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osse Méta-Maxi-Maxi-Utopia Ⅵ장 팅겔리(Jean Tinguely, 1925~1991, 스위스), 1987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중에 ‘이웃집 토토로’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나를 보살펴주는 영화다. 보고 있으면 언짢은 일은 잊게 된다. 이웃집 토토로에는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운 언니 사츠키와 천방지축이고 호기심이 많은 동생 메이가 등장한다.

꼭 메이를 닮은 개, 메이가 우리 집에 살고 있다. 남친 파랑이를 매우 귀찮게 하는 그렇지만 사랑스러운 개다. 파랑이는 메이를 피해서 이쪽저쪽으로 도망을 가고는 한다. ‘제발 나를 내버려 두라구, 메이’ 잠시도 조용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우리 집의 소란한 일상이다.

그의 영화 중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04년에 개봉했다. 일본에 살고 있지만 아직 일본어를 못하던 내가 빨리 보고 싶어서 개봉하자마자 극장을 찾았고 그림을 보며 음악, 인생의 회전목마를 들으며 이해라기보다는 상상했던 영화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움직이는 모습은 그 몇 년 전에 스위스 바젤에 팅겔리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이 떠올랐다. 마치 팅겔리의 거대한 조각이 움직이며 내 머리 위를 천천히 날아가는 것 같았다.

아파트는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집이 없고, 어디선가 또 아파트를 짓고 있고, 집은 아파트라는 등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그 편리성 때문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대이다.

집은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어야한다는 관념을 깨고, 그곳에 온갖 잡동사니로 만든 네 발로 움직이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호흡하고 느끼며 생각하는 하나의 생명체 같았다.

팅겔리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로 만든 키네틱 조각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닮았다. 예술가의 멋진 상상력은 영화와 조각으로 우리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고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칼더의 ‘모빌’처럼 바람이나 손으로 움직이는 것부터 가보, 마르셀 뒤샹, 2차 대전 후의 팅겔리의 모터 장치를 단 조각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움직임을 나타내는 작품을 움직이는 예술, 키네틱 아트라고 한다. 처마에 달아놓으면 바람에 따라 소리를 내는 풍경도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팅겔리는 폐품, 고철, 각종 산업쓰레기를 조합하고 전기모터를 달아 움직이는 조각품을 만들었다. 그 작품은 관람객이 페달을 밟거나 단추를 눌러 생명을 불어넣으면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기이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움직이는 조각에 관객은 놀라고 즐겁다. 관객도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만난 어른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열심히 페달을 밟아본다. 공장의 커다란 기계가 돌아가듯이 굉음을 내며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고 내가 그것을 움직였다는 것이 뿌듯하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이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움직이며 조각을 즐긴다.

갑자기 움직이는 조각에 놀라고 소리에 놀라고, 웃어버린다. 놀이터이다. 어린이는 물론 이고 함께 온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시간을 잊는다.

미술 작품은 늘 진지하고, 미술관이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젤에 있는 팅겔리 미술관은 소란스러운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기계 문명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지만 해학과 재미를 가지고 있어서 보는 사람이 즐겁다. 팅겔리는 학교생활은 별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였다고 하는데, 다른 재능이 있었고 멋진 작품을 남겼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와 공부에 인생을 걸지 말고 숨어 있는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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