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栗’…목은 이색 1328년~1396년

拆開下墜紫金丸 절개하추자금환
剝去中藏白雪團 박거중장백설단
樹下有人脾胃損 수하유인비위손
欲憑精力郤酸寒 욕빙정력각산한

밤송이 벌어져서 다갈색 알밤 떨어져라
껍질 벗기니 속에 하얀 알맹이 들었네
나무 밑에는 비위 손상된 이 있어
정력 빙자해 가난까지 물릴까 하노라

頭上已驚垂的的 두상이경수적적
掌中還訝走團團 장중환아주단단
爛烹肯避朱門熱 난팽긍피주문열
細嚼偏宜白屋寒 세작편의백옥한

머리 위에 디룽디룽한 걸 이미 놀랐더니
손바닥 안에 구르는 게 다시 의아스럽네
부귀한 집에 삶겨짐을 피할 수 있으랴만
살살 씹기는 가난한 집이 마땅하고 말고

金烏飛影似跳丸 금오비영사도환
又見黃花白露團 우경황화백로단
記得去年燒栗處 기득거년소율처
東山月色夜深寒 동산월색야심한

흐르는 세월이 흡사 나는 공같이 빨라
국화 피고 백로 어리는 때를 또 만났네
기억건대 지난해에 밤 굽던 그곳에선
동산의 달빛이 밤 깊도록 차가웠었지

*공같이 는 탄환같이

-이상 풀이, 한국고전종합-

가을이 깊어지면서 공주 사람들 가운데 밤농사를 짓는 분들의 일손이 바빠지는 때입니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공주 밤의 명성 때문에 우리 절 신도들은 정월 보름 방생법회 후에 강원도 양양 휴휴암에 순례 갔다가 절에서 내 주는 점심에 오곡밥을 먹는데 그 안에 공주 밤이 들었노라 하는 소리를 듣고 더욱 밥이 맛이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의 시는 고려 때 삼은 가운데 한분인 목은 이색의 시문율을 모은 목은시고 라는 책 제 19권에 나오는 밤을 노래한 삼종 시 세트입니다.

공주 밤을 전국 제일이라 소개하는데 그 밤에 대한 예찬 시나 글귀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해 목은 시고의 싯구를 여기 소개하면서 공주 밤 홍보하는 책자나 자료집에 삽입해 놓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세한 풀이는 위 소개한 전문학자들의 풀이에 의존하기로 하고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첫 구절의 시를 내 나름으로 간략히 풀이해 봅니다.

송이 벌어 떨어진 밤은 자금환이요
껍질 벗고  드러난 몸은 백설단이라
나무 아래 비위 상한 사람에게 좋고
정력을 돋우며 산한(괴로움)을 물리친다네

밤은 공주에 아주 오랜 옛적부터 존재했답니다. 백제궁터에서도 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특히 우리 지역 공주는 밤의 고장이었고 밤이 많았던 까닭에 전국에 몇 안 되는 밤율 栗자가 들어가는 마을 지명도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의당면 율정(栗亭)리이고 공주 고지도에는 밤이 유달리 많아서였는지 대평리 지점에 율사(栗寺)라는 절 이름도 나옵니다.

전국에는 율촌, 율치, 율동, 율곡, 율천동 등 율자가 들어가는 고장 이름이 많으니 밤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람과 오랜 인연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계의 성자이신 원효 스님은 압량부(지금의 경산) 남쪽 불지촌에 위치한 율곡(栗谷)의 북쪽 사라수 나무 아래서 부처님 탄생처럼 나무에 휘장을 치고 태어났다 하여 그 나무를 사라나무라 하고 열매를 사라율이라 한다 하지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추석 차례 상에도 조율이시라 하여 귀히 오르게 되는데 밤을 심어서 나무가 자라고 난 뒤에 뿌리를 캐서 보면 여전히 밤알이 맺혀 있다가 첫 밤이 열리는 때가 되어서 썩는다 하여 조상의 뿌리와 근본을 상징하는 실과가 되었습니다.

또 세 개 밤톨이 모이는 것을 삼정승 즉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라 하여 벼슬길에 오르기를 바라 하는 의미도 있답니다.

조선에 와서는 목은 이색의 7대손인 아계 이산해가 이렇게 읊었답니다.

‘詠栗’…李山海 號; 鵝溪(1539~1609)
‘영율’…이산해 호: 아계

一腹生三子(일복생삼자)
한배에 자식 셋이나 두었는데
中者兩面平(중자양면평)
가운데 것은 양면이 평평하다네
秋來先後落(추래선후락)
가을이 되면 선후로 떨어지는데
難弟又難兄(난제우난형)
어느 것이 형이고 아우인지 모르네

난형난제라는 말이 보이는 듯 합니다. 다음은 구능회라는 분이 명제라는 선조가 지었다며 인터넷에 올린 시 두수입니다.

栗明齋 作 10권 33

栗房熟則拆其交  율방숙즉척기교
밤이 익으면 밤송이가 터지고
多産崼山不産郊  다산시산불산교
밤은 가까운 산에서 많이 나며 들에서는 안난다
今代去皮奉祭祀  금대거피봉제사
요즈음에는 밤 껍질을 벗겨서 제사에 쓰는데
古時食實處窠巢  고시식실처과소
옛날에는 식용열매로서 집안에 저장했다
美形佳質靑銅色  미형가질청동색
아름다운 모양에 질이 좋아 청동색이고
紫穀黃鱗白玉包  자곡황린백옥포
붉은 껍질과 누런 밤 비늘이 흰 옥을 싸고 있네
味性醎溫能補腎 미성함온능보신
맛은 성질이 따스하여 능히 콩팥에 좋고
灸香烝軟湯成泡 구향증연탕성포
(韓藥과 관련되는 내용으로 추측) 
보주*마지막 구절 灸香烝軟湯成泡
구우면 향기롭고 찌면 부드러우며 끓이면 포를 이룬다
霜 餘 脫 實 赤 爛 斑 (상여탈실적란반)
서리 뒤에 벗어난 열매 빨갛게 아롱졌는데
曉 拾 林 閒 露 未 乾 (효습림한로미건)
새벽에 숲 속에서 줍는 데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았네
喚 起 兒 童 開 宿 火 (환기아동개숙화)
아이들을 불러 일으켜 묻어 둔 불을 헤쳐
燒 殘 玉 殼 迸 金 丸 (소잔옥각진금환)
독 같은 껍질을 태우매 금 같은 알이 튀어 나온다.
<어휘>
脫實 : 빠져나온 열매
赤爛 : 붉고 윤택함
喚起 : 불러 오다.
燒殘 : 타버린 형체
*네 째줄 독 같은 껍질은 옥 같은 껍질의 오자가 아닐까요.

밤과 관련된 말을 검색해 보니 이렇게 많습니다.
- 가톨 : 세톨박이 밤의 양쪽 가에 박힌 밤톨
- 가운데톨 : 세톨박이 밤의 가운데에 있는 밤톨
- 도톨밤 : 도토리같이 둥글고 작은 밤
- 두톨박이 : 밤알이 두 톨만 생겨서 여문 밤
- 불밤송이 : 채 익기 전에 말라 떨어진 밤송이
- 빈대밤 : 알이 작고 납작하게 생긴 밤
- 세톨박이 : 세 톨의 알이 든 밤송이
- 소득밤 : 겉껍질을 벗기지 않고 말린 밤
- 아람 :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은 상태 또는 그 열매. 알밤
- 올밤 : 보통 밤보다 일찍 익은 밤
- 외톨박이 : 한 송이에 한 톨만 들어 있는 밤송이
- 외톨밤 : 한 송이에 한 톨만 든 밤
- 쪽밤 : 한 송이 안에 두 쪽이 들어 있는 밤= 쌍동밤
- 쭉정밤 : 알맹이가 들지 않은 빈껍데기 밤
- 회오리밤 : 밤송이 속에 외톨로 동그랗게 된 밤
* 날밤 / 단밤 / 밤알/ 밤톨 / 송이밤 / 알밤 / 쭈그렁밤 / 쭈그렁밤송이

어릴 적 밤을 까서 쪽 밤이 나오면 나눠 먹어야 쪽 니가 안 난다 하시던 어른들 가르침을 생각합니다. 마지막 시는 내가 몇 해 전에 지어 본 '공주 알밤의 노래' 시 전문입니다.

공주 알밤의 노래

자식 보호하는 본능으로
빼곡한 가시를 옷 삼아서
삼남매 귀히 기르시려
여름내 인고의 시간 보냈네

출산 시기 저 먼저 알아서
어미 몸 열고 저리도 고운
삼형제 하나 둘 셋 나투네
 
겉은 셋이요 속은 넷이 된
쪽 밤도 품어 안고 키운 후
곁불로 회향하는 어미의 삶이여

여서 일곱 살 무렵 삼촌을 따라서 추석에 쓸 밤을 주우러 남의 산에 갔다가 나는 아래서 줍고 삼촌은 나무위에 올라 알밤을 흔들어 떨어뜨리는데 마침 밤 밭을 살피러 나온 주인아저씨에게 들켜서 야단을 맞고 그래도 인심 좋은 아저씨 주은 밤은 가져가라 명절인 것을 배려하면서 보내주셨던 공주 사곡면 회학리 추억이 생각납니다.

향기롭고 맛 좋은 공주 밤을 활용하여 현대인들에게 알 맞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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