예술가들이 전시되었으며, 팡리준, 장 페이리, 쑹둥의 작품들이 1990년대 중국 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2000-2012년에는 장환, 스신닝, 리우웨이 등 21세기를 맞이하는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경제, 사회적 충돌과 급속한 경제 개발로 인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이 담긴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스위스 대사를 지냈던 울리지그는 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예견하고, 수집한 작품들을 미술사적 재조명 작업을 거쳐 현재 중국 현대미술의 궤적과 미래 비전에 대해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과 아카이브를 제시하였습니다.
                                      
□ 아시아 최대 그림 시장 ‘아트바젤 홍콩 2016’

USB의 후원으로 열린 아트바젤 홍콩은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 두 개 층을 사용하는 엄청난 규모로 가고시안(Gagosian Gallery),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ner Gallery), 화이트 큐브(White Cube), 하우저&워스(Hauser & Wirth),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 P.P.O.W. 아쿠아벨라(Acquavella Galleries), 블룸&포(Blum & Poe)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내놓은 대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갤러리, 리안갤러리, 박여숙화랑, PKM갤러리, 원앤제이, 313아트프로젝트, 갤러리이엠 등 9개의 갤러리가 ‘갤러리’, ‘디스커버리’, ‘인사이트’를 통해 참여하였고, 특히, 이들 갤러리들은 작년 말부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단색화 작품에서 벗어나 저마다 색깔 있는 작품을 내놓아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학고재갤러리는 서용선, 강요배, 신학철 등 이른바 민중미술 계열의 리얼리즘 작품을 전시하여 관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올해는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가 독일 작가인 이사 켄즈켄(Issa Cenzken)의 2015년 작품 ‘Schauspieler 3, 1’(배우들 3, 1)을 선보였고, 정교한 소품과 액세서리들을 들고 옷을 한껏 차려입은 마네킹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습니다.

□ K아트 발판 놓는 연필작가 홍경택과 박서보의 단색화 전시회

홍콩시내 PMQ 옆에 위치한 파큐브 아트센터에서 4월 30일까지 홍콩 첫 전시를 진행하는 연필작가 홍경택(48)과의 대화 시간은 우리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었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한국 작가를 직접 만나서 그의 작업세계와 함께 앞으로의 작품 계획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홍콩 아트위크 기간 중 리만 머핀 갤러리와 화이트 큐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트레이시 에민(Tracy Emin, 53)의 개인전 ‘I cried because I love you’전은 작가의 작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영국의 현대미술을 이끄는 화이트 큐브는 데미안 허스트 등 창의적 신예 작가 발굴로 명성을 얻은 바 있는데, 이들은 아트 허브인 홍콩을 통해 전략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을 꾀하는 한편 감각적인 신진 아티스트를 적극 발굴하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코노트로드 센트럴 50번지에 같이 입주해 있는 페로탱 갤러리는 최근 한국에 지점을 낸다는 소식과 함께 단색화 선두주자 박서보(85)화백의 ‘묘법’을 전시하고 있어 홍콩을 찾는 한국 관계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패로탱 갤러리는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20년 넘도록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모았고, 최근 한국인 컬렉터와 유명 연예인들의 발길이 잦은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인사동 쌈지길을 닮은 글로벌 예술 플랫폼 PMQ(Police Married Quarters)

한국의 문화거리 인사동의 쌈지길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와 비슷한 창작 공간 역할을 가지고 있는 PMQ는 도시 재생 플랫폼으로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 숍, 아티스트 작업실,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공간 등 어느 복합문화 공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으나, PMQ는 각 층마다 빵 만드는 법을 배우는 스튜디오들이 한 집 건너 운영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PMQ는 1889년 최초의 공립학교 센트럴 스쿨로 시작하여 1951년부터는 홍콩 경찰의 기혼자 숙소로 쓰인 공간으로 2000년 이후 방치되던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2010년 홍콩정부가 버려진 건물을 신진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창작 지원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고 합니다.

현재 100여명의 디자인, 공예장르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으며, 작품 창작뿐만 아니라 판매,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소호지역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홍콩 시민과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 작품 품평회, 워크숍, 나이트마켓 등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고장 공주에 새롭게 의료원이 신축되어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구 의료원 건물을 홍콩의 PMQ를 모델로 리모델링하여 예술창작 지원센터로 활용한다면 복합문화 공간으로 공주의 새로운 명소가 되리라고 생각해 봅니다.

□호텔방을 전시장으로-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쇼(Asia Contemporary Art Show)

5성급 호텔인 홍콩 콘래드 호텔의 중간 4개층 객실을 모두 비우고 침대위, 벽, 욕조 등에 작품을 걸거나 뉘어놓고 전시하는데 주최자인 마크 샌더슨 디렉터는 “호텔에서의 작품 감상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뿐 아니라, 내 집에 전시됐을 때의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어 바이어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전 세계 작품이 모두 모인 국제적인 예술의 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쇼(ACAS)는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아트페어로써 한국을 비롯해 100여 곳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하여 회화, 조각, 사진 등 2000여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함께한 홍콩 아트위크는 최대 7일의 시간이 지난 후, 또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소리 없는 전쟁의 장을 세계로 확장할 것입니다. 홍콩을 방문한 미술 애호가들이 어떠한 미술 감동을 눈과 마음에 담고 갈지는 각자의 자유 의지일 것입니다.

세계 미술 무역의 중심 홍콩! 아시아 최대 그림시장 속 글로벌 갤러리에서 열리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홍콩의 멋진 야경은 덤으로 여기며 다시 돌아올 홍콩 아트위크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