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풍광은 언제나 설렘과 여유를 선사한다. 그런 제주에서 사회예술 프로젝트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제주사회의 현안인 관광을 통해 제주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관광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설렘의 시간이며 갇혀있던 사고의 전환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일한당신 떠나라.” 여행계획은 힘겨운 하루를 살아내는 원동력인 까닭이다.

하지만 관광지가 삶의 터전인 이들의 입장은 어떨까?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관광객은 개인과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고객이지만 그와 무관한 이들에게는 일상의 질서를 심각하게 회손 시키는 이방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버투어리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는 전 세계 관광지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제주비엔날레는 관광에 대한 깊은 성찰과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관광은 어떤 의미인지 지역사회와 예술가들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제주에 펼쳐 보고 자 한 것 이라고 한다. 크게 전시, 투어, 배움의 3가지로 구분되어 있으나 일정상 전시의 5개코스 위주로 일정을 구성했다.

1코스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구상회화 작품에서 영상, 설치작품 등 다양한 영역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동선의 합리성을 위해 5코스 예술공간 이아로 향했다.

▲ 제주도립미술관

옛 제주대학교 병원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예술공간 이아’는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장, 연습공간 운영과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술창작의 거점을 마련하고 도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유휴산업시설의 긍정적인 활용의 예이기도 하다. 이렇게 첫째 날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여행 2째날, 2코스의 제주현대미술관과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이 오전의 일정이다. 현대미술과 사진, 그리고 제주 4.3사건의 기록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작업들이 눈에 들어왔다.

▲ 알뜨르비행장 최평곤작가 파랑새,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실

3코스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군사 전초기지로 활용 되었다 고한다. 예술가들은 군기지의 흔적인 격납고와 벙커가 남아있는 아픔의 땅에 역사와 장소예 대한 성찰을 담은 작업을 설치했다.

격납고 사이의 농지에서 주민들은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농작물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농사와 일상의 힘을 보여준다. 제주의 양배추밭과 예술이 함께하는 알뜨르비행장은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4코스 서귀포시 원도심의 이중섭미술관과 창작스튜디오&도예공방은 몇 년 전 둘러보았던 곳이다. 달라진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 없어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마져 들어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좋지만 반대로 상가의 상인들의 심정은 다르리라 생각되니 역시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관광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우리 삶에 빛과 그림자가 드리운다.

▲ 동문모텔1 전시, 동문모텔2 구본주작가 작품

2박3일 일정의 마지막 날까지 알뜰하게 관광이다. 제주시 탑동 일대 아라리오 뮤지엄은 동문모텔1,2 탑동시네마 바이크샵 으로 과거 제주읍성의 흔적에서 시작하여 과거 구도심의 상징이었던 동문시장에 인접해있다.

말 그대로 지난 10여년간 방치되었던 숙박업소인 모텔, 영화관, 상가를 문화시설로 개축한 현대미술관이다. 특히 동문모텔2에서는 리얼리즘 조각가 구본주 개인전을 본 것이 뜻밖의 수확이다. 네 곳의 미술관을 정신없이 둘러보고 서둘러 비행장으로 향했으나 비행기가 1시간 연착이다. 이것 또한 여행의 단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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