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계절이다. 집 앞에 있는 생태공원에서 떨어져 쌓여있는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인 ‘레미 드 구르몽’은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고 그의 시 ‘낙엽’에서 노래했지만 나에게는 바삭거리는 옛날 과자의 소리로 들렸다.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생태공원의 공기는 삽상하고 참으로 신선하다. 청량한 공기를 온몸으로 호흡하며 깊어가는 자연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더 가슴이 먹먹하면서 존재와 삶의 허무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인간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절망하고 있을 때 희망과 용기를 주시던 분이 계셨다. 또한 시낭송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고민할 때 선뜻 장소를 제공해주고 보살펴주시는 따뜻한 분이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유머감각이 살아있고 늘 웃음을 선물하는 분이라 시낭송을 배우는 제자들도 무척 좋아하였다.

그 격려에 힘입어 ‘공주시꽃 시낭송가 협회’가 탄생하였고 금년 시월에 첫 번째 시낭송 퍼포먼스를 공주 문예회관에서 할 수 있었다. 좋은 분들의 협조가 용기를 주었고 회원들의 열정으로 오신 분들의 찬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분도 특별출연을 하여 공연장 가득 웃음을 주었었는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방광결석이라 수술하면 된다는 말에 안심을 하였는데 갑자기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부인과 통화를 하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호흡이 잘 안 되어 수술을 못하고 그 원인을 찾고 있다고 하며 울먹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누구나 힘들 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준 사람은 잊지 못한다. 그 말 한마디가 무너지는 삶에 커다란 힘이 되어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 때 용기를 주던 그 분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랐다.

이제는 끝이라 생각했던 지옥 같은 하루가 지나서야 그분이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하늘이 도우셨는지 병명을 찾았다고 한다. 폐로 들어가는 혈관에 혈전이 막혀있어 숨을 잘 쉬지 못했던 것이다.

의사들의 연구대상 환자로 혈전을 녹이며 집중치료를 하여 이제는 숨을 편히 쉴 수 있고 일반 병실로 옮기셨단다. 자칫 돌연사로 이어질 번한 끔찍한 병을 찾아 치료를 하였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어찌 보면 지옥과 천국을 하루사이에 오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우리네 삶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만큼 매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성실하게 살며 현재를 즐겨야할 것이다. 라틴어로 ‘Carpe Diem’이란 말이 현재를 (소중히) 즐기라는 말이다. 유한한 우리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할 것이 아닌가.

그분이 병원에 입원하셔서 시낭송을 배울 장소가 없다고 회원들이 걱정을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결혼하여 살던 작은집이 사십년 되었는데 그동안 남편 연구소로 활용하였었다.

나도 시낭송을 가르치는 연구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선뜻 1층을 활용하라고 배려해주었다. 한 달에 걸려 리모델링을 하였고 알뜰하게 최소의 경비를 들여 내 공간이 생겼다.

시낭송연구소 이름을 ‘Carpe Diem(까르페 디엠)’이라고 지었다. 이번에 그 분의 지옥과 천국을 바라보며 현재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존경하는 그 분의 쾌유를 빌어본다. 그리고 시낭송을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이 내 연구소를 많이 이용해 시낭송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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