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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또 만나요!
제16회 백제 무령왕 탄신제 후기
2017년 06월 12일 (월) 11:53:58 김조연(공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3777@kknews.co.kr

큐슈의 풀뿌리 네트워크

2017년 올해로 16번째를 맞이하는 ‘무령왕 탄신제’는 진정한 한일 민간교류의 매개체이자 결정체이다.

『백제 무령왕 교류 15년』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간의 교류의 면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의 장이 30년, 50년 계속해서 이어져, 오늘 우리의 기억이 기록으로 전해지고, 또 누군가의 마음 한 켠이 울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무령왕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

지난 5월3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무령왕국제네트워크 회원 및 일반 참가자 30명은 시민 교류, 역사유적 탐방, 문화시설 견학, 그리고 가카라시마(加唐島) 무령왕 탄신제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큐슈로 향했다. 이번 답사는 한일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진솔하게 바라보고,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교류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첫 방문지인 후쿠오카현 야메시 이와토야마(福岡県八女市岩戸山) 역사문화교류관에 도착하자, ‘무령왕을 생각하는 모임’ 회원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면서 마치 오랜만에 만난 한 가족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처음엔 이 광경이 무척 낯설고 어리둥절했지만, 서로가 서툰 말과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담소가 무르익을 즈음엔 “아 이런 게 진짜 민간교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와토야마고분을 답사하는 일행

   
야메시의 '무령왕을 생각하는 모임'과 교류 중 '만남'을 부르는 장면

그 후,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일 때마다 같은 장면들이 오버랩 되었다. 일본에서 백제의 땅 공주를 사랑하고, 공주 시민을 반갑게 맞이하고, 무엇 하나라도 더 대접하려고 애쓰는 일본 사람들을 적잖이 만날 수 있었다.

야메시를 시작으로 야마가시(山鹿市), 나고미정(和水町), 아리타정(有田町), 가라츠시(唐津市) 등, 가는 곳마다 공주와 인연이 깊은 시민과 공무원, 학예사들은 성심성의껏 유적·유물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헤어질 때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꼭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가 한없이 손을 흔들던 그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고마워요. 또 만나요”를 읊조리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기쿠치성 답사에서 윤용혁 교수의 설명을 듣는 일행

환상의 팀워크

20년간 지속된 교류행사에는 나처럼 처음 참가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번 참가한 사람도 있었는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했다.

1년 전 구마모토 대지진 진원지인 아소 지역과 옛날 도공들이 아리타 자기의 원료인 돌을 채취하던 이즈미야마(泉山)에서는 지질학자 우영균 교수님께서 화산 폭발의 경위와 암석의 성분 및 특징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빡빡한 일정으로 자칫 피로가 누적될 뻔 했는데, 공주대 생활체육과 김학수 교수님께서 직접 연주하신 색소폰 BGM에 맞춰 앉은 자리에서 손가락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피로회복 체조를 따라해 봤다.

교토에서 유학하고 현재 하남에 살고 있는 만화가 최현정 작가는 기쿠치성(菊智城)과 이성산성의 팔각 건물터에 대해 비교설명하고 기쿠치성 자료관 안내도 맡았다.

또, 공주의 역사자료 보존을 위해 노력하시는 공주학연구원 고순영 선생님은 사가현(佐賀県)의 공주회 회원 마츠바야시 토시오 부부로부터 ‘조선식산은행 20주년기념 사진첩’과 옛 지도 등, 지역사 연구에 필요한 귀중한 자료를 기증받는 자리에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주회 마츠바에시 씨가 고순영 연구원에게 식산은행 20년기념 앨범과 옛 지도 등을 기증하는 장면

그 외에도 서로를 살피고 짐을 나눠들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이 있으면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식사시간까지, 우리는 잠시도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유쾌하고 알찬 시간으로 채운 그야말로 이상적인 답사 모델을 함께 만들어갔다.

성대한 세레모니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는데, ‘공주’와 ‘무령왕’이 맺어준 인연은 사흘 밤낮을 한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면서 만리장성 두세 겹은 쌓고도 남을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끈끈한 정을 나누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드디어 ‘무령왕 탄신제’ 행사장인 가카라시마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나고야항(名護屋港)으로 이동했다.

한적한 항구는 갑자기 몰려든 인파로 야단법석, 시끌벅적,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일본 현지 보도진들의 열띤 취재 경쟁과 승선을 돕느라 분주한 진행요원들, 마츠로·백제무령왕 국제네트워크협의회, 오사카 곤지왕 국제네트워크, 가라츠 시청 관계자, 한일 주요 인사들이 운항시간에 맞춰 속속 출몰하는 가운데, 이 행사가 조촐한 생일잔치가 아니라 섬 전체가 떠들썩한 대규모 행사라는 것을 직감하고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고야항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며 백제춤으로 축제 분위기를 업 시키는 공주팀

   
가카라시마로 떠나기 전 여객선 앞에서

머리 위로 뜨거운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진작부터 등줄기에는 땀이 고였다. 그 와중에  공터 한 귀퉁이에서는 옥빛 백제 옷으로 갈아입은 공주 방문단이 나정희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선창에 맞춰 백제 춤 연습에 열을 올렸다.

처음 맞춰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어 번 만에 완벽하게 마무리, 일사불란한 춤사위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기에 이르렀고, 카메라 셔터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공주시청 김병호, 황인권 과장님의 현란한 동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분 남짓 걸리는 바닷길을 건너 가카라시마에 도착했다. 눈에 잘 띄는 형광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어서 오세요. 가카라시마에!’라고 쓴 플랜카드를 든 섬 아이들의 환영인사를 받으며 기뻐할 새도 잠시, 서둘러야 했다. 왜냐하면 작년과 달리 여객선 운항시간이 변경되었고, 탄신제 행사 시작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무령왕 탄생지인 오비야 해변(オビヤ浦) 동굴에 다녀오려면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제 시간에 다녀오는 건 무리라며 한사코 길을 막아서는 젊은 진행요원들을 반강제로 설득하고서 반드시 성지에 발을 디디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가까스로 동굴 앞에 다다랐다.

   
무령왕이 탄생한 오비야동굴에서 참배하는 정영일 회장과 공주팀

   
후루사토 제관이 기념비 앞에서 축문을 읽는 장면

11살짜리 쌍둥이 남매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까지, 중간에 낙오자 한 명 없이 전원이 한데 모여 무령왕의 넋을 향해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방문단 대표인 정영일 회장님은 못내 아쉬웠던지 술 한 잔 따르고 큰절을 올렸는데, 그 모습이 숙연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이었지만, 섬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1년을 준비한 탄신제 행사에 폐를 끼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되짚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섬 주민이 보내준 트럭에 부랴부랴 올라타고 제 시간에 돌아올 수 있었다.

길을 막아섰던 그 청년에겐 씽긋 웃으며, “봤지? 우린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야!” 라며 무언의 신호를, 그리고 트럭을 보내준 신속한 판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도대체 이런 괴이한 집념과 투지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훗날 우리가 다시 모여 오늘을 이야기할 때, 이 사건도 하나의 추억으로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탄신기념비 앞에서, 식순에 따라 후루사토 신사의 궁사가 축원하고 내빈들의 옥관봉전(玉串奉典), 환영인사, 축사를 올리는 것으로 탄신제를 마쳤다.

   
가카라시마 어린이들의 '가카라소란' 공연

   
백제춤을 추는 공주팀

   
축제 참가자들이 함께 백제춤을 춘 뒤 기차행렬로 행사장을 돌고 있다.

   
점심은 부페로 차려진 신선한 해산물 중 소라 

이후, 가카라시마 초·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환영회 장소로 이동했다. 환영회 첫 순서인 가카라시마 아이들의 귀엽고 박력 있는 가카라소-란(加唐ソーラン) 공연에는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그리고 우렁찬 건배사를 외친 후, 가카라시마 해산물과 멧돼지고기 구이로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진 만찬을 들었다.

공주 웅진문화회의 ‘무령 탄생 이야기’ 공연에 이어 드디어 우리 차례다. 연습 때보다 더 멋들어지고 흥겨운 백제 춤은 체육관 가득 메운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일본사람 한국사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같이 장내를 돌며 땀범벅이 되도록 한바탕 군무를 추었다.

가카라시마 사람들과의 인연

100여명 남짓 사는 외딴 섬마을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딱 하루지만, ‘무령왕’이 맺어준 인연으로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공주에서 온 초등학생 강준우 군과 강수인 양은 섬마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수줍게 인사를 드리고, 곁에 다가가 “공주에 와 보셨어요? 고기잡이 힘들지 않아요?” 라고, 말벗도 되어드렸다. 주민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낼 때는 어찌나 대견하던지!

   
고순영 연구원의 자녀 강준우와 수인이가 현지 섬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눈 뒤 하이화이브를 하는 장면

인근 마츠시마(松島) 섬에서 스쿨보트를 타고 통학하는 아이들까지 합쳐 가카라시마 초·중학교는 총 학생이 겨우 10명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미래에 민간교류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하는 것이다.

그 옛날에는 대륙과 일본의 교통 창구였고 전성기에는 550명이 살던 가카라시마는 일본의 여느 낙도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하나 둘 떠나고, 점점 고령화가 진행되어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또한, 육지에서 바닷길을 건너온 멧돼지가 번식하여 300마리가 넘고 그로 인한 산사태와 농작물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2009년, 가카라시마는 ‘백제 무령왕 탄생지’로 전해져 일본 국토교통성의 ‘섬의 보물 100선’에 선정되었고 지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낚시꾼들로 북적인다. 

가카라시마는 봄에 붉은 동백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노란 애기원추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섬이다. 동백꽃 꽃말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해’이다. 애기원추리는 옛날 사비성의 의좋은 형제가 ‘백제부흥’을 기약했다는 전설과 관련하여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리고,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란다. 왠지 모르게 이 섬에 피는 꽃조차도 백제, 백제사람, 그리고 우리의 인연을 암시하는 것만 같다.

   
오방색 테이프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을 기약하는 장면.

   
섬 어린이들이 방파제까지 나와서 두 팔로  '사랑해요'라며 작별을 고하는 장면 

섬을 떠나올 때, 무지개 색 끈을 맞잡고 작별을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탄 배가 멀어질 때까지 방파제 위에서 손을 쭉 뻗어 힘차게 흔들며 “안뇽~ 안뇽~” 서툰 한국말로 외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연을 소중히 여겨 회사 이름도 ‘연트레블’로 지었다는 정희연 대표와 나는 각자 한 손씩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며 가카라시마 아이들을 향하여 “아리가또~ 마따네~ (*고마워~ 또 만나~)”라고, 목청껏 화답했다.

들렸을까? 들었겠지! 아이들은 대답이라도 하듯 멀리서도 잘 보이게 큰 동작으로 가카라소-란을 추며 담담하게 우리를 배웅했다. 그런데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선 아이들의 모습이 사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꽃이 피는 어느 날엔가 사랑스러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는 가카라시마에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고마워요. 또 만나요!

공주-가라츠 한일 교류의 일본 측 수장인 미야자키 다카시 회장님은 대전KBS 이명용 PD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양 정부의 여러 견해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추진해온 한일 교류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민간교류이고, 앞으로도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라고 전했다.

최근 심장에 무리가 가서 큰 수술을 받으셨다는데, 전혀 내색도 않은 채, 공주 방문단을 극진히 대접해주셨고, 2017년 9월28일부터 열리는 ‘제63회 백제문화제’에 가라츠 시민 4-50명을 데리고 공주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정영일 회장이 마츠로백제네트워크협의회 미야자키 회장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포즈를 취했다.

한편, 윤용혁 교수님께서는 역사유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자리마다 일일이 다니시며 “애썼다, 잘했다, 고맙다” 격려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셨다.

한일 교류의 참뜻을 전달하고 허드렛일을 마다않고 묵묵히 해나가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결국 친선교류가 오래도록 이어지려면 강한 리더십과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첫날 새벽 4시부터, 마지막 날 자정까지 빈틈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무사히 마친다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그런데 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우리가 또 해내지 않았는가?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즐겁고 뿌듯한 이번 여행을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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