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纓(절영)

관끈을 끊는다는 뜻으로 남자의 넓은 도량을 일컫는다.[설원 복은 說苑 復恩]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영윤(令尹) 투월초(鬪越椒)의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와 여러 신하를 점대(漸臺)에 모아 놓고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장왕의 비빈(妃嬪)도 참석했다.

“과인이 풍류를 즐기지 않은 지 6년이다. 이제 역신도 제거되어 나라가 안정을 찾았다. 문무관원들은 실컷 마시고 마음껏 즐기도록 하라.”

임금과 신하는 푸짐한 음식과 흥겨운 풍류로 하루를 즐겼다. 저녁이 되어도 흥이 다하지 않자, 장왕은 불을 밝히고 사랑하는 허희(許姬)를 시켜서 여러 대부와 장군들에게 술을 돌리게 했다. 술잔을 받은 신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받아 마셨다.

그런데 난데없이 광풍이 연회석을 휩쓸며 모든 촛불을 일시에 꺼 버렸다. 미처 불을 밝히지 못한 어둠속에서 어떤 사람이 허희의 손을 잡아끌었다.

허희는 깜짝 놀라 잡힌 손을 뿌리쳐 뽑고 오른손으로 그 사람의 관끈을 잡아채 끊었다. 관끈을 손에 넣은 허희는 잽싸게 몸을 돌려 장왕 앞으로 달려가 조용히 고했다.

“첩이 대왕의 명을 받들어 백관에게 술을 돌리는데 그 중 한사람이 무엄하게도 불 꺼진 어둠속에서 첩의 손을 잡아 당겼습니다. 첩이 그 자의 관끈을 낚아채 왔으니 빨리 불을 밝혀 그 무례한 자를 찾아내도록 하소서.”

허희의 말을 들은 장왕은 아직 불을 밝히지 말라 명하고 이어서 “과인은 오늘의 이 연회에서 경들과 마음껏 즐기기로 약속했다. 경들은 모두 관끈을 끊고 실컷 마시도록 하라. 관끈이 끊어지지 않은 자는 마음껏 즐기지 않겠다는 자이다.”

백관들이 모두 관끈을 끊은 뒤에 장왕은 비로소 촛불을 밝히라고 명했다. 이로써 허희의 손을 잡은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연회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허의가 장왕에게 “신첩은 남녀 간에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군신 간에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왕께서 여러 신하에게 술을 돌리라 시킨 것은 신하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엄하게도 신첩의 손을 잡아끈 자가 있었으나 대왕께서 그 자를 색출하지 않으셨으니 어떻게 상하 관계가 유지되며 남녀의 예의가 바로 잡히겠습니까?”

“이 일은 여자가 알바가 아니다. 옛날 임금과 신하가 술자리를 같이 할 때에는 술은 석 잔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낮에만 열고 밤에는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인이 모든 신하들에게 마음껏 즐기도록 명했고 낮에 이어 밤까지 불을 밝히며 즐기도록 했다. 술 취한 뒤의 광태는 아름다울 것이 없고 국사(國士)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신하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할 것이며 과인이 명한 뜻에도 어긋나지 않겠는가.”

허희는 장왕의 넓은 도량에 탄복했다.

그 후 장왕이 진(晉)나라와 싸울 때였다. 장왕이 위급할 때마다 한 장군이 목숨을 내던지고 달려와 장왕을 보호하며 구하곤 했다. 장왕이 이상히 여겨 그 장군을 불렀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 허희에게 관끈을 뜯겼던 바로 그 장군이었다. 후세에서 이 연회를 이름 하여 절영회(絶纓會)라 일컬었다.

절영시(絶纓詩)

어둔 속 잡아끈 손, 취중의 행동이건만       暗中牽袂醉中情
고운 손, 바람 같이 관끈을 끈었다네.        玉手如風己絶纓
십분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기에    育魚水忌十分淸
군왕의 넓은 도량, 바다 같다 이러오네.      盡說君王江海量

출판사 다할미디어 (02)517-9385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