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륜균보(頭輪菌寶) 193.9×130.3㎝, 캔버스에 아크릴, 2016년

이른 봄에 시작된 풍류남도 만화방창 화첩그리기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기는 오감을 깨우는 남도 여행이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는 여행길에 들른 해남 두륜산 아래 있는 호남식당의 야생 버섯찌게는 달착지근하고 쌉쌀한 깔끔한 맛이다.

더불어서 함께 상에 오르는 나물과 장아찌는 입맛을 돋운다. 호기심 많은 나는 그 버섯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주인은 식당을 장식한 버섯 사진을 가리키며 그녀가 산에서 채취 해 온 것이라고 한다.

또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럼 함께 산에 오르는 이가 있는지, 버섯 따는 것을 배우는 사람이 있는지?

호남식당 조경애 대표는 버섯을 딴 지 40년이 됐다. 67세 범띠이니 스무 살 꽃다운 나이 때부터 동네 할머니를 따라 두륜산에 오르고 버섯을 땄다. 꽃다운 시절 그녀라고 산을 오르고 싶었겠는가.

다른 여인네처럼 예쁘게 단장하고 싶었겠지. 몇 년 전에 그 버섯 할머니는 그녀만의 비밀 장소를 비밀로 간직한 채 돌아가셨다.

예전에는 구림마을 할머니들이 버섯을 따다가 길가에 펼쳐놓고 관광객에게 팔았다고 한다. 이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떠나고 거의 없다.

작은샘, 큰샘, 일지암, 북암, 진불암을 앞마당 채마밭에 다니듯 새벽 다섯 시 즈음이면 벌써 오른다. 반가운 버섯이 거기 있어서 그녀는 힘든 줄을 모른단다. 가끔 단골손님들이 전화를 하면 버섯을 따다가 급히 내려와서 상을 차려 내는 일도 있다.

그녀가 채취하는 버섯은 30여 가지나 된다. 일반인은 그게 그거 같아서 잘못 먹고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종종 뉴스에 나온다. 오랜 시간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녀는 40년 세월을 간직한 버섯 전문가이다.

그녀가 떠난 지금, 누가 산에 가서 버섯을 구해올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륜산의 버섯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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