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심우성 민속학자

‘넋’을 한자(漢字)로는 ‘정신 혼(魂)’ ‘혼 혼(婚)’이라 한다.

‘우리 말 큰 사전’에서 보면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목숨이 붙어 있게 하며 몸이 죽어도 영원히 남아 있다는 초자연적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넋전 오리기

사전의 설명으로는 알 듯 모를 듯하다. 요즈음은 옛날처럼 많이 쓰여 지지는 않는 말이면서도 나이 많은 계층에서는 그런대로 자주 쓰여지고 있다.

다시 ‘우리말 큰 사전’에서 찾아본다.

○ 넋전지기-굿……진도 씻깃굿 등에서 물에 빠져 죽은 이의 넋을 물속에서 건져 내어 그 한을 풀어 주고 영혼을 씻어 주는 굿
○ 넋-걷이(넉거지)……죽은 사람의 넋을 거두어들이는 말, 또는 그러한 때의 노래
○ 넋-굿……죽은 이의 넋이 저승에 잘 건너가기를 비는 굿(위령제)
○ 넋-대……무당이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넋을 건지는데 쓰는 장대
○ 넋-두리……무당이 죽은 이의 넋을 대신하여 하는 말(넋풀이)
○ 넋-들임……제주도 굿에서 넋이 몸에서 나간 까닭으로 생긴 병을 고친다며 하는 굿
○ 넋반……넋을 담는데 쓴다고 하는 소반

이러한 자료들이 ‘넋’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처음 설명의 마무리 부분에서 ‘초자연적인 것’이라 했음은 역시 어려운 설명이다. 생각 속, 마음속에 있는 것이란 뜻으로 결국 실존하는 존재는 아님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금 위와 연관 될 ‘우리말 큰 서전’에서 자료를 찾아보자. 꽤 여러 종류가 있으니 다음 항목을 증빙자료로 삼는다.

▲ 넋전아리랑(일본 뿌크인형극장)

「…옛 부터 육체는 죽어도 넋은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되었다. 이 넋은 혼백(魂魄)을 일컫는데 무당은 영(靈)에 붙들려 점과 예언을 한다. 흔히 망혼(亡魂)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진혼제(鎭魂祭)를 올리는데 무당이 노래나 춤을 추고 방울을 흔들면서 넋을 부른다.…」

한편 ‘굿판’이나 ‘고사판(또는 비나리 판)’에서의 넋전을 보아도 실존보다 상상적, 상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넋전으로 추는 춤인 ‘넋전 춤’의 반주 소리이기도 한 ‘비나리’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조상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렸던 고사꾼의 굿판에서 고사문서를 읊조리는 ‘소리’를 ‘비나리’라 한다. 지금은 귀해졌지만 ‘넋전’, ‘넋전 춤’, ‘비나리’하면 우리민족의 굿판을 이끌며 발전시켜 온 기본이었는데….

아마도 외래문화의 일방적 침탈로 이 꼴이 되었는가 한다. 다시금 ‘넋전 춤’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넋’에 ‘전’이 붙어 ‘넋전’이 된 것인데 넋전이란 넋을 모양내 오린 종이로써 바로 ‘종이 사람’이다. 지금도 넋전이 굿에서 아주 없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아직도 굿 가운데 넋전을 들고 나와 ‘넋전 춤’으로 굿을 진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 나는 이 굿판에서의 ‘넋전 춤’에 미쳐 굿보다도 ‘넋전 춤’에 빠지고 말았었다. 그 뿐이 아니라 굿청을 장식하고 있는 설경(說經)의 꾸밈새는 뛰어난 무대장식이다.

나는 근년에 제주도에 살게 되면서 귀중한 굿 자료와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안사인(安仕仁 1928-1990)씨와의 만남이었는데 아쉽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의 뒤를 이어 예능보유자가 된 김윤수(金允洙)씨와의 만남과 2006년 제주의 「기메지전」을 일러주신 현용준(玄容駿)선생, 문무병(文武秉)선생 도움이 많았다.

▲ 큰 무당 정학봉의 넋풀이 춤

앞에서 소개한 ‘제주 굿’의 예능보유자 ‘김윤수’씨는 1946년 생으로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2097번지에 거주하며 굿을 주재하는 가운데 ‘기메전지’의 제작 솜씨로 뛰어난 분이시다.

(1)감상기 (2)체삿기(差使旗) (3)영겟기(靈魂旗) (4)성줏기 (5)군문기 (6)살전기 (7)오방이 (8)오방각기 (9)줄전기 (10)시왕기 (11)멩감기 (12)칠원성군 송낙 (13)할망송낙 (14)칠성신상 (15)큰대 등

충청남도 대전에서 만난 무당 ‘김영순’ 보살은 1925년생,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 출신으로 1950년대부터 ‘박금순’ 큰 무당의 제자로 입문하여 평생을 무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그의 ‘넋전 오리기’의 가위질 솜씨와 굿판을 장식하는 ‘설경’의 세계는 아주 뛰어나다.

(1) 가택 안정 설경 (2)재석 설경 (3)십대왕 설경 (4)팔보살 12태왕 설경 (5)삼장군 설경 (6)조상 안정 십자 설경 (7)나비 설경 (8)지전 설경 (9)동자 설경  (10)12설경 대감 (11)영혼 탑 설경 (12)부부인연 설경 (13)연혼기 설경 (14)지옥 설경(기러기 설경) (15)작구 설경(잡신 퇴치) (16)거리 설경 (17)용수철망 (18)퇴신 설경

역시 ‘넋전’과 ‘설경 솜씨’로 뛰어난 ‘이상준’ 법사를 소개한다. 그는 1947년 생으로 충청남도 청양군 남양면 온적리 출신이다. 소문난 「개비 잽이」로 알려진 법사로 ‘앉은 굿’을 주로 하고 있는데 뛰어난 ‘설경’의 세계를 소개한다.

(1) 부정적 설경 (2)태을 보신경 설경 (3) 신장 축사 설경 (4)문초경 설경 (5)되송 설경

이밖에 경상도 부산에 거주하면서 남해와 동해안의 ‘해변 굿’을 주관하여 온 고 김석출(金石出) 법사와 그 가족들의 ‘넋전 오리기’, ‘종이 오리기’, 종이 꽃‘ 등 다양한 분야에 뛰어나면서 앞서가는 분이셨는데 아쉽게도 거의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이상은 필자가 그동안 직접 가까이 접촉했던 무당, 박수이었는데 이 밖에도 전국적으로 활동하신 분이 많으셨다. 북녘 출신의 무당들도 특이한 솜씨가 있어 고루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예컨대 ‘황해도’의 「만구 대탁굿」을 보면 굿판을 가득 채우는 ‘12지’, ‘꽃’, ‘등’, ‘넋전’ 등 참으로 다양하다.

▲ 굿판의 벽에 붙이는 마마귀신

다음은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종목들이다.

제17호 「제주 칠머리 당굿」 보유자 김윤수(金允洙)
제82-가 「동해안 별신굿」 부산광역시 (고)김석출, 김유선(金有善)
제82-나 「서해안 별신굿」 인천광역시 보유자 최음전(崔音全), 김금화(金錦花), 안승삼(安承三)
제82-다 「위도 대뱃굿」 전라북도 보유자 김상원(金相元)
제82-라 「남해안 별신굿」 경상남도 보유자 정영만(鄭榮晩)
제98호 「경기도 도당굿」 경기도 보유자 오수복(吳壽福)
제104호 「서울 새남굿」 서울특별시 보유자 (고)김유감(金有感), 이상순(李相順)

이상, 각 지역의 굿들에서의 ‘제차’와 ‘꾸밈새’는 모두가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껏 ‘기메’, ‘지전’, ‘설경’, ‘넋전 등에서 허술한 외피적 접근에 그치고 말았으니 이런 허전함을 어찌하랴.

우리 모두가 서둘러 접근·분해하여 기초적 입문서(入門書)라도 꾸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여 주신 여러분,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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