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가라츠 무령왕축제를 다녀와서

올해는 가라츠 무령왕 축제가 시작된 지 15년째 되는 해이며 무령왕 기념비 건립도 1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이다.

▲ 만찬을 마치고 기념촬영

금강뉴스의 주관으로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회장 정영일)와 백제포럼(회장 최석원)이 공동 주최하고 공주시와 공주학연구원이 후원한 뜻 깊은 행사에 동참하게 되어 공주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긍지를 갖게 해준 행사였다.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 4시 반, 인천 공항을 향하는 관광버스가 공주대에서 출발을 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일행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전 KBS 아나운서 이종태 부장의 순간 순간 재치 넘치는 사회로 웃음바다가 시작되며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는 친절하고 똑똑한 현지 가이드 정명희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며 안내를 해주셨다. 비행기로 일본에 도착하는 시간이 서울-공주간 고속버스 시간보다도 빨라 일본은 정말 가까운 이웃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야메시의 ‘무령왕을 생각하는 모임’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야메시 이와토야마 고분관이었다. 후지사게 촌장님을 비롯한 ‘무령왕을 생각하는 모임’ 회원님들께서 어찌나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지 그 친절함에 감동스러웠다.

▲ 무령왕을 생각하는 모임의 한남숨씨가 김태순 사장에게 앞치마를 선물하고 있다.

점심식사로 정성스런 도시락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제때에 잘 챙겨 먹어야 즐거운 여행이 되고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우리와 같은 재료로 일본에서는 어떤 요리를 만들고 있는지 체크해 가며 도시락 반찬들을 맛보았다. 죽순조림, 달달한 울타리콩조림, 녹차소금을 곁들인 튀김도 좋았지만 특히 간장과 설탕을 넣어 조린 머위의 쫀득한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후식을 색종이로 예쁜 함을 만들어 넣은 센스도 정성스러웠다. 뜻밖에도 도시락을 준비하신 분이 입고 계시던 앞치마까지 내게 선물로 벗어주셔서 첫 방문지부터 민간 교류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점심 식사가 끝난 후 큐슈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이와이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야메시의 이와토야마 고분군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도자기로 유명한 곳인 아리타의 이삼평 묘와 텐구다니 가마를 둘러보고 아리타현립도자자료관을 관람했다. 도자기로 만든 시계 장식이 제일 눈길을 끌었고 심지어는 화장실 장식까지 도자기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 이삼평 묘소를 찾아 참배하는 답사팀

공주 출신 조선 도예가 이삼평선생이 아리타에 공방을 연지가 올해로 4백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아리타는 우리나라 도공들에 의해 도자기의 꽃을 피운 도시로 정감이 가는 곳이다.

이 자랑스러운 인물을 기리기 위해 공주에도 ‘이삼평 연구회’(회장 이종태)라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관심을 가진 회원도 점점 늘어나면서 이삼평과 도자기를 매개로 공주와 아리타간에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가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군함도 조선인의 아픈 흔적

둘째 날은 큐슈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군함도’라는 무인도에 갔다. 지형이 일본의 해상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는 별명이 붙었고 본래 이름은 ‘하시마’라고 한다. 군함도는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명치시대의 건축물인 50m 가량되는 성벽만 등재되었다고 한다.

군함도는 194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약 500~800여명의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되어 1000m 깊이의 바다 속에서 석탄을 캐내는 힘든 노역을 한 곳이다. 가슴 쓰리고 아픈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여 그곳은 ‘지옥섬’ 또는 ‘감옥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 군함도 전경

작년에 ‘무한도전’팀이 촬영해서 강제노역으로 숨져간 조선인의 비극적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선에서 온 징용자들이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죽어간 곳이라는 슬픈 역사를 접하고서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안내하는 스기모또 해설사는 징용된 조선인에 대한 언급은 없이 섬에 많은 외국인들이 살았으며 영화관 등 여러 편의 시설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들려줄 뿐이어서 많이 실망스러웠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서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그들의 좋은 점은 본받고, 우리의 약한 점은 힘을 키워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발전시켜서 후손들에게 부끄럼 없는 역사를 만들어야 하겠다.

큐슈의 나가사키는 1945년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 폭탄이 투하되어 파괴된 곳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원폭 기념관에서 그때의 비극적인 상황들을 돌아보니 정말 전쟁은 끔찍스러운 것이며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재삼 깨닫게 되었다.

나가사키의 천주교 역사

한편 나가사키는 일본의 천주교 순교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특히 올해는 병인박해(일본의 천주교 박해) 150년이 되는 해로써 일본의 천주교 역사와 유적을 둘러보는 일은 무엇보다 색다르고도 뜻깊었다.

우리 일행은 1864년에 세워져 국보로 지정된 오우라 천주당과 26성인의 순교지를 방문했다. 아픈 역사가 많았던 도시를 돌아보는 내내 지금 우리들은 자유가 너무 많아 방종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나가사키현의 북부에 있는 항만 도시인 사세보를 지날 때 해군 군함들이 어찌나 많던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다. 미군기지도 있어 외국 군인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군사 도시이면서 무역항으로서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어서인지 꽉 들어찬 대형 배들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히라도 성 프란체스코 자비에르 교회와 송포 사료관을 관람한 후 가라츠 도자 유적지를 돌아보고 나카자토 철화 분청을 관람하였다.

무령왕 탄생제와 민간교류

무령왕네트워크 환영회는 전야제로 마쓰로백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한일 교류 행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우리 일행은 연한 파랑색 백제 옷으로 모두 갈아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멋진 의상으로 통일성도 있었을 뿐 아니라 은은한 색채가 전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었다.

▲ 무령왕 제례

정영일 회장이 가라츠 시장에게 공주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구마모토 지진 성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민간 교류의 중요성과 함께 협력해서 많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윤용혁 부회장님의 말씀도 가슴에 남는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백제 25대 무령왕 탄생제가 있었다. 가카라시마로 출발하기 위해 나고야 항에 도착하여 넓은 공간에서 공연을 위한 준비 연습으로 나정희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백제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사가현 가라츠시의 가카라시마(가당도)는 백제의 임금 무령왕이 태어난 곳으로 전해지는 섬인데 ‘임금의 섬’이라 불리며 매년 6월 1일은 무령왕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두 지역의 시민들이 무령왕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가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2006년 제5회 무령왕 축제 때에는 시민들이 모금한 성금으로 김정헌 전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가 설계한 높이 3.4m의 무령왕 기념비가 제막되어서 생명의 탄생과 빛의 근원을 상징하며 백제문화의 계승 발전과 두 지역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 오비야동굴의 무령왕 위패 앞에서 참배하는 답사팀

잔뜩 흐린 날씨로 살짝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행사장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령왕 기념비 앞에서 열린 무령왕 탄생 제례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었다.

제례가 끝난 후 탄생지도 다녀오고 가라츠 시립 가카라초중학교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웅진문화회에서 준비한 ‘무령왕 탄생과 생애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연과 가카라시마 초중학생의 댄스도 관람하고, 우리 방문단의 ‘무령왕 노래’와 백제춤도 선보였다. 매년 이어지는 한일 민간 교류를 통해 우호 협력이 잘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백제 무령왕 국제네트워크협의회와 시민 방문단이 해마다 백제 문화제에 참석해 왔고 금년에도 제62회 백제문화제에도 참여할 예정이라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무령왕 탄생을 매개로 해서 오랫동안 민간교류가 잘 유지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오방색테이프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양국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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