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토요일 저녁, 공주 문예회관에서는 국립 오페라단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오페라 공연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희극 오페라인 이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의 원작 ‘피가로’ 3부작 중 제 1부작이다.

이 희극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가 곡을 붙여 오페라로 공연되기 시작한지가 벌써 200년이 된 장기 공연 대작이다.

내용은 세빌리아 도시의 만능 해결사인 피가로의 재치와 모험적인 활동, 젊은 백작 알마비바와 아리따운 처녀 로지나의 사랑을 유쾌한 해학과 풍자로 표현하는 내용이다.

나로서는 이 공연이 티켓 매진 임박 직전 마지막 남은 공연 티켓 한 장을 운 좋게 확보한 행운의 공연이다. 사실은 이 공연의 안내 프랑카트를 보고 일찍부터 예약하려고 마음먹었다가 깜빡하였다.

공연 일주일 전에 홈피에 들어가 보니 전좌석이 이미 매진되어 있는 것이다. “아차 늦었구나! 내가 공주의 높은 문화수준을 깜빡했네!”하고 나 자신을 질책했다. 나는 퇴직 후 시간이 많아 공주의 문예회관에서 하는 대부분의 공연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홈피를 통해 예약을 하는데 아차해서 표를 못 구하는 낭패를 몇 번 겪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최소한 일주인 전에는 꼭 들어가서 예약하는데 이번은 일주일 전에 모든 표가 동이 난 것이다.

공주에서의 좋은 공연은 이렇게 일주일 전에 매진되기가 일수이다. 그래서 나는 아예 내가 좋아하는 충남교향악단의 정기 공연을 예약하지 않고 볼 수 있게 정기 회원으로 등록하여 관람하고 있다. 연회비 3만원을 내니 공주에서 매월 실시하는 공연 티켓을 알아서 보내주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게도 수준 높은 충남교향악단의 정기 오케스트라 연주를 편하게 관람하고 있는 것이다. 나 뿐 아니라 공주의 많은 사람들이 정기회원으로 충남 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기는데 내가 평소 존경하는 전직 J교장선생님, 또 M한의원 원장님 등 많은 분들이 고박 꼬박 공연에 참석하시어 클래식을 즐기곤 한다.

이렇게 공주는 소 도시 답지 않게 좋은 공연의 티켓들이 순식간에 매진되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곳으로 문화적 수준이 높은 곳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공연 티켓을 확보하지 못하고 실망해 있던 참에 다시 한 번 문예회관의 홈피에 들어가 예약란을 확인하며 전 좌석을 훑어보니 맨 오른쪽 거의 뒤쪽에 한 좌석이 남아있다. 그동안 그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N열 32번이었다. 나는 “이것이라도 황송감사지” 하고 얼른 예약을 하였다. 마지막 남은 좌석 하나를 내가 차지한 것이다.

관람을 하는 공주의 청중들도 수준급이다. 기침소리, 옆 사람과의 대화, 카메라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고 거의 모든 청중들이 공연에 집중하고 있고 박수도 꼭 쳐야할 때 치는 것이다. 오페라 공연 때는 감동적인 합창이나 이중창 등이 끝났을 때 열화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배우들을 격려하는 것인데 공주의 청중들은 그 타이밍을 아주 잘 알고 즐기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충남교향악단의 연주에서도 아무 때나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악장이 끝났을 때만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수준이 대단하다. 원래 교향곡, 소나타, 협주곡 등의 연주에서는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악장이 끝나서 지휘자가 돌아서서 인사 할 때만 박수를 치는 것이다.

또 하나 마지막 연주가 끝난 후에도 공주 시민들은 “부라보”, “앵콜, 앵콜”을 외치며 커튼콜로 지휘자를 몇 번 불러내어 앵콜을 유도하는 재치를 보여주곤 한다.

몇 년 전에 나는 개인적으로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S공개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 내가 생각한 서울의 음악공연에 대한 에티켓은 좀 실망스러웠다. 아무 때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고 곳곳에 젊은이들의 과한 애정 행각도 눈에 띠었다. 서울을 다녀 온 이후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공주의 오케스트라 감상 수준이 서울보다 훨씬 높다”라고 감히 말하고 다닌다.

이와 같이 공주는 좋은 공연에 대한 예약 열정이 대단하고 공연을 감상하는 수준도 상당하다.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충남교향악단이 공주에 있어 우리가 수시로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석하고 이곳을 자주 찾는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매너를 배워서 그렇지 않은가 생각하며 충남교향악단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주시민의 높은 문화 수준을 바탕으로 공주시가 품격 있는 문화 도시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 모르면 몰라도 20일 공연한 ‘세빌리아의 이발사’ 공연에는 공주 사람 뿐 아니라 세종시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도 참여 했으리라 추측된다. 우리 공주가 높은 문화 수준의 좋은 작품들을 많이 들여와서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배후 문화 도시로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마침 ‘공주 문화 재단’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공주시가 튼튼한 문화재단을 만들고 그 문화 재단에서 수준 높은 문화 활동을 많이 벌여 공주가 품격 높은 문화도시로 발전하고 바로 옆에 있는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배후 문화도시로의 역할을 확고히 자리매김할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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