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들인다는 뜻으로 인재를 얻으려는 간절한 소망을 일컫는다. [전국 연책 戰國燕策]

중국 전국시대 연(燕)나라 상국(相國) 자지(子之)는 세객(說客) 소진(蘇秦)과 사돈 간이었고 그 아우 소대(蘇代)와는 막역한 사이였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소진이 죽자 소대를 중용하여 연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연나라 왕 쾌(噲)는 소대를 맞아 제나라 왕의 사람됨을 물었다.

소대는 연나라 왕을 자극하여 상국 자지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제나라 왕은 그 신하를 불신하여 패왕(覇王)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 말을 들은 연나라 왕은 상국 자지를 전적으로 신임하게 되었고 자지는 연나라 국정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되었다. 녹모수(鹿毛壽)란 자도 자지의 일당이었다. 연나라 왕에게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나라를 자지에게 양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堯)임금을 현군이라 일컫는 것은 천하를 허유(許由)에게 양여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허유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짐짓 양여한 것인데 결국 천하도 잃지 않으면서 천하를 양여했다는 명예를 얻게 된 것입니다. 대왕께서 나라를 자지에게 양여한다 하더라도 자지는 감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왕께서는 요임금과 같은 현군이 되시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연나라 왕은 자지에게 나라를 양여하고 정사에 간여하지 않았다. 자지는 사실상의 왕으로서 연나라의 국정을 요리했다. 자지가 국정을 맡은 지 3년에 연나라는 큰 혼란에 빠졌다. 민심은 떠났고 원망은 하늘에 닿았다.

장군 시피(市被)가 태자 평(平)과 군사를 모아 자지의 토벌에 나섰다. 몇 달을 싸웠으나 전과가 없을 뿐 아니라 수만의 군사를 잃었고 장군 시피도 싸우다 죽음을 맞이했다.

바로 이때 제나라 선왕이 병사를 몰고 연나라를 침공해 들어왔다. 자지의 반역을 토벌한다는 명분이었으나 내란을 틈타 연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땅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

제나라 군대는 별 저항 없이 연나라 도읍에 입성했다. 연나라 왕 쾌가 죽고 자지도 죽음을 당했다. 연나라 사람들은 태자 평을 왕으로 받들고 제나라 군대와 맞서 항전했다. 이 임금이 연나라 소왕(昭王)이다.

소왕은 몸을 낮추고 예물을 후히 하여 천하의 현사(賢士)를 맞아들이려 했다. 거대한 제나라에 보복을 하려면 무엇보다 부국강병책으로 국력을 길러야만 했다. 소왕은 명사 곽외(郭隗)를 찾아가 연나라가 처한 정황을 설명했다.

“제나라가 연나라의 내란을 틈타 습격해 왔습니다. 나라가 작고 힘이 약해서 보복이 어렵습니다. 현사(賢士)를 맞아들여 국정을 개혁하면서 선왕의 치욕을 씻고자 합니다.”

이에 곽외가 아뢰었다.

“천금을 내어 놓고 천리마를 구하는 왕이 있었습니다. 3년을 기다렸으나 구하지 못하자 한 내시가 구해오겠다고 나섰습니다. 석 달 반에 천리마를 구했다는 전갈이었으나 말은 죽은 것이었습니다. 내시는 죽은 말의 뼈를 오백 금이나 주고 사가지고 왔습니다. 왕은 크게 화를 내며 ‘산 말을 사오랬지 죽은 말을 사오랬느냐.’하고 펄펄 뛰었습니다. 내시는 ‘죽은 말도 오백 금을 주고 사왔으니 산 말이야 더 말할게 있겠습니까?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상감을 위하여 말을 팔려고 할 것입니다. 곧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1년이 못되어 천리마 세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유능한 인사를 끌어들이려 하신다면 먼저 저에게 후한 대우를 하셔야 합니다. 제가 대우를 받게 되면 저보다 몇 배 유능한 인사가 찾아 올 것입니다. 천리를 멀다 아니하고 찾아 올 것입니다.”

소왕은 곽외를 위하여 화려한 저택을 짓고 극진히 스승으로 모셨다. 곽외가 훌륭한 대우를 받는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다. 위(魏)나라에서 악의(樂毅)가, 제(齊)나라에서 추연(鄒衍)이 조(趙)나라에서 극신(劇辛)이 그밖에 천하의 명사들이 연나라로 모여 들었다.

소왕이 백성들과 고통을 나누지 28년에 연나라는 마침내 부강을 이루었고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소왕은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아 진(秦)·초(楚)·한(韓)·위(魏)·조(趙)와 공동 전선을 펴 제나라를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고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로 진격하여 궁실 종묘를 불태웠고 거(莒)와 즉묵(卽墨)을 제외한 제나라 전토를 짓밟아 보복했다.

출판사 다할미디어 (02)517-9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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