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권지윤 공주영명고 1학년

▲ 권지윤(공주영명고 1학년)

나에게 원고지란 멀어져버린 옛 친구와도 같았다.

초등학교 때에나 몇 번 접해보고, 문구점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원고지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간단한 눈  인사만 하고 지나치니 그렇게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기사문을 쓰기 위해서는 원고지와 친해져야 하는데 그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원고지를 보기 전까지는 그저 재미있는 글쓰기가 되겠지 했는데 그 마음은 원고지와 맞닥뜨리자 쑥 들어가 버렸다.

글쓰기 주제는 공산성이었다. 처음엔 인터넷으로 공산성에 대해 조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를 했다.

한 칸은 띄우고 제목을 중앙에 맞추어 쓰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으나 이름은 어디에 쓰는지,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할 때에는 한 칸을 띄우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내가 아는 선에서 원고지를 채우고 그 엉망진창인 원고지를 대표님께 드렸다.

그 원고지는 빨간 색연필로 이곳저곳이 고쳐진 채 내게 돌아왔다. 나는 그 원고지를 보며 다시 원고지 쓰는 방법부터 차근히 공부했다. 그러고 나서 글을 읽어 보았는데 글에는 왠지 모르게 생기가 없고 죽은 글 같았다. 공산성은 사실 좋든 싫든 등굣길에서 4년을 넘게 지나쳐온 곳이었다.

나는 유년시절 몇 번 가본 기억으로 공산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기에 굳이 공부하고 관심주려 하지 않았다. 공산성에 관심이 없게 된 계기는 너무 가까이에 있어 그 위대함과 숭고함을 몰랐기 때문도 있지만 되짚어보니 아마 공주라는 도시에 큰 감흥이 없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공주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때 백제 관련역사 강의를 듣고 공산성 답사를 다녀오며 나는 알면 알수록 보인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대전과 세종 옆 소도시로만 인식했던 공주를 백제의 웅진시대 얼이 서린 역사의 고장으로 보기 시작했다.

공산성을 답사하여 하나하나 설명을 들었는데 그때의 기분이란 마치 무지를 깨뜨리고 나온 역사가 내 눈 앞에서 생생히 숨 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하다못해 금강교를 건널 때에도 나는 역사적인 설렘에 사로잡혀 있었다.

답사를 다녀온 후 조금 더 공주와 공산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기사문을 쓰기 위해 공책에 글을 쓰고 몇 번을 고쳤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답사를 다녀오기 전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있고 완전한 글이 되었다.

▲ 권지윤 학생이 작성한 원고지

기사문 쓰는 것을 배우며 느꼈던 것은 원고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매력 있는 아이라는 것이었다. 원고지의 가장 큰 매력은 공책에 쓰면 한두 장 나오는 것을 원고지는 적게는 4장에서 많게는 10장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많이 쓰지 않아도 여러 장이 나와 쓰면서도 뿌듯해졌다.

또한 공산성 답사를 통해서 느낀 것은 그 주제에 대해 애정 어린 관심이 있어야 더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 대상에 대해 더 알아가려 공부하게 되고 그럴수록 질 좋은 글이 나올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을 쓰면 원고지에 옮겨 보관할 정도로 원고지와 많이 가까워졌다. 그것만으로도 뜻 깊고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이렇게 기사문을 쓰는 것을 가르쳐 주신 신용희 대표님과 대표님을 소개해 주신 정옥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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