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중의 ‘돌’ 이야기 강좌에서 듣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윤태중 석공예가가 노무현 묘비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 유서에 남긴 짤막한 한마디다.

봉하마을에 모셔진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 앞에 널찍하면서도 나지막한 비석에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런데 그 작은 비석에 새겨진 ‘대통령 노무현’이란 여섯 글자를 새긴 돌 장인이 공주의 윤태중씨라는 사실을 알고들 있을까?

윤태중 석공예가가 2월 20일 제29회 공주학광장 손님으로 초대되어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비롯한 그의 ‘돌’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옥마을 입구에 건립된 고려 현종, 조선 인조기념비 관련 사진

윤태중 장인은 “뉴스를 보고 서거 소식을 알았는데 당시 마음이 무척 아팠고 그래서 TV 화면을 향해 108배를 올렸다. 극락왕생하시라고... 얼마 후 ‘아주작은비석건립추진위원회’ 유홍준(전 문화재청장)위원장의 권고로 비석을 만들게 됐다”면서 묘비 석에 맞는 원석을 찾아다니던 과정 등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그는 “가로 2m, 세로 2m 50cm, 높이가 40cm인 너럭바위 형태의 남방식 고인돌 모양의 묘 비석에 ‘대통령 노무현’ 6글자를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 해 새겼다”면서 “그러나 나는 대통령 생전에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만날 인연은 죽어서도 반드시 만나는 법인가 보다. 나의 돌 인생 중에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고 비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또 나의 대표작으로 꼽는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감동어린 박수를 보냈다.

반포면 학봉리에 이전 건립된 이삼평기념비와 공원 조성 사진

그는 비석 작업을 마치고 6개월간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만큼 대통령 묘비 석 작업에 혼신을 다 한 탓이리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은 “지상의 비석은 검이불루(檢而不陋)하게 지하의 안장 시설은 화이불치(華而不侈)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윤태중 석공예가는 그 외 한옥마을에 건립된 고려 현종·조선 인조기념비 건립, 황새바위 무덤경당과 돌문 건립, 이삼평기념비 이전과 공원 조성 등을 비롯해 원효사 금강경탑, 위안부 할머니 추모공원 조성 등을 제작했다. 

윤태중의 돌 이야기 강좌 전경

문화재복원 작업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금강산의 신계사 석탑 복원을 위해 북한도 3번을 왕래하기도 했다. 

자신을 돌을 만지는 ‘돌쟁이’이자 돌을 파는 ‘돌팔이’라는 윤태중 석공예가는 “앞으로도 공주의 돌쟁이로 남길 원한다”며 아들이 자신의 대를 이어 돌 장인으로 수업 중인 것에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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