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어보(二馬魚寶) 193.9×130.3㎝, 캔버스에 아크릴, 2016년, 안혜경

1801년(순조1년) 신유박해에 연루된 다산과 손암, 두 형제는 강진과 흑산도로 유배를 떠난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 <목민심서>를 집필하고, 손암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해양백과사전 <자산어보>를 남긴다.

자산어보는 흑산도에서 생산되는 각종 물고기와 해산물 226종에 대한 보고서이다. 이동경로와 습성, 맛, 방언, 약효 등을 기록했다.

손암은 직접 바닷가에 나가서 어부들이 잡아 올린 물고기를 보며 꼬치꼬치 묻고 관찰하여 기록하고 옛 책과 중국책을 보며 참고하였다. 이름이 없으면 이름도 지었다. 계층 간의 갈등이 컸던 시절에 흑산도 주민들과 손암은 함께 자산어보를 만들었다.

요즘 시골마을에선 컨설팅 업체가 마을 주민과 함께 마을을 디자인 하면서 말도 많고 탈이 많은데, 손암은 이미 이백년 전에 오지에서 그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를 사랑했다. 교통이 발달한 현재도 멀고도 멀다고 생각하는 흑산도, 이백년 전에 손암은 절망 속에서 자산어보를 남겼다.

“백성의 현실을 외면한 헛된 학문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참된 학문, 그것이 실학이다”

나는 자산어보에 손암이 기록한 물고기가 기후변화와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임하도 물고기 보물, 임하어보를 그리고, 귀한 버섯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까 두려워서 두륜산 야생버섯 보물, 두륜균보를 그려 둔다.

행촌문화재단 살구씨스튜디오가 있는 해남의 섬, 이마도에서 보리 숭어 맛을 보았다. 보리가 익는 철에 나와서 보리 숭어이다. 그 크기에 놀라고 싼 가격에 놀라고 맛에 놀랐다. 맛있는 것을 먹자니 집에 두고 온 내편도 맘에 걸린다.

이마도 작업실 이웃에 사는 장갑래 어르신, 함평에서 시집을 왔는데, 처음에는 육지로 도망가고 싶으셨다고 한다. 배만 보면 집에 가고 싶었다고. 작은 섬에서 사는 것이 낯설고 녹녹치 않으셨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차로 왔다 갔다 하지만 친정집에 한번 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아들 딸 시집보내고 건축사인 딸이 지어 준 집에서 아직 장가가지 않은 듬직한 아들과 전복 양식하며 잘 살고 계신다. 인심도 좋아서 집에 찾아가면 숭어며 김이며 미역이며 도미를 가끔 챙겨주신다.

맛있는 생선을 먹다보니, 이마도에서 어떤 고기를 잡는 지 궁금해진다. 선착장에 서 있는 푯말에 물고기 이름과 잡지 말아야하는 작은 고기의 크기가 적혀 있다.

<아름다운 것은 한번 사라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 인용한 허드슨의 글이다. 기후변화와 인간의 욕심으로 바다에서 사라지는 물고기가 있다.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늘 때맞춰 이마도로 돌아오는 보물, 그들 덕분에 우리 밥상은 넉넉해지고 마음도 넉넉해진다. 쭉 이렇게 함께 사는 날이 계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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