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허.

나는 1934년 생

어쩌다보니 80이 훌쩍 넘었구나!

서울 중앙방송국(KBS로 아름이 바뀌기 전의 이름) ‘아나운서’로 입사한 것이 1953년 4월 이었던가. 당시 방송국이 있었던 곳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 근처에 있는 조선일보 본사 뒷골목 이었다.

일정(日政)때는 「경성방송국」, 해방 직후 「서울중앙방송국」, 대한민국으로 자리가 잡히면서 「KBS」…. 자리는 광화문 네거리 근처에서 남산을 거쳐 오늘의 여의도로 바뀌고 또 바뀌었다.

다음 이야기는 내가 서울중앙방송국 아나운서로 있었던 1954년 6월쯤으로 생각된다. 당시, 경복궁 뒷마당에서 있었던 전국민요대회, 모처럼 푸짐했다. 나의 고향이기도 한 충청남도 공주의 ‘민요패’들이 풀을 엮어 만든 거북이 두 마리를 앞세워 ‘거북놀이’를 보였었다.

다음에 보여 드리는 구희도(鼁戱圖)는 글쓴이의 아버님 되시는 심이석(沈履錫, 1912년 6월~2002년 4월 25일)의 그림이시다. 뒤에 적혀 있는 ‘거북놀이 노래’는 충청남도 공주군 의당면 율정리 소리꾼들에 의하여 1950년 초엽 전하여 진 것이다. 당시 함께 하셨던 소리꾼 중 지금도 생존하신 분은 몇 분뿐이시란다.

거북놀이 노래

에~  에~
에헤야~ 에헤야~

네가 바로 병신이로구나~
에헤야~ 너로구나~

병신의 종자가 왜 따로 있나
한 다리 한 팔
못 쓰는 놈~
네가 바로 병신이지~

능라도 수양버들 휘어 휘어 잡고서
가지에 매달려 생야단 친다~

십오야(十五夜) 뜬 달아
내 말 좀 듣소!
우리 님 계신 곳 비춰나 주렴~

계집이면 아무나 정(情)주지 말고
올곧은 사내의 길
어이 지키랴

십여 세 귀여운 남과 여 아희들아
백발 보고 가볍게
웃지를 마라~

바람아 광풍(狂風)아
부지를 말아라
송풍낙엽(松風落葉)이
다 떨어진다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갖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만
같고 같다~

밤중만 되면은 님의 생각나는데
동벽(東壁)을 안고서 새우잠만 잔다~

사대육신(四大肉身)이
성치를 못하여
비틀 거리며 억지로 걸어간다~

이목구비는 그나마 분명컨만
어느새 병들어
다 늙어 가는구나~

가는 곳 마다
정들어 놓고
헤어짐뿐이니

나 못 살겠네~
오다가다 만난 임
정(情)은 어이 깊어서

이 어인 일 인고 잊을 망자(忘字)
병들 병자(病字)

이어 지기만 하는구나~

‘호언장단’ 헌
청춘의 기백

어느덧
세월타고
시들어 가는 구나~

춤 잘 추시고 소리 잘하셨던 어른들이시어 편안히 잘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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