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사고는 우리에게 낙관적 기대와 더불어 의욕과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삶의 추진기이고, 부정적 사고는 비관적 기대와 더불어 삶의 폭과 속도를 감소시키는 삶의 제동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에 대해 사소한 한 두 번의 성공을 근거로 앞으로 자신이 벌이는 무슨 일이든 확실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한 두 번의 실패를 근거로 무슨 일이든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Schwartz와 같은 인지이론가는 이러한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의 비율이 기분상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대체로 황금비, 즉 1.6대 1.0의 비율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지금껏 내 삶의 추진기와 제동기는 그런대로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비율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얀 캔버스에 4B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색을 하나씩 입히고, 또 덧칠을 하는 그 순간들이 즐겁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나만의 선과 나만의 색들이 만나면서 나만의 표현물이 태어나는 것이 기뻤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새로움이 권태롭던 삶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추진기가 다시 서서히 작동을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친 김에 자전거 타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전거안전교실 2주간의 초급과정을 신청한 것이다. 하루 두 시간씩 열흘 동안 스무 시간의 과정을 거치면 금강을 따라 잘 조성된 자전거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첫날은 이론 수업과 함께 자전거에서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배웠다. 둘째 날은 기어를 1단으로 해서 초급자용 트랙을 두 시간 동안 계속 돌았다. 셋째 날은 대학 강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석을 하게 되었다.

이틀 동안 나름대로 넘어지지도 않고 트랙을 안정적으로 돌았기에 하루 결석하긴 했지만 넷째 날도 잘 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날 안전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갑자기 겁이 덜컥 나면서 출발조차 쉽지가 않았다. 겨우겨우 출발을 했지만 트랙으로 나가기가 망설여지면서 트랙 안쪽으로만 소심하게 돌았다.

또 다시 제동기가 작동한 것이다. 다섯째 날은 기어를 적절히 사용해서 오르막을 오르고, 브레이크를 다루면서 내리막을 내려오는 연습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아귀의 힘이 약해서 기어를 제대로 돌릴 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기어변속을 할 수 없어서 오르막을 오르지 못했다. 여섯째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자전거교실을 중퇴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기어변속을 해보겠다고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해서 탈이 난 것이다. 어차피 손목을 삐끗했으니 핸들잡기조차 힘들 것이다. 그러니 기어변속은 무리일 것이고, 기어변속을 못하면 오르막을 오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전거를 타다보면 평지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을 것이다. 오르막을 만나면 기어변속과 동시에 힘차게 페달을 밟아야 할 것이고, 내리막을 만나면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페달을 밟는 것도 멈춰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르막 내리막길을 주행하는 과정을 터득하지 못했으니 내 삶의 제동기가 또 슬금슬금 작동을 시작하려 한다.

살다보면 의욕과 활기가 넘치는 순간도 있고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기쁨과 기대로 환호할 때 슬픔과 연민의 때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고통과 후회로 몸부림칠 때 사랑과 배려가 가까이 있음을 알아채야 한다. 제동기가 더 작동하기 전에 캔버스와 4B연필을 챙긴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풍경, 혹은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쉬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풍경, 또는 언젠가는 가능할 오르막 코스를 멋지게 올라가는 풍경, 그 어느 것이든 스케치하기 좋은 주제다. 비록 오르막 오르기 연습은 잠시 중단했지만 내 삶의 추진기는 여전히 잘 작동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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