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해월(원효사 주지)

삼이정三異政

금강 강상에 금강루가 있었으니 / 錦江江上錦江樓
황학이 한번 간 뒤 지금은 백구뿐인데 / 黃鶴一去今白鷗
취원루 앞에는 산이 흡사 그림 같고 / 聚遠樓前山似畫
안무정 밑에는 강물이 절로 흐르네 / 按舞亭下江自流
금강의 태수는 해마다 늘 바뀌건만 / 錦江太守年年改
금강의 풍광은 해마다 그대로 있다오 / 錦江雲物年年在
화락한 군자는 신이 위로하는 바이니 / 愷悌君子神所勞
태수여 태수여 의당 스스로 아끼게나 / 太守太守當自愛
그대는 못 보았나 삼이의 제일가는 정치가 / 君不見三異政第一治
다른 데 있지 않고 태수에게 있었던 걸 / 不在於他在守耳
태수에게 있었다는 걸 거듭 고해 주노니 / 重爲告曰在守耳
이 말을 그대는 능히 기억하려나 / 此語君能記

▲ 금강(안무정터)

조선 초 공주 고을에 목사로 부임하는 김모에게 개국공신 정도전이 주었다는 시입니다. 공산에 금강루와 취원루가 있고 안무정도 있었음을 알게 하는 시인데 지금은 이름을 달리 해서인지 찾기 어려운 이름이 되었습니다.

매년 관리는 바뀌고 하지만 금강의 풍광은 한결 같다는 말에서 떠나고 남는 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바르게 정치하는 것이 태수의 본분임을 일깨워 주는 내용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후한때 노공이 중모령이라는 벼슬에 있으면서 형벌을 가벼이 쓰지 않고 덕으로 다스리니 다른 고을에서는 메뚜기 등 곤충들에 의한 곡식의 피해가 적지 않게 나는데도 노공이 다스리는 지역에는 피해가 없습니다.

이웃 소을의 관리가 비친이라는 사람을 보내 그 연유가 사실인지 알아 보라 합니다. 비친은 가서 노공을 만나 주위를 살피며 들길을 같이 걸어 보다가 뽕나무 아래 앉으니 옆으로 꿩이 날아 와 앉습니다.

마침 옆에 어린 아이가 있어서 “왜 꿩을 잡으려 하지 않느냐” 물으니 아이는 “꿩이 새끼를 품으려 하기 때문입니다”하고 태연자약하게 말합니다. 비친은 아이의 말을 듣고서야 놀라며 노공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여기에 온 까닭은 노공의 정치를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해충이 이 고을을 범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기이한 일이요, 덕화가 조수에까지 미친 것이 두 가지 기이한 일이요, 어린 아이에게까지 어진 마음이 있는 것이 세 가지 기이한 일입니다.”

(所以來者 欲察君之政耳 今蟲不犯境 此一異也
化及鳥獸 此二異也 豎子有仁心 此三異也)

찬탄하고는 돌아 갔다는 데서 ‘삼이정(三異政)’이라는 말이 유래한다 합니다.

고을 수령이 얼마나 덕을 베풀고 선정을 쌓았으면 미물 곤충도 그를 알고 비금조수류도 그를 알아서 두려워 하지 않으며 심지어 어린 아이도 어진 마음으로 금수를 보호하니 그만하면 정치인으로써 부족함이 없다 하겠습니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도 노공과 같아서 지혜와 덕과 자비로 치세를 한다면 요즘 생기는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 각종 전염성 질병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사이에 생기는 인면수심의 일과 각종 천재지변 같은 재난들도 없어져 평화로운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을 관리는 매년 바뀌더라도 금강변의 풍광은 여전한 것처럼 우리 공주고을에 관리로 부임하는 김씨에게 정도전이 들려 준 말은 아마도 삼이정을 실천하고 돌아 오라는 간곡한 당부였을 것입니다.

이는 관리만이 아니라 고을 사람 모두가 인의로써 친구를 삼고 예지로써 살림을 삼아야 가능했을 일일진대 아마도 공주는 예로부터 삼이정이 실현되는 고을이었다 보여집니다.

전쟁과 기근과 질병이 없는 고장.
화합과 협력과 평화가 실현되는 고장. 
삼이정이 실현되는 날에는 아마도 만백성이 함포고복하며 좋아할 것입니다.
우리 공주는 이미 그런 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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