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풀꽃 이름을 알아서 결혼한 여자

안혜경은 화가다.

“내편(남편을 이렇게 부름)이 ‘현호색’이라는 풀꽃 이름을 알고 있어서 결혼하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철없는 화가 안혜경.

7년 전 화가 안혜경이 공주로 귀촌하여 정안면 쌍달리에 이삿짐 보따리를 풀고 시내를 오고 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 어느 돈 많은 화가가 낭만적으로 전원생활하려고 시골에 왔구나… 그런데 왜 하필 쌍달리일까? 쌍달리는 부자 화가가 살기에는 정말 볼 것이 없는(오해 없기 바란다. 이 말은 유적 등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깡촌일뿐더러 시내에서도 거리가 먼 곳인데 어떻게 이곳에 정착할 생각을 했을까?” 정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더니 어느 날 도시에서 온 젊은 화가는 문화원에서, 시청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공주대 문화유산대학원 최고위과정에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백발(白髮)을 휘날리며 나타났다. 외형상으로 그녀는 본인 말대로 서양 동화에 나오는 ‘백발의 마녀’같이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 “저 (쌍달리에) 집을 지었어요. 한번 보러 오세요” 해서 찾아갔다. 필자는 촬영 차 공주의 웬만한 마을은 다녔던 터라 쌍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쌍달리가 사람들에게 회자된 것은 이준원 전 시장이 그곳에 집을 지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마을이다.

▲ 안혜경 화가

요즘 시골길도 이런 시골길이 있을까 할 정도로 좁은 길을 몇 번 휘돌아 무성산 골짜기 바로 아래 안 화가의 집이 있었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야 다닐 수 있겠지만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어떻게 다닐려구… 그러나 필자의 걱정은 쓸떼 없는 기우였다.

어려운 시골길이 좋아서 이곳에 정착했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날 필자는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빗은 안 화가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속에서 여름날 싱그런 풀꽃 같은 청순함을 보았다.

6월 20일 공주학연구원에서 개최하는 19회 공주학광장의 주인공으로 나온 안 화가는 흑백사진 속의 가족, 어린 날의 모습, 공주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등을 들려주었다.

2년 전 그녀는 쌍달리가 고향인 도시로 시집간 여자들을 위한 ‘친정 홈커밍데이’를 열어 40명의 여성들이 고향을 찾은 행사를 가졌다. 또 지난 5월 그녀는 그녀다운 발상의 문화공간인 ‘쌍달리작은도서관’을 열었다. 앞으로 ‘사위 커밍데이’ ‘외갓집 가기’ ‘마을에 색칠하기’ ‘신나는 축제가 있는 마을’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제 쌍달리는 더 이상 깡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손길이 이렇게 마을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화가 안혜경이 보여주고 있다.

역사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화가 안혜경은 개인전 11회와 100여회의 단체전과 기획전을 가졌다. 정부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청, 제비울미술관(공주), 안양시청, 안영여고, 롯데백화점(안양), 행촌미술관, 미황사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본지에 ‘안혜경의 그림읽기’를 2년째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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