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1656, oil on canvas, 316×276㎝, 프라도미술관, 스페인

화가는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와 같다. 요리사는 주재료를 선택하고 그만의 비법으로 다양한 양념을 더하고 덜하며 레시피를 만들고 음식을 창조해낸다. 화가는 그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 눈으로 보는 것을 잘 버무려서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똑같은 것을 보고, 또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린다. 스페인의 화가 벨라스케스(1599~1660)는 1656년에 시녀들을 그렸고 후대에 많은 화가들은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시녀들을 완성했다.

피카소, 고야, 크림트, 달리, 마네, 현대에 보테로, 해밀턴, 위트킨 등도 그들만의 시녀들을 그렸다. 그림뿐만이 아니라 음악으로 소설로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등이 있다. 푸코, 라캉, 프로이드도 이 그림을 해석했다. 왜 예술가들은 이 그림에 관심을 가졌을까?

이 작품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와 주변 인물을 그린 초상화이다. 펠리페 4세는 첫 번째 아내와 태어난 자식을 모두 잃었고 국왕 부처에게 마르가리타 공주는 더없이 소중했다. 사진이 없던 시절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커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기록했고 초상화가 많이 남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소중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남기고 싶고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사랑스럽게 차려 입은 공주 옆에는 난쟁이와 강아지, 시녀로 보이는 소녀들, 거울 속에 있는 왕 부부, 계단을 내려오며 포즈를 취한 남자가 있다.

빛은 오른쪽에서 들어와서 주인공 같은 공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거울과 계단에 있는 인물도 틀 속에 있어서 벽에 걸린 수집품 중하나인 것 같다.

벨라스케스는 작업실이며 수집품을 전시해 놓은 알카사르 궁전의 큰 방안에서 대형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7세기에 스페인 궁정화가는 음악가나 시인처럼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화가는 자신을 그림 속에 등장인물로 작게 그려 넣는 경우는 있지만, 이 그림에서는 마치 주인공처럼 화면 전면에 자신을 뚜렷하게 그려,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펠리페 4세가 그를 특별한 존재로 대했으며 그림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화가는 누구를 그리고 있을까?

그림을 읽어보면 화가는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고, 공주와 시녀들은 그들 앞에서 재롱을 떨고 있다. 오랜 시간 모델을 서는 왕 부부를 위해 방문한 것처럼 보인다. 화가와 공주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우리는 거울 속에 있는 왕과 왕비와 함께 모델이 되어 이쪽 편에서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화가는 화면 속에 공간과 시간을 확장시키고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를 과거로 불러내며 1656년 스페인 궁으로 데려간다.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 같은 사람들과 개는 관심도 없어 보이는데 자신보다 더 큰 개를 발로 누르며 서 있는 아이,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는 것 같다.

아이유가 양희은의 ‘가을 아침’을 다시 불렀다. 아이유는 옛 음반 속에서 잠들어 있는 노래를 깨워 자신의  감성으로 새롭게 옷을 입혔고, 양희은 노래를 다시 들춰보게 만든다.

미술관에 있는 그림도 새롭게 해석하고 상상하며 새로운 옷을 입혀, 또 다른 작품이 나오면 더욱 관심을 갖는다. 서양미술사에 중요한 그림들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나온다. 우리 그림도 많은 연구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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