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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21일 (화) 12:03:29 안혜경 3777@kknews.co.kr

   
▲ 사이 톰블리 Cy Twombly·1928~2011, 미국 추상화가1993~199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오일, 크레용, 연필 313X189cm 런던, 테이트 컬렉션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은 운동장에 모여 줄맞춰서 똑바로 서기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반이 80여명인데 반별로 줄을 맞춰서 키가 큰 아이는 뒤쪽에 작은 아이는 앞쪽에 섰다.

11반까지 있어서 거의 천 명 정도 되는 우리는 쌀쌀한 초봄에 한쪽 가슴에 손수건을 매달고 콧물을 흘리며 바른 자세로 앞에 있는 친구의 머리를 바라보며 줄을 맞춰 운동장에 서 있었다.

저 멀리 단상위에서 연설을 하는 교장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굴도 보이지 않는 담임선생님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앞으로 나란히 두 팔을 뻗어 간격을 맞추기도 하고 옆으로 팔을 벌려 옆줄을 맞춰서 섰다.

그 날 이후 매주 월요일이면 전교생이 조회를 위해 줄을 맞춰 운동장에 모였다.

이 의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십이 년 동안 계속 되었고 더운 여름날이면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약간의 불평을 했고 무언가 구실을 만들어 조회에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길들여졌다.

똑바로 서, 똑바로 앉아, 책상 줄을 맞춰, 또박또박 말을 해, 바로 놓아, 이런 말을 듣고 이런 말을 했다. 구불구불하던 마을길은 넓은 직선으로 바뀌었고, 걷기 좋은 길은 차가 다니기 좋은 길로 바뀌었다.

초가집이나 기와집 지붕도 직선으로 바뀌거나 네모 모양인 아파트로 바뀌었다. 똑바로 라고 말은 규칙적인 직선과 같은 말로 여겨진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며 편리하고 통제하기 쉬운 것과 연관이 있다.

미술도 형태가 정확하게 구분되는 선이나 면으로 화면을 구성한 팝아트나 차가운 추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현대건축이 대부분 직선 형태이고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딸이 아파트인 우리집을 보고 두부집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꽤 귀여운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을 만큼 우리는 직선, 네모 속에서 살고 있는데, 톰블리의 그림은 직선이 넘치는 규칙적인 세상에 곡선도 있다고 얘기한다. 연필을 어설피 잡고 종이에 끼적거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저것도 그림이야? 하고 반문 한다.

그리고 그 그림이 매우 비싼 가격이라는 것을 알면 놀란다. 낙서 같은 자유로운 선과 글씨, 기호, 꽃이 피는 것처럼 물감이 흘러내리며 나타난 형태는 어릴 때 친구들과 뛰어 놀던 골목길, 한집 두집 불이 들어오고 어두워지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캄캄해질 때까지 놀다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내일을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규칙을 지키고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서 소극적으로 반항하던 학교생활, 야간 자율학습을 몰래 빼먹고 학교 앞 분식집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먹으며 인기 있는 TV만화 캔디를 보며 숨을 돌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생활에서 낙서 같고 삐뚤빼뚤한 글씨가 있는 그림, 잘못해서 물감을 흘린 듯 한 그림은 편안한 느낌이고 똑바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인다. 어른의 눈으로는 그저 낙서처럼 보이지만 어린아이는 그 만의 언어로 많은 표현을 한다. 톰블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고전, 신화, 역사를 자유롭게 그의 언어로 이야기 한다.

얼마 전에 퐁피두 센터에서 만든 톰블리 전시 홍보 영상을 페이스북에서 보았고 그것을 몇 번이나 다시 보았다. 예전에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는 작가연구를 하며 머리로 이해했었다.

지금은 그 그림이 색다르게 다가왔고 그 섬세한 선과 흘러내린 물감 자국을 직접 다시 보고 싶어 파리에 간다. 톰블리씨 나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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