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인들에게서 정치적인 것을 제외하고 제일 큰 관심은 건강과 장수인 것 같다.

어느 매스컴에서나 건강과 장수의 프로그램이 없는 곳이 없다. 이제 한국의 평균 수명도 2016년 통계를 보면 82.4세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인간의 최대 욕심인 건강과 장수의 이야기를 나는 1990년대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 이야기로 건강과 장수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내가 쓴 ‘나의 할머니’란 시를 인용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야겠다.

나의 할머니
           
-전략-

이른 새벽 작은 여닫이 소리는
젊은 손주 며느리 더 자라는 배려였고

싹- 싹 –싹 빗자루 소리는
깨끗한 집안 만들려는 평생의 공덕

매일 매일 열어보고 닦는 장독대는
집안의 건강을 지켜주는 할머니의 정성

이웃집 잔칫날도 한 종지 음식으로
잘 먹었다 감사하고 절제하던 대단함

아무리 배고파도 체통을 잃지 않고
아무리 좋은 음식도 욕심 부리지 않던 할머니

구십 나이에  증손자 등에 없고
수청골 언덕길 오르내리던 우리 할머니

소식, 근면, 노 스트레스로
충남에서 제일 장수한 우리 할머니

백 한 살의 나이부터 백자를 빼고
나이를 계산 한 유머 넘쳤던 우리 할머니

백팔번뇌 다 이기시고
백 팔세에 하늘 가신 나의 할머니.    
 
1980~90년대의 평균 수명은 약 70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환갑을 넘기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고 나의 선친도 그런 분 중에 한 분이다.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하지도 않았고 질병 등으로 여러 가지가 어려웠던 그 시절에 우리 할머니는 100세를 넘기셨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새로 군수, 시장이 부임하면 공주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고 우리 할머니에게 인사를 오곤 하였으며 105세가 넘어서는 충남의 최고령자가 되어 당시의 국회의원도 자주 문안 인사를 왔었다.

우리 집은 봉황산 북녘 계곡 수청골이다. 그래서 공주 시내에서 집으로 오려면 언덕을 한참 올라 봉황산의 중턱 쯤 올라야 하는데  젊은 사람이 헉헉대고 오르는 우리 집을 우리 할머니는 90세까지 증손자를 업고 오르내리셨다.

정신도 멀쩡하고 유머가 있어서 101살부터는 100자를 빼고 한 살, 두 살로 오는 사람을 웃겼던 재미있는 할머니였다.

내가 “할머니 몇 살”하고 물으면 새끼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한 살”하고 대답 하신다. 내가 골리느라고 “그럼 증손자 연희 동생이네”하고 말하면 “예끼 손자 놈이 할미 골리면 안 된다” 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 할머니의 건강과 장수 비결을 나는 세 가지로 친다. 첫째는 소식(小食), 둘째는 다동(多動), 셋째는 노 스트레스(No stress)이다. 할머니는 음식에 욕심을 내는 법이 없다.

먹을 것도 없고 늘 배고프던 시절, 이웃집 환갑잔치에 가면 그동안 못 먹어보던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잡채 등을 비롯해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져 있지만 나의 할머니는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만을 한 젓가락씩 조그만 공기 그릇에 담아 그것만을 드시고는 “아 잘 먹었다. 누구네 집 잔치 정말 잘 했네!”하곤 일어나셨다. 그 어렵고 배고프던 시절 음식을 절제한 할머니의 정신은 정말로 대단하다.

둘째는 다동,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할머니는 태양과 같이 움직이셨다. 젊은 시절 전기가 없고 호롱불에 의지해서 동트면 나오시어 하루 종일 일하시다  해 저물면 식사하고 주무시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나이 구십이 넘어서도 새벽 청소와 장독대 둘러보는 건 거른 날이 없다. 그리고 새벽에 손주 며느리 깨울까 조심조심 여닫이문을 여는 배려의 마음도 늘 가지고 있었다.

셋째는 노 스트레스이다. 집안에서 제일 오래 사셨으니 그 과정에 마음 아픈 일이 어찌 한 두 가지일까? 6.25 전쟁 때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막내아들이 인민군에 끌려가 눈 감을 때 까지 소식이 없었지.

큰 딸, 큰 아들, 조카 등 많은 사람들을 앞에 보내면서 옛말에 ‘부모가 죽으면 청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마음은 오죽 타셨을까?

그러나 우리 할머니는 대범하시어 우리 집안의 대들보 같은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49일 만에 그 귀한 아들 하늘나라로 올려 보내신 후 장손인 나만 바라보고 사셨다.

우리 할머니는 아버지 49제 후에는 아버지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안 하셨다. 그것이 바로 빠른 체념이고 마음을 비운 것이다. 그에 따라 스트레스를 안 받으신 것이다.

할머니의 장수비결 세 가지를 이야기하며 내가 최고로 강조하는 것은 소식이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런 애기가 있다.

“하늘에 있는 염라대왕이 인간에게 각자 먹을 만큼의 식량을 정해주고 그 양을 다 먹은 사람은 하늘로 불러올리는데 많이 먹는 사람은 짧은 시간에 정해진 양을 다 먹어 치웠으니 일찍 불려가고 조금씩 먹은 사람은 그 사람이 먹을 양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니 늦게 불려간다는 말이다” 소식과 관련된 의미 있는 말이다.

현대 사회는 적게 먹어서 병나고 죽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병나고 죽는 것이다. 나도 2017년 새해부터는 밥 한 숟가락 덜먹기 운동을 해보아야겠다.

모든 일에 절제하는 마음, 바로 이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기에 2017년 새해 다짐을 ‘절제’란 단어로 설정해 보았다. 비록 그것이 작심삼일로 끝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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