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태진 120×200cm acrylic and ink on embossedwood panel 2016

사람들은 왜 시간여행을 꿈꿀까?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그때 이렇게 할 것을 하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내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 백투더퓨쳐나 닥터 후를 보며 브라운 박사가 되고 마티가 되고 닥터 후가되어 뒤틀린 미래를 바로잡는 영화 속 주인공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성태진의 그림은 공간을 이동하는 통로인 웜홀을 발견하면서 영웅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 날 로보트태권브이는 집 앞에 알록달록한 예쁜 구멍을 발견한다.

그 구멍을 통과해서 비너스도 만나고, 한산대첩을 걱정하며 긴 칼 옆에 차고 수루에 홀로앉아 시름하는 이순신 장군이 되기도 한다. 태권브이와 친구들은 웜홀을 통해 역사 속 사건이나 신화 속 인물을 만나서 대화하고 그들의 삶을 경험 한다. 과거의 영웅을 만나 그들 내면의 고민, 걱정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영웅도 고민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텔레비전 속에서 세상을 구하는 멋진 영웅이지만 영웅의 삶도 우리 평범한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영웅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후에 그분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있다.

우리세대는 마징가제트나 아톰, 요괴인간, 뽀빠이... 외국에서 건너온 만화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국말 더빙으로 성우들이 실감나게 목소리 연기를 해서 우리나라 만화라고 생각했고 어느 나라 만화인지는 관심도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그들이 모두 외국영웅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이 미워서 함께 소리 지르고 가슴 졸이며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힘센 주인공을 응원했었다.

텔레비전 인기 외화, 원더우먼, 슈퍼맨, 육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같은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신기한 능력을 부러워했다.

1974년에 태어난 로보트태권브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웅캐릭터이다. 성태진의 그림에 잘 갖춰 입고 뽐내며 서 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엉성한 빛바랜 츄리닝을 입고 구석에서 초라하게 그들을 보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외국산 영웅들 틈에서 더욱 작아지는 로버트태권브이, 작가는 1974년에 태어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88만원 세대를 로보트태권브이라는 캐릭터로 얘기하고 있다.

꿈을 믿고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꿈과 희망을 간직한 로보트태권브이는 영웅동창생들과 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며 이전에는 관심 없이 지나쳤던 곳이 새롭게 다가온다. 국보시리즈(수학여행)를 시작하며 작가는 소홀하게 생각했던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당당히 함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다. 로보트태권브이는 작가자신이기도하다. 나무를 조각해서 요철을 만들고 그 위에 알록달록하게 색을 칠해서 그림을 완성했다.

배경에는 작가가 듣고 불렀던 노래를 그림에 어울리게 노랫말을 조각해 넣었다. 그림을 보면 색색으로 프린트한 어린 시절 만화책이 떠오른다. 송산리 고분군에서 포즈를 취한 영웅들을 상상한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